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핵심은 국민연금 '강화'에 있다

[연금개혁, 어떻게?] 모든 이의 존엄한 노후를 위하여

정부 재청추계상 2055년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된다. 연금개혁은 불가피하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정부는 오는 10월 국민연금 계획안을 발표한다. 다만 그 방향이 어떻게 설계될지는 미지수다. 현장에선 소득대체율인상론(진보)과 재정안정화론(보수)이라는 양론이 평행선을 달린다. 한편 올 4월엔 '미래세대·일하는시민의 연금유니온'이 출범하면서 기존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과 노선을 달리 하는 진보진영 내 새로운 연금개혁론이 가시화됐다. 국민연금의 보장성과 지속가능성 등을 두고 부딪히고 있는 진보 내 양측의 주장을 <프레시안>이 함께 싣는다. 편집자

최근 출범한 미래세대·일하는시민의 연금유니온(이하 연금유니온)은 "진보의 연금개혁 새 흐름"을 표방하고 있다. (관련기사 ☞ 연금개혁에 있어선 진보도 보수도 '기성'이다)

일단 환영할 만하다. 가뜩이나 정치권이나 전문가가 주도하고 있는 연금개혁 논의에서는 시민사회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 또한 각기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의견을 교류하다보면 미처 고려하지 못한 사각지대를 발견할 수도, 더 좋은 대안을 도출할 수도 있다.

다만 '진보의 새 흐름'이라는 자평과 이들 단체의 주장에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제대로 된 논쟁을 위해서는 먼저 '새 흐름'과 '기존 흐름' 간 입장의 차이가 어디서 나타나는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명목소득대체율 강화 VS 실질소득대체율 강화?

미래세대·일하는시민의 연금유니온(이하 연금유니온)은 진보진영 내의 입장 차이가 '명목소득대체율을 상향할 것인가, 실질소득대체율을 상향할 것인가'에 따라 나뉘는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왜곡이자 자의적인 프레임이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하 연금행동)은 2015년 출범 당시부터 명목소득대체율 상향뿐 아니라 비정규 저임금 노동자와 도시지역 가입자, 청년, 여성, 실직자 등을 위한 보험료 지원과 크레딧 지원 확대를 강조해 왔으며, 구체적인 요구와 실천 활동을 전개해왔다. 다시 말해 연금행동과 연금유니온 간의 핵심적인 입장 차이는 '명목소득대체율 상향에 대한 찬반'이지, '명목소득대체율 대 실질소득대체율'이 아니다.

연금유니온은 명목소득대체율을 강화할 경우 노동시장 중심부에 있는 사람들에게 혜택이 더 돌아가고, 미래세대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말한다. 이는 2007년 정부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까지 삭감했을 때의 주요 논리이기도 하고, 국민연금의 재정불안정을 강조하는 보수진영이 흔히 활용하던 시각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질소득대체율을 끌어올리더라도, 명목소득대체율이 낮다면 국민연금으로 안정적인 노후를 대비할 수 없다. (관련기사 ☞ 국민연금, '더 많이 가진 자'가 부담을 나눠야 한다)

명목소득대체율을 높이면 안 된다는 주장이 진정으로 미래세대를 위하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지금의 2030세대도,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도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 미래세대가 더 이상 일할 수 없을 시점에 안정적인 수입원으로 작용할 국민연금을 약화시키자는 주장이 정말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이라고 볼 수 있을까?

국민연금 소득으로 노후를 보낼 수 있다고 안심할 수 있어야 국민연금이라는 제도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다. 그 신뢰를 바탕으로 가입자들은 보험료를 납부함으로써 제도에 기여한다.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받을 권리는 그렇게 강화될 수 있다. 이는 개인적으로 노후를 준비하기 어려운 보통사람들에게 더욱 중요하다.

근본적인 입장 차이는 국민연금 강화 vs 국민연금 약화

명목소득대체율에 대한 입장 차이는 보다 근본적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다.

'천문학적인 재정 불균형'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연금유니온의 입장은 결국 '더 내고, 늦게 받는' 개혁으로 모아진다. 연금유니온은 현재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0% 유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 수지균형의 관점에선 언제든 위협받거나 폐기될 위험이 있다. 고령화 심화에 따라 국민연금 급여를 연동해 삭감하는 자동안정화 도입을 주장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을 지닌다.

재정문제가 아니더라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역진적이라고 주장한다면, 결국 '최대한 삭감하는 것이 역진성을 해결하는 해법'이라는 논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수지불균형이라는 인식과 '더 내고, 덜 받고, 늦게 받는' 식의 재정 해법은 결국 보수진영의 재정안정화론과도 그 입장이 모아진다. 즉 연금행동과 연금유니온의 근본적인 입장 차이는 국민연금을 강화할 것인지, 약화할 것인지의 차이다.

보험료 대폭 인상과 실질소득대체율 인상 주장의 부조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참여연대, 여성단체연합,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노년유니온 등이 함께하고 있는 연금행동은 2018년 연금개혁 과정에서 국민연금 보험료를 10년간 단계적으로 12%까지 상향하는 인상안을 제시했다.

단 전제가 있다. 국민연금이 제도 취지와 목적에 맞게 노후소득을 보장해야 하며(소득대체율 상향), 국민연금에 배제돼 있을 뿐 아니라, 보험료가 인상되면 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도시지역가입자와 저임금비정규노동자, 청년과 여성, 실직자 등에게 보험료와 크레딧 지원 강화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금유니온은 수지균형의 관점에서 국민연금의 재정안정 개혁을 강조한다. 노후소득은 국민연금이 아닌 퇴직연금의 역할에 기대를 건다. 그리고 보험료 대폭 인상과 수급연령 상향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이 같은 연금유니온의 실질소득대체율 강화 주장은 반가우면서도 조화롭지 못하다는 느낌을 준다. 현실에서 보험료 인상에 대한 압박은 매우 강하지만, 보험료 지원과 크레딧 확대 주장은 여전히 미약하기 때문이다.

병렬적 주장이 돼서는 곤란하다. 연금유니온의 실질소득대체율 강화 주장이 재정안정을 위한 보험료 대폭 인상 주장에 대한 면피성 용도, 혹은 연금행동의 소득대체율 상향 주장에 대한 '물타기' 용도로만 활용되지는 않기를 바랄뿐이다.

국민연금 개혁방안에 대한 의견이 여러 갈래로 나뉘는 것은 우리가 그 무엇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10년 전 우리 사회와 현재 우리 사회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발전과 변화가 이뤄졌다. 기술발전 뿐 아니라 다양한 삶의 방식이 변화했다. 동시에 크게는 인구구조, 환경문제에서 개인으로서는 각종 사고와 실업까지 도처에 각종 불안이 도사리는 것만 같다.

상황을 낙관하며 지금에 안주하자는 것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제도의 효용성을 따져 묻자는 것도 아니다. 변화에 발맞추어 제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틀린 그림 찾기가 아니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함께 그려나갈 미래를 찾아야 한다.

▲ 국민연금공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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