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주가 다섯배' 따위로?…삼부토건이 전국민에 내민 기막힌 '청구서'

[박세열 칼럼] 삼부토건의 '나비효과'

세상에 기적이란 것은 없지만 우연은 얼마든지 있다. 숲속에 툭 떨어진 마른 열매 하나가 온 숲을 공포에 몰아넣는 사태로 발전할 수도 있다. 어느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다. 마른 열매 하나가 떨어졌다. 그 소리에 놀란 여우가 도망치기 시작했다. 호랑이가 여우를 보고 위험을 직감하며 뛰기 시작한다. 호랑이가 뛸 정도면 엄청난 일이 발생했을 것이라 짐작한 숲속 동물들이 전부 뛰기 시작했다. 숲은 태고 이래 가장 위태한 상황을 맞이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이 벌어진 후 이준석과 윤석열을 위시한 국민의힘 인사들은 '넌 어느편이냐'고 물으며 '사상 검증'을 시작했다. 윤석열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그 무렵부터였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의 꿈이 고개를 쳐든 게.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핵심인물이자 김건희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 인베스트먼트 대표가 2023년 5월 14일 '멋쟁해병'이라는 이름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삼부 내일 체크하고"라는 메시지를 보낸데서 세상에 알려진다. 해병대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이 불거지는 와중에 튀어 나온 엉뚱한 팩트 한 조각이었다. 하지만 농담같진 않았다.

그때 그들도 알았을까. 삼부토건 주가 조작 사건이 동북아 정세의 급변침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삼부 체크' 시점에 삼부토건 주가는 1013원이었다. 문자 이틀 후인 5월 16일 우크라이나 영부인이 한국을 찾아 김건희를 만난다. 그리고 5월 19일, 주가는 1151원으로 뛰었다. 그주 주말이 지난 22일, 국토부장관 원희룡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한다. 삼부토건의 이응근 대표가 거기에 동행했다.(이응근은 김건희 특검에 의해 지금 구속된 상황이다.) 22일 주가는 1496원을 찍었고, 24일엔 2115원을 찍었다. 두배다. '삼부 체크'한 분들의 주머니 사정도 좋아졌을 것이다.

'삼부 체크' 두달 후인 2023년 7월 14일(한국 시간으로는 15일 새벽 3시) 윤석열과 김건희는 폴란드 국경지대에서 극비리에 우크라이나 키이우행 열차에 올라탄다. 우크라이나행 열차에는 대한민국 안보 수뇌부가 모두 타고 있었다. NSC 의장 대통령과 NSC 상임위원장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NSC 사무처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열차 왕복 27시간 + 체류 11시간' 동안 우리 군의 호위도 없이 낯선 땅이 주는 비장함에 취해 있었다.

장장 14시간이 걸려 키이우에 도착한 김건희 부부는 11시간 동안 그곳에 머물면서 전장을 돌아봤다. 이역만리 전장에서 윤석열은 뜬금없이 이순신의 "사즉생 생즉사"를 인용했고, 같은 시각 한국에선 전례없는 폭우로 인해 50여 명이 사망, 실종됐다.

윤석열과 김건희가 한국시간으로 16일 젤렌스키 부부를 만나고 있을 때, 한국에선 17일 삼부토건 주가가 5010원을 찍었다. (장중 5500원까지 올랐다) 그 두 달 동안, 주가조작 세력은 판돈의 다섯 배를 벌어들였다. 조성옥 등 삼부 전현직 실소유주들은 유관 기업 웰바이오텍 주식 폭등까지 600억 원 이상 이익을 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가조작 일당들은 김건희와 그 일파 덕분에 떼돈을 벌어들였지만, 그 후 벌어진 '나비효과'는 더이상 주식시장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주가 조작 세력들이 '우크라이나의 우방'을 자처하고 있을 때, '재건 사업' 같은 '판타지'성 떡밥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돈잔치를 벌이고 있을 때, 러시아의 푸틴과 북한의 김정은은 눈이 맞았다.

1990년대 북한 핵개발로 비롯된 한반도 핵위기 이후, 1991년 소련에서 공산당이 붕괴한 이후, 러시아는 북한과 관계를 사실상 끊었었다. 그리고 한국과 경제적 이익 관계로 얽혔고, 냉전 후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관계를 격상시켜 왔다. 한국은 러시아에 제조업 부문의 완성재를 수출하고 러시아는 한국에 천연자원과 원자재를 수출했다.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던 김 씨 일가는 러시아를 보며 입맛만 다시고 있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키자 윤석열 정권은 '우크라이나 재건'이라는 떡고물을 내걸고 돈키호테가 됐다. '자유진영의 투사'로 변모한 한국에 러시아는 경악했다. 내친김에 윤석열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수도 있다'며 외신 인터뷰를 했다. 러시아는 "한국의 무기 공급은 러한 관계를 파괴할 것"이라고 했다. 한러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노태우 정권이 초석을 다진 30여년의 북방외교 노력이 와르르 무너지고 있었다.

이 모든게 삼부토건 주가조작 세력들이 김건희를 이용해 '꿀단지'를 핥고 있을 때 벌어지고 있던 일이었다.

김정은은 그 벌어진 틈새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러시아는 그런 북한을 철저히 이용했다. 김정은은 러시아를 위해 젊은이들의 피를 수출(파병)하고, 러시아는 그 대가로 북한에 '방공망'과 '관광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김정은에게 '방공망'은 절실했다. 윤석열 정권이 평양에 조악한 드론기를 띄워보내 한껏 북한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지금, 러시아는 북한에 방공망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6.25때 미군 폭격의 트라우마에 시달린 후 전국토를 참호로 만들며 '방공망'의 꿈을 놓지 않던 게 김일성이다. 그 김일성도 못 한 일을 김정은이 해내고 있다.

북한 출신인 <동아일보> 기자 주성하는 이렇게 한탄했다. "이게 고작 삼부토건 때문이라니."

"거덜난 자금줄을 부여안고 푸틴에게 끊임없이 구애를 보내던 김정은에게 뜻밖의 동아줄이 생겼다. (...) 지금에 와선 북한을 둘러싼 동북아, 나아가서 세계의 역학 구도가 무너져 김정은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새 판이 짜여졌다. (...) 김정은의 소생을 도운 이 사건이 고작 삼부토건 주가를 다섯 배 올리기 위한 작전이었다는 게 밝혀진다면 정말 눈이 돌아갈 일이다."(주성하 기자 페이스북)

뒤죽박죽 판타지 괴기 호러물이다. 우크라이나는 70년 전 소련 소속으로 북한을 도와 한반도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그 우크라이나를 위해 윤석열은 기꺼이 '십자군'이 돼 주었다. 이순신 정신을 끌어와 성전을 벌일 것처럼 뛰어다녔다. 그 암막 뒤에선 영부인을 등에 업은 '양아치' 세력들이 주가 조작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임진왜란과 냉전 시대를 넘나들던 이 '자유의 용사'는 망상가였을지언정, 그 망상가를 등에 업은 범죄자들은 이문에 지독히도 밝았다.

권력 주변인들에 의해 만신창이가 된 삼부토건의 기업 주가는 347원에서 거래 정지상태다. 법정 관리에 돌입했다. 이 허무한 숫자 앞에서 우린 '우연'이 주는 기막힌 쓴맛을 글로벌 차원에서 보고 있다. 윤석열과 김건희, 사적 욕망과 망상의 끝은 가늠할 수가 없다. 이게,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엉망이 된 배경에, 정말로,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이 '브금'처럼 깔려 있단 말인가? 이 고약한 농담을 부인할 수가 없단 말인가? 고작 '주가 다섯배' 때문이라는 말인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6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귀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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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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