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지진이 덮친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피해 지역 여자 어린이들이 강제 결혼 및 성폭력 위험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 모로코 매체 <헤스프레스>, <모로코 월드 뉴스> 등은 현지 소셜미디어(SNS)에서 지진 피해 지역 여아들에 대한 강제 결혼과 성폭력을 장려하는 선동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지의 인기 있는 소셜미디어 게시판엔 피해 지역 여아들과의 결혼은 "선행"이며 이들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게시글이 등장했다. "노출이 많은 옷을 입고 돈을 낭비하는" 이른바 "도시 소녀"보다 피해 지역 소녀들과 같이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는 소녀들과 결혼하라"는 것이다. 이번 지진 피해는 아틀라스 산맥 지역에 위치한 작은 마을들에 집중됐다.
소셜미디어에선 지진 피해 지역 소녀들과 강제 결혼하거나 성폭력을 가할 목적으로 해당 지역에 진입하려는 남성들의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자원봉사자로 알려진 다수의 남성들이 어린 소녀들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 촬영한 사진 및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고 있으며 결혼을 요구하기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 성인 남성은 10살 남짓한 여자 어린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하며 "그녀는 나와 함께 (카사블랑카로) 가고 싶어 하지 않지만 더 자라고 나서 결혼하겠다고 속삭였다. 사랑해"라고 적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 14일엔 남동부 에라시디아 경찰이 소셜미디어에 피해 지역 소녀들에 대한 성적 착취를 조장하는 글을 올린 혐의로 20살 남성 대학생을 체포했다. 그는 최근 소셜미디어에 어린 소녀들을 성폭행하기 위해 지진 피해 지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온라인에 공유된 어린 소녀들의 사진을 특정해 입양하겠다며 이들을 찾아주기를 요구하는 소셜미디어 게시글도 등장해 인신매매 우려도 커지고 있다.
모로코 출신 페미니스트 활동가이자 비영리단체 '폴리틱스포허(Politics4Her)' 설립자 야스미나 벤슬리마네는 알자지라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젠더 기반 폭력과 착취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바로 그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폴리틱스포허는 성명을 통해 지진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젠더 폭력에 대해 경고하고 월경과 임신 등 여성들이 겪는 문제에 대해서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모로코 당국은 지난주 온라인에서 여성과 아동 지진 피해자에 해를 입히는 게시물들이 감지됐다며 인신매매 관련 신고를 당부하고 관련 사건을 사법 당국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오후 11시께 모로코 마라케시 남서쪽 75km 지점 아틀라스 산맥 지역에서 규모 6.8의 지진이 발생해 2900명 이상이 숨지고 6천 명 가까이 다쳤다.
한편 지난 10~11일 폭풍 다니엘의 영향으로 적게는 4천 명 가까이, 많게는 2만 명 가량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는 리비아 북동부 데르나 지역 생존자 수백 명이 18일 당국에 책임 규명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일부 시민들이 현재는 정직된 홍수 당시 데르나 시장의 집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무정부 상태인 리비아에서 안전 경고가 지속됐던 인근 댐 두 곳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붕괴하며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며 시민들은 이에 대한 진상 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이 지역 모스크 앞에서 열린 시위에 참가한 주민 타하 미프타흐(39)는 의회를 비롯해 "정부가 위기 관리에 실패했다"고 비판하며 재건이 "국제적 감독 아래"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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