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대령 측 ""군 검찰, '항명 없었다' 파악하고도 기소했다"

"군 검찰, 부정한 목적으로 기소…기소권 남용"

국방부 검찰단이 전 해병대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을 항명 등 혐의로 기소한 데 대해 박 대령 측 변호인단이 "(군 검찰이)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기소권을 남용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김정남, 정관영, 하주희 변호사 등 박 대령 변호인단과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 검찰단이) 항명죄 수사에 대한 국민적 비판 여론이 분분함에도 무리한 기소를 감행한 것은 그밖에 달리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특히 "박 대령을 기소하지 않으면 수사에 개입한 이들 모두 줄줄이 수사를 받아야 한다. 책임자들이 살기 위해서라도 박 대령을 기소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검찰단의 이번 기소가 고(故) 채 상병 사건을 둘러싼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앞서 지난 6일 박 대령을 군형법상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등 혐의로 군사법원에 기소했다. 검찰단은 지난 8월엔 같은 혐의로 박 대령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지만, 그 다음 달 1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국방부 중앙지역군사법원이 이를 기각한 바 있다.

당시 박 대령 측 법률대리인으로 군사법원에 출석한 김정민 변호사는 '대통령실이 채 상병 수사보고서 내용에 관여했다는 박 전 단장의 주장이 보도로 나오면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는 일각의 의혹에 관해 "시기적으로 오해를 사기 딱 알맞은 때 영장이 청구된 것"이라며 "지금 군 검찰은 상당히 정치적으로 오염돼 있다. 권력에 도취된 것 아닌가 싶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변호인단은 검찰단의 이번 기소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무리한 기소라고 봤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정관영 변호사는 특히 국방부 검찰단이 그간의 조사 및 압수수색 등으로 이미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박 대령을 항명죄로 기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령 군 검찰단은 공소장에서 '해병대사령관이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1일에 걸쳐 이첩보류를 지시했고, 박정훈 대령이 이를 거부'했다고 기재했다. 그러나 변호인단에 따르면 "박정훈 대령은 이 사건 발생 직후부터 일관되게 8월 2일 오전 10시 51분 이전에는 해병대사령관으로부터 (수사자료) 송부를 보류하라는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해왔"으며, 검찰단 또한 해당 진술에 대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관련기사 ☞ '대통령 격노' 진실은? 해병대 수사 '외압' 시간순으로 살펴보기)

정 변호사에 따르면 검찰단은 △이종섭 국방부장관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이첩대상자를 축소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 △이에 대해 김 사령관이 여러 차례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사실 △박 대령이 지난 8월 2일 오전 10시경 당일 예정된 수사자료 경찰이첩을 김 사령관에게 보고하였으나 특별한 지시가 없었던 사실 △이후 같은 날 오전 10시 51분경 김 사령관이 이첩중단지시를 내리자 박 대령이 이를 수명하려 했던 사실 등을 모두 확인한 상태다.

이에 정 변호사는 "검찰단의 이번 기소내용은 여러 객관적 사실에도 명백히 반할 뿐 아니라, 심지어 구속영장청구서에서 군검찰 스스로 주장한 사실에도 반하는 것"이라며 "(군 검찰이) 어떠한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이렇게 박 대령을 기소를 한 것에 대해, 이는 기소권 남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에 따르면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 8월 청구한 박 대령에 대한 구속영장청구서에서 △국방부장관이 해병대부사령관이 참석한 회의에서 '혐의자를 특정하면 안 된다'고 지시했다는 점 △국방부 법무관리관 또한 해병대사령관에게 '혐의자를 특정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는 점 등을 명시한 바 있다. 이는 당시 수사책임자였던 박 대령에게 충분한 압박이 가해졌다는 해석이 가능한 정황들로, 이 같은 해석이 힘을 얻을 시 외압의혹을 제기해 '상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군 검찰의 주장이 명분을 잃을 수 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일생을 군인으로 살아온 박 대령이 군복을 벗을 각오로 보직을 걸고 항명할 까닭이 없다는 점에는 여전히 반박의 여지가 없다. 구속영장실질심사 당시 군판사도 같은 의문을 제기했으나 군검사는 답하지 못했다"라며 "재판이 시작되고 증인들의 증언과 각종 증거가 국민 앞에 공개되기 시작하면 사건의 본질은 더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오히려 "자충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이날 변호인단과 센터 측의 주요 지적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 사건은 대통령 개입 의혹까지 거론되는 등 심각한 권력형 게이트일 가능성이 높다.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라며 해병대 수사외압 의혹에 대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사무실에서 국방부 검찰단의 박정훈 대령 기소에 대한 변호인단-군인권센터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정관영 변호사 ⓒ프레시안(한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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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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