박정훈 전 단장 반박한 국방부 내부 문건 유출…"군사법 심히 우려돼"

현행 법령과 다른 주장 펼친 국방부…"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수준의 법리 주장"

채 상병 사망사건과 관련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국방부가 작성한 내부 문건이 외부로 유출된 가운데, 박 전 단장을 최초 변호했던 김경호 변호사는 해당 문건에 나타난 국방부의 주장을 두고 "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수준의 법리 주장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평가했다.

4일 김 변호사는 국방부가 작성한 A4 용지 12쪽 분량의 '해병대 순직 사고 조사 관련 논란에 대한 진실'이라는 내부 문건에 적시된 국방부의 법 인식에 대해 "대한민국의 군사법이 심히 우려된다"며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국방부는 해당 문건에서 채 상병 사망사건과 관련 △해병대 수사단 조사 결과의 문제점과 이첩 보류 지시의 정당성 △문서 결재 이후 지침 변경의 정당성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는 적법한 권한의 행사 △수사개입 주장의 허구성 등 총 11개 항목으로 나눠 박 전 단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해당 문건에서 국방부는 박 전 단장이 해병대 1사단장을 비롯해 8명에 대해 '인지통보서'의 양식에 따라 죄명을 적시한 것과 관련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업무상과실'과 '사망'과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나, 해병대 수사단은 무리하게 범죄로 판단하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박 전 단장의 죄명 적시는 국방부 장관의 명령인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훈령'에 규정된 '인지통보서' 서식에 따라 작성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직접적 인과관계를 수사해야 하지만 그런 권한 자체가 박 전 단장에게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입건'을 통해 '업무상과실'과 '사망'과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수사해 보아야 하나,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입건 권한이 없어, 업무상과실치사의 구성요건에 관한 인과관계를 수사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내사한 사실 자체로 국방부 장관 훈령에 따라 인지통보서 및 그 양식에 따라 혐의자 및 혐의 사실을 적어서 보낸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법률전문가인 군검사와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했고, 군사법원법에도 이러한 상호 협력의무가 규정되어 있으나, 해병대 수사단은 군 검사와 의견을 전혀 듣지 않은 상황"이라고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김 변호사는 "군사법원법 제2조 개정 취지와 같은 법 제228조 제3항를 부인하는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2022년 신설되어 시행 군사법원법 제228조 제3항에 따르면 "군검사와 군사법경찰관은 제286조에도 불구하고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재판권이 군사법원에 있지 아니한 범죄를 인지한 경우 그 사건을 경찰청에 이첩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여기서 제286조는 "군검사는 사건에 대한 재판권이 군사법원에 있지 아니할 때에는 사건을 서류‧증거물과 함께 재판권을 가진 관할 법원에 대응하는 검찰청의 검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처검사 또는 경찰청의 사법경찰관에게 송치하여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제228조 제3항에서 '제286조에도 불구하고'라고 규정한 취지는 이 사건(채 상병 사망사건)을 포함해 3대 사건(성폭력 범죄, 군인 등 사망 사건 범죄, 입대 전 범죄)의 경우는 통상적인 군검사에게 이첩하여 협력해야 할 의무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으로 바로 민간 경찰에 이첩(하라는) 의무를 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병대 수사단이 이 사건 처리에 있어 군검사와 상호 협력의무를 위반하여 독자적으로 위밥하게 처리하였다는 (국방부의) 주장은 군사법원법 제2조 개정 취지와 제228조 제3항을 부인하는 주장"이라며 "입법부에서 개정한 군사법원법 취지를 부인하여 삼권분립 원리를 부인하는 반헌법적인 주장을 서슴지 않고 있는 한심한 내용"이라고 쏘아 붙였다.

국방부가 "군사법원법에 의거 민간 수사기관에 이첩해야 하는 3대 범죄에 대하여 국방부 장관과 설치부대장의 지휘·감독 권한을 배제한다는 규정은 그 어디에도 없다"며 박 전 단장의 조사기록 이첩이 상부의 지시를 어긴 행위라고 주장한 데 대해 김 변호사는 관련 대통령령 규정이 사실상 권한을 배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령인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규정(수사절차규정)' 제7조 제1항에 "군검사 또는 군사법경찰관은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범죄에 대한 고소‧고발‧진정‧신고 등을 접수하거나 해당 범죄가 발생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을 발견하는 등 범죄를 인지한 경우 법(군사법원법) 제228조 제3항에 따라 지체 없이 대검찰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또는 경찰청에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는 규정을 언급했다.

김 변호사는 "(박 전 단장은) 해당 규정에 따라 채 상병의 사망원인과 범죄원인을 파악한 즉시 민간 경찰청에 '지체 없이' 그 이첩의무를 다 한 것"이라며 "(지체 없이 이첩을 하라는) 바로 이 규정이 '국방부 장관과 설치부대장의 지휘·감독 권한을 배제한다'는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즉 박 전 단장이 국방부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를 반드시 따라야 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규정대로라면 조사한 이후 즉시 이첩을 실시했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국방부 장관은 군사법원법에 따라 필요시에 3대 이관범죄를 민간 수사기관에 이첩하지 않고 군에서 수사 및 재판을 할 수 있도록 결정할 수 있는 권한도 갖고 있다"는 국방부 주장에 대해 김 변호사는 "명백한 위헌적 주장으로 이 문건 작성자 및 외부 결재 배포자를 공개적으로 고발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방부의 주장이 고 이예람 중사 사건 이후 개정된 군사법원법 및 그에 따른 대통령령에 명시된 규정에 위배되는 것이라면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제정한 군사법원법의 국민의 명령도 위반하고, 수사절차를 규정한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명령도 위반하겠다는 매우 위험한 주장"이라고 일갈했다.

국방부가 "법령상에 혐의자와 협의사실을 특정하도록 하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경찰에 기록만 송부하여 경찰에서 수사하도록 하는 방안도 가능한 방안 중 하나"라며 박 전 단장이 해병대 1사단장을 비롯해 8명의 혐의를 적시하지 않아도 됐던 것이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 김 변호사는 대통령령에 규정된 '인지통보서'에 '죄명'을 적게 돼있다며 "(국방부) 논리가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국방부는 해당 문건에 대해 내부에서 회람하기 위한 용도로 작성한 것이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으나, 박 전 단장 측은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과 유재은 법무관리관 등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된 상황에서 국방부가 나서서 방어 논리를 개발하고 이러한 문서를 작성한 것 자체가 "수사 개입"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 박정훈(왼쪽) 전 해병대 수사단장과 법률대리인 김경호 변호사가 지난 8월 18일 오후 징계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경기도 화성시 해병대 사령부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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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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