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생님 살려내" 대전 교사 '갑질 의혹' 학부모 음식점 영업중단

사망교사, 생전 악성민원에 고충 … 생전 글에선 "교사들에게 희망을"

학부모 악성민원에 시달리다 지난 5일 생을 마감한 대전 초등교사와 관련, 생전 고인에게 악성민원을 제기했던 학부모 중 한 명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음식점이 시민들의 질타 끝에 영업이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음식점의 프렌차이즈 본사 A사는 지난 9일 SNS 공지를 통해 "(문제가 된) 대전 가맹점 관련 내용을 신속하게 확인 중"이라며 "이유를 불문하고 내용이 확인될 때까지 영업 중단 조치 중이며, 향후 사실관계에 따라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사 측은 고인과 관련해서는 "더 이상 이런 아픔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라며 "유명을 달리하신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분들에게 깊은 애도의 말씀 드린다"고 덧붙였다.

A사의 이 같은 대응은 지난 8일 고인의 사연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 내에서 일어난 불매 움직임 때문이다.

고인의 사망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 가해 학부모 4인 중 일부가 운영하고 있다고 알려진 사업장 두 곳의 정보가 공유됐고, 이에 불매, 온라인 별점테러는 물론 현장 쪽지시위 및 음식물 테러까지 일어나는 등 시민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두 사업장의 온라인 후기 페이지에는 별점 1점과 함께 '괴롭힘으로 사람을 죽였다', '뿌린 대로 거둘 것'이라는 등 학부모의 악성민원 제기 의혹을 비난하는 후기들이 줄을 이었다.

일부 시민들은 직접 가게를 찾아가 출입문 등에 항의 쪽지를 붙여놓기도 했다. 이날 해당 가게 출입문 및 벽면 등에는 '살인자, 당장 떠나라', '당신이 죽인 거다', '아까운 우리 선생님을 살려내라'라는 등의 문구를 담은 쪽지들이 붙어있었다.

지난 8일 밤에는 일부 시민이 계란, 밀가루, 케첩 등을 해당 가게 출입문 앞에 뿌려놓는 등 음식물 테러가 일어나기도 했다. 본사로부터도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해당 가게는 현재 부동산 시장에 특급매물로 나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오후 악성민원으로 세상을 뜬 대전 초등 교사와 관련 가해 학부모가 운영한다고 알려진 유성구 한 가게 앞에 비난을 담은 시민들의 쪽지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고인, 생전에 "교사들에게 희망을" 구조바꾸려 노력했지만

대전 소재 한 초등학교에서 재직 중이던 고인은 20년 경력의 초등교사로, 지난 5일 자택에서 다친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지난 7일 끝내 숨졌다.

경찰은 고인이 오랜 스트레스 끝에 극단적 선택을 내렸다고 추정하고 있는 가운데, 대전교사노동조합은 8일 고인이 약 4년간 학부모의 악성민원에 시달려왔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7월 초등교사노조의 교권 침해 사례 모집에 자신의 사례를 직접 작성해서 제보하기도 했다.

지난 9일 노조가 공개한 해당 제보 글에는 2019년 당시 고인의 학급 학생 4명이 교사의 지시를 듣지 않고 같은 반 학생을 지속적으로 괴롭힌 일, 교사의 생활지도 후 이어진 학부모들의 아동학대 고소 건 등 문제가 된 학생 및 학부모들의 행위가 자세하게 적혀있었다.

지속적으로 교사의 지시를 무시하고 같은 반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한 학생 학부모의 경우, 고인이 학생을 제지하기 위해 학생의 몸에 손을 대자 '아이 몸에 손을 댔고 전교생 앞에서 아이를 지도해 불쾌하다'며 민원전화를 걸기도 했다.

이후로도 이어진 학생의 문제행동에 교사가 생활지도를 하자, 학부모는 국민신문고와 지역 경찰서에 고인을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했다. 교육청 장학사의 조사 결과 고인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 일로 고인은 이후로도 심각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고인의 제보 글에선 지난 7월 '서이초 사태' 이후 지적되고 있는 '교육현장 구조의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했다.

고인에 따르면 일부 학부모가 사과를 요구하며 찾아오는 등 문제행동을 보일 때 '교감과 교장 등 학교관리자는 아무 도움도 주지 않았고', 고인은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아동학대 조사 기관인 '세이브 더 칠드런'의 경우 교육현장에 대한 이해 부족을 보이며 고인의 지도활동을 실제 '정서학대'로 경찰에 넘기기도 했다.

결국 고인은 여러 방면으로 자기구제에 힘썼고, 이후 이 같은 경험을 선례로 제보하며 교육현장 구조 변화에도 뜻을 품었으나, 끝내 그 고충을 감당하지 못한 것으로 짐작된다.

고인은 제보 글 말미에 "서이초 사건 등 모든 일이 잘 마무리되어 교사들에게 희망적인 교단을 다시 안겨주었으면 좋겠다"라고 적었지만, 해당 글을 작성한 뒤 약 한달 반 만에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됐다.

▲악성민원으로 세상을 뜬 대전 초등 교사의 유족들이 9일 오전, 교사가 재직하던 유성구 한 초등학교에 교사의 영정사진을 들고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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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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