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홀로 '역주행' 중…"5년짜리 정부가 현재와 미래 너무 많이 훼손"

[초록發光] 정부가 죽이는 한국 에너지 경제 미래

2023년 상반기 전 세계 재생에너지 투자 금액은 총 3580억 달러, 우리 돈으로 480조3200억 원에 달한다. 2024년 한국 정부 예산(약 657조 원)의 약 73%에 이르는 금액이 올해 상반기에만 재생에너지에 투자됐다. 전체 투자 금액 중 중국이 절반가량을 차지했고 미국이 255억 달러로 2위를 기록했다.

2023년 상반기 전 세계 태양광발전 설치량은 중국과 미국 시장의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해 전년 수준을 크게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 수요 증가는 제품 가격 하락에 따른 것으로 특히 최대 수요지인 중국 태양광 수요가 급증한 상황이다. 2023년 1~4월까지 중국 태양광발전 설치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0% 증가한 48GW를 기록했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2023년 전 세계 태양광발전 설치량 전망을 연초 전망치인 320~340GW 대비 20GW 증가한 340~360GW로 상향 조정했다. 전체 태양광발전 설치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 시장의 올해 태양광발전 수요는 165GW(중국 135GW, 미국 30GW)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유럽지역의 태양광발전 설치 수요도 당초 예상된 50GW를 웃돌아 60GW에 육박할 전망이다. 세계 태양광발전 수요는 올해 이후 한층 더 빨라져 2027년 이전에 연간 500G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만 태양광발전 설치량 감소…지원 제도·예산 폐기·축소

하지만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2023년 태양광발전 설치량은 전년 대비 15% 감소한 2.7GW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너지공단의 통계를 보면, 2020년 4.7GW를 정점으로 국내 태양광발전 설치량은 감소하고 있고, 정부 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2.5~3GW 내에서 정체될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1월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30.2%(185.2TWh)에서 21.6%(134.1TWh)로 대폭 낮췄다. 이에 맞춰 500㎿ 이상 발전 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가 총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RPS) 비율도 조정했다. 2026년부터 25%이던 기존 의무 공급 비율 시기를 2030년 이후로 늦췄다. 최근에는 이 제도 자체를 폐지 및 개편하려 하고 있다.

소규모 태양광발전 사업자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20년 동안 고정 가격으로 계약을 맺는 소형태양광 고정가격계약제도(한국형 FIT)도 폐지됐다. 지난 5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던 이 제도는 어떠한 공개적인 평가나 연장 논의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난 7월 사라졌다. 이 제도는 태양광 사업자에게 일정 정도 수익이 보장되면서 태양광 산업이 국내에 빠르게 정착하는 데 기여했다.

태양광을 비롯한 정부의 재생에너지 지원 예산도 크게 줄었다. 2024년 산업통상자원부 예산안에서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재생에너지지원' 항목 예산은 6054억 원으로 올해(1조490억 원)보다 42.3% 감소했고, 2022년 예산(1조2657억 원)보다는 52.2% 감소했다. 한국형 FIT제도가 폐지되면서 발전차액지원제도 예산이 65.1% 크게 줄었고, 주택이나 건물 등에 재생에너지 설비 설치를 지원하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지원 사업 예산은 35.4% 감소했다.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에 자금을 융자하는 금융지원 사업도 27.5% 삭감됐다.

반면 정부는 "재생에너지 등 부적정하게 집행된 보조금 등은 과감히 구조조정"한다면서 원전 산업 지원을 위한 예산은 대폭 증액했다. 원전 생태계 금융지원과 원전 수출 보증 예산 사업을 신규 편성하고 원자력 생태계 지원 사업은 전년 대비 26.1%, 소형모듈원자로 연구개발 예산은 760% 큰 폭으로 증가했다. 또한 제10차 전력계획이 수립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제11차 계획에서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소문을 흘리고 있다.

국내 태양광 산업 침체…정부 정책 탓

이처럼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원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국내 태양광 산업은 빠르게 침체하고 있다. 이미 폴리실리콘부터 잉곳·웨이퍼, 셀·모듈, 인버터로 이어지는 태양광 밸류체인은 전 세계적으로 중국이 대부분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폴리실리콘과 잉곳·웨이퍼를 생산하던 국내 기업들은 사업을 철수하거나 파산했다. 그런데 현재 남아 있는 기업들마저 최근 들어 태양광 내수 수요가 줄어들면서 생산량을 축소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인위적으로 정책적 태양광 수요를 줄이더라도 국내 수출 대기업들의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대기업들의 RE100 가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이들의 재생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기에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량이 부족할 것이란 전망이 현실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에너지 안보와 산업 정책 측면에서 재생에너지 지원을 대대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시행해 자국 내 태양광 설비 투자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렸고, 유럽연합(EU)도 탄소중립산업법(Net-Zero Industry Act)을 통해 태양광 등 탄소중립 기술 제조역량을 높이는 제도적 틀을 강화했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재생에너지 및 산업 정책과 기업들의 전력공급 방안은 세계적인 흐름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가 총 300조 원을 들여 조성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해 정부는 6기의 LNG발전소를 통해 전력을 공급하고 추후 송전망을 건설해 경북의 원전과 호남의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다.

탄소중립 및 RE100 달성을 위한 재생에너지의 대폭 확대, 지역별 산업단지 및 산업 정책을 고려한 재생에너지 확보,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 지원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 최소한의 글로벌 트렌드라도 따라가기 위한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5년짜리 정부가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너무 많이 훼손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설치된 HD현대에너지솔루션의 태양광 모듈.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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