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농도 살고 농지도 보전하고 농촌도 살리고…이걸 왜 안해요?

[소형 영농형 햇빛발전이 일으키는 나비효과 ②] 소형 영농형 태양광이 필요하다

대담: 문경식(전 전농 의장), 권용식(전 전농 광주전남연맹 의장), 최강은(백남기 기념사업회 상임이사), 한동희(전 공주시농민회 회장), 박승옥(햇빛학교 이사장)

이승만을 구해준 김일성과 박헌영

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이 3.8선을 돌파해 전면 남침한 그 날 아침, 이승만 대통령은 경회루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한 달 보름 전인 5월 10일 실시된 대한민국의 2번째 총선에서 이승만의 민국당은 전체 210석 가운데 고작 26명만 당선되는 궤멸의 참패를 당했습니다.

무소속 당선자가 126명으로 60%에 이르렀습니다. 1948년 5.30 총선에 참여하지 않았던 좌우합작 계열, 북한과의 평화통일을 바라는 중도파와 온건 좌파 등 상당수가 국회의원으로 선출되었습니다. 28세의 열혈 청년 정치인이었던 가수 최백호의 아버지 최원봉도 부산 영도에서 이승만 정권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습니다. 최원봉은 요새 흔히 쓰는 영어식 표현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정치인이었습니다.

당시 대통령은 국회에서 간선으로 선출했습니다. 이승만은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나 낚시나 하는 식물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런 이승만을 기사회생시켜 살려준 것이 다름 아닌 김일성과 박헌영입니다. 김일성과 박헌영은 남조선 인민을 억압과 착취로부터 해방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해방은커녕 남북한 모두에서 억압과 착취의 전체주의 폭력체제를 더 강화시키고 인민의 자유와 해방은 최악으로 억압되는 끔찍한 악몽이었습니다.

전쟁과 함께 민주주의를 향한 정치는 종말을 고하고 말았습니다. 더디지만 토론과 대화의 민주주의 정치를 통해 남북통일을 실현시키고자 한 국회의원들은 거의 대부분 빨갱이로 몰려 죽임을 당했습니다. 최백호의 아버지 최원봉도 전쟁으로 임시수도가 된 부산에서 이승만의 정치 테러로 추측되는 의문의 교통사고로 죽임을 당했습니다.

가장 수지맞는 장사, 적대적 공존의 빅데이터 선거산업

자본의 가장 수지맞는 장사는 뭐니뭐니해도 전쟁입니다. 미국의 군산복합체들은 6.25동란을 계기로 2차 대전 후 멈춰 서 있던 공장 라인을 재가동하고 엄청난 떼돈을 벌었습니다. "조선전쟁은 신이 일본에 내린 선물"이라며 뛸 듯이 기뻐했다는 시게 노부루 당시 일본 총리의 말 그대로 일본은 전쟁특수로 패전국에서 경제강국으로 다시 재등장할 수 있었습니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세습 독재정권과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독재정권은 적대하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고 구해주는 적대적 공존 체제를 유지해 왔습니다. 1997년 15대 대선 직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진영이 휴전선에서 무력시위를 해달라고 북한에 요청한 이른바 북풍 사건은 빙산의 일각입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되면서는 남북의 적대적 공존에 더해, 남한에는 보수-진보를 자처하는 2개의 거대 양당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6.25동란 때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소모전인 진지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21세기 들어 스마트폰과 디지털 미디어의 보급 확산은 적대적 공존의 빅데이터 선거산업을 가장 확실하고 수지맞는 돈벌이 장사로 확대시키고 있습니다.

이들 2개 진영의 유일무이한 목적은 선거에서 이겨 권력을 잡는 것입니다. 몇 만 개에 이르는 정부 산하 기관과 공기업의 단기 고액 '어공' 알바 일자리를 전리품으로 챙기는 것입니다. 온갖 부동산 건축 시장과 주식-펀드 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전 산업에 걸친 이권에 개입해 돈을 챙기는 것입니다.

정당이건 대통령실이건 국회의원이건 오직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빅데이터 정치만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조중동'이니 '한경오'니 '신의한수'니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니 신구 미디어들은 이들과 홍보-광고 동맹을 맺은 대행사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날이면 날마다 홍범도, 공산주의, 윤석열, 이재명, 오염수, 처리수, 기득권 카르텔 등등 온갖 키워드를 던져 놓고 지역별, 연령별, 성별 데이터와 연관 검색어 데이터 분석만 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내년 총선 전략에 어떤 주제어가 표를 결집시킬 수 있는지, 어떤 단어가 상대방을 악마화하고 혐오하고 공격하는 데 효과가 있는지 실험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기후위기니 불평등이니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 의제는 안중에도 없는 듯싶습니다. 기후위기와 돈 없는 국민들이 이들에게 광고를 주고 돈을 보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돈을 받고 싸우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바그너그룹과는 정반대로 신흥 광신도처럼 스스로 '좋아요'를 누르고 후원금을 보내는 '개딸'이니 '태극기부대'니 댓글 전투부대도 갖추고 있습니다. 여의도 정치인들, 대학 교수, 관료 등 엘리트 기득권의 이른바 자칭 전문가들도 이 돈벌이 산업에 뛰어든 용병들입니다.

적대적 공존의 싸움판에 끌려 들어온 태양광

히틀러의 망령이 어른거리는 팬덤과 혐오정치의 적대적 공존 선거산업은 준군산복합체, 준전쟁산업체로서 6.25동란이 민주주의를 파괴했듯이 한국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의 엘리트 대의정 체제는 민주주의와는 멀어도 한참 먼 최악의 기득권 나누기 체제입니다. 프랑스 혁명 직전의 앙시앙 레짐(구체제)와 하나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 같은 적대적 공존의 선거정치 산업이 일으킨 극단의 해악 가운데 하나가 다름 아닌 이데올로기화된 '태양광'입니다. 난데없이 태양광이 보수-진보의 전쟁터에 끌려 들어와 정치 쟁점화 되어 버렸습니다. 온갖 태양광 가짜뉴스가 난무하고 한쪽에서는 태양광 하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입니다.

주한미군 "새만금 태양광, 비행작전에 지장"

- 2019. 10. 31. 조선일보 양금식 기자.

새만금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햇빛발전 패널에 반사된 "태양빛이 순간적으로 눈을 멀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조종사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으며 그래서 주한미군이 한국 국방부에 항의 입장을 전달했다는 것입니다.

가짜뉴스의 달인인 조선일보의 짜깁기 기사이자 명백한 가짜뉴스 대표 사례입니다.

그냥 1초만 시간을 내 '공항 태양광' 두 글자를 치고 검색하면 간단하게 팩트체크 할 수 있습니다. 전세계 숱한 공항의 활주로 옆에는 태양광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인천 국제공항, 독일 기벨슈타드 공항, 일본 간사이 공항 등등 활주로 옆에 늘어선 햇빛발전소를 수도 없이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그런 팩트에는 일도 관심 없습니다. 조선일보에 특히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은 그냥 '악마'일 뿐입니다.

▲소형 영농형 태양광 발전. ⓒ한화큐셀

소농이 살아야 농지도 보전하고 죽어가는 농지도 살리고

지난 2월 15일 수요일 2시, 보성농협 대회의실에서 농민들의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김광옥 전농 광주전남연맹 전 의장을 비롯해서 대부분 전농 회원들인 농민 약 40여명이 모였습니다. 토론회 제목은 이렇습니다. '농지도 보전하고 농민도 살리는, 기후위기 시대! 소형 영농형 태양광 입법 촉구 토론회'

농촌태양광과 간척지 태양광을 격렬하게 반대했던 당사자인 농민들이 주체로 나서서 마련한 토론회였습니다.

사실 태양광 악마화는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14년 9월 고시를 개정, 2015년 3월 12일부터 산지태양광과 농촌태양광을 허용하면서 비롯된 일입니다. 태양광 떴다방 투기자본들이 대거 달려들어 산을 깎아 임야를 훼손하거나 농지를 뒤덮는 대규모 산지 태양광과 농촌태양광을 아파트 짓듯이 밀어붙였습니다. 놀란 농민들과 지역주민들이 격렬하게 반대운동을 벌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햇빛발전 전도사를 자처하던 저조차 지역 주민들과 함께 상복을 입고 공주시장실을 점거한 채 임야태양광 반대투쟁에 나설 정도이니 오죽 했겠습니까.

그런데 농업인에 한해 농사를 전제로 1개만 허용하는 100kW 이하 소형 영농형 태양광은 농촌태양광이나 산지태양광과는 백팔십도 다른 태양광입니다. 같은 식물이면서도 독초인 천남성과 식량자원인 옥수수처럼 완전히 종이 다릅니다.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멉니다.

영농형 태양광이란 광포화점 이상이 되면 식물의 광합성은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원리를 이용한 햇빛나누기(solar sharing) 태양광입니다. 농지에 그늘이 지지 않고 대형 트랙터가 자유로이 들락날락할 수 있도록 높이 3m 이상, 가로세로 6m 간격의 지지대 위에 가로가 긴 모듈을 설치하는 것입니다. 서리 우박 등의 피해도 예방하면서 농사와 함께 햇빛 전력도 생산하는 기후위기 대응책 중 하나입니다.

다시 말해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를 보전하면서 농사도 짓고 햇빛발전도 생산하는 일석 삼사조의 태양광입니다. 무엇보다도 농민들에게 연간 약 1천만 원의 기본소득과도 같은 순소득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죽어가는 소농을 살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멸위기 농촌도 살릴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2016년부터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를 건립해 실증 연구를 충분히 해왔고 검증이 끝난 상태입니다. 이제는 대대적인 보급 확대 정책을 실행하기만 하면 됩니다.

국회에는 3년 전부터 농업인 영농형 태양광 지원법 2개가 입법 발의되어 있습니다. 법안심사소위 심사도 거쳤고, 공청회도 열었습니다.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2022년 초 대규모 간척지 태양광을 반대하는 농민들과 농민단체들이 싸잡아서 태양광 자체에 대해 화형식까지 벌이자 입법이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대규모 간척지 태양광과 농촌태양광 건설이 집중된 전남 지역 농민들, 특히 전농 광주전남연맹의 반대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바로 그 광주전남지역 농민들이 결자해지의 해결사로 소형 영농형 태양광 입법을 촉구하는 주체로 나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주권자로서 농민들이 직접 기후위기와 식량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과 태양광 전면 중단 사태의 돌파구를 제시하고자 과감하게 좌고우면하지 않고 결단한 것입니다.

지금은 전농을 비롯한 농민단체 가운데 소형 영농형 태양광을 공식 반대하는 곳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농들이 죽어가고 사라지고 있는데, 농지보존이 최우선이라고 소형 영농형 태양광을 반대한다면, 이는 농민단체 자격도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름을 '농지 단체'로 바꾸는 게 나을 것입니다.

농지도 보전하고 소농도 살 수 있는 농민연금, 소형 영농형 태양광

지난 8월 18일 비대면 화상으로 문경식 전 전농의장, 권용식 전 광주전남 전농 의장, 최강은 백남기 기념사업회 상임이사, 한동희 전 공주시농민회 회장 등이 대담을 가졌습니다. 태양광 전면 중단 상태인 현재의 영농형 태양광 입법 현황을 파악하고 어떻게 하면 소형 영농형 태양광 입법을 추진할지 모색해보는 자리였습니다.

다음은 대담 참석자의 핵심 발언 요지입니다.

▲지난 18일 문경식, 권용식, 최강은, 한동희, 박승옥은 줌을 이용한 화상 회의를 했다. ⓒ박승옥

문경식: 전남 지역에는 간척지와 평야에서 수만평씩 논농사를 짓는 대농들이 많습니다. 자기 소유 논도 있지만 대부분의 농지를 임차해서 농사를 짓습니다. 이 분들이 주로 영농형 태양광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소형 영농형 태양광 지원법은 농업인 1인당 1개의 영농형 태양광만 허용한다고 설명하면, 아니 그러면 별 문제 없고 찬성한다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입법이 지체되는 것은 법안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탓도 큰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지금 농촌 소멸이 큰 문제 아닙니까? 농민이 소득이 있어야 농촌이 살고 도시의 청장년도 농촌으로 귀농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형 영농형 태양광은 소농도 살리고 소멸 위기 농촌도 살리고 농지도 보전하는, 그야말로 농민 기본소득과도 같은 것입니다. 소형 영농형 태양광이야말로 농촌과 농민에게는 희망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입법이 돼야 합니다.

권용식: 제가 알기로 전농은 대의원대회 등 어떤 단위에서도 소형 영농형 태양광에 대해 반대한다는 공식 결의를 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대규모 간척지 태양광과 농촌 태양광을 반대하다보니 은연중 태양광에 대한 반대 정서가 농민회원들 사이에 확산되어 있는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소형 영농형 태양광 지원법에 대해 세부 내용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부재지주 문제나 임차농 문제 등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토론회나 간담회 등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최강은: 자료를 보니 윤석열 정부도 영농형 태양광을 추진한다고 공식화하고 있고 농식품부 장관도 추진 의지가 강한 것 같습니다. 농민들이 나서서 국회 농해수위 위원들과 간담회 등을 가지면서 입법 촉구 활동을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한동희: 공주시 농민회원들을 포함해서 공주 지역 농민들 2백여명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소형 영농형 태양광 입법에 대해 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농민회 간부 1명만 빼고 전원이 제발 빨리 법이 통과되면 좋겠다, 통과되면 제일 먼저 나부터 연락 좀 하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우리 농민들이 직접 이번 국회 회기 내에 영농형 태양광 지원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나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소형 영농형 태양광은 죽어가는 농민, 농촌, 농업에 생명수를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에서 돌파구가 충분히 될 수 있습니다. 끝.

* 이 글은 웹진 <나비>의 '기후@나비'에 동시 게재됩니다.(☞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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