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밝힌 한미 연합 군사 연습 축소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국방부에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와 관련된 사항을 협의하러 왔다고 밝히는 등 이행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18일 오후 브런슨 사령관은 서울 용산에 위치한 국방부 청사에 방문했다. 그는 국방부를 찾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를 보지 않았느냐"며 "이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왔다"고 답했다고 JTBC를 비롯한 다수의 매체가 보도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국방부에 도착해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약 20분 면담을 가진 뒤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 본인 계정에 "북한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에 기반했을 때, 나는 미국이 한국과 연합 군사 연습에 참여하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라며 "취소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기 때문에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에게 연합 군사 연습을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라고 밝혔다.
브런슨 사령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메시지를 이행하기 위해 국방부를 찾은 것이라면 17일 시작된 한미 연합 군사 연습인 '을지프리덤실드'(UFS)의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실제로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미 전쟁부 관계자 역시 17일 UFS 및 한미 양자 훈련에 대한 최신 성명에서 "전쟁부는 최고사령관의 지시를 적극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변경사항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과는 다른 내용이었다.
이에 이번 훈련 기간에 계획된 14건의 야외기동훈련(FTX)의 횟수가 줄어들거나 한국군과 미군이 훈련을 각각 실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양국이 이미 시작된 훈련을 축소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언급이 현실화되면서 북한과 접촉이 이뤄질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7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응답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내용을 공유받은 적 있냐는 질문에 "한미 양국은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일관하게 밝혀 왔다. 대화 재개 노력을 포함한 대북정책 전반에 대해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유지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훈련 축소 발언에 한국이 이란 전쟁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포함돼 있어, 북한보다는 한국을 겨냥한 메시지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의 이란 전쟁을 지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과 대규모 훈련을 할 이유가 없다는 식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대통령이 이란 전쟁에 개입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면서 "나는 한국을 돕고 싶지만, (내가 미국을) '도와주시겠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이 대통령이) '괜찮습니다'라고 거절한 상황" 이라며 "그런데 우리는 그 나라를 보호해 주고 있고, 그들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까지 지켜주기 위해 우리 돈 수십억 달러를 직접 지불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첫 번째 집권 당시 한국이 미국에 자신들을 보호하는 비용으로 수십억 달러를 지불하도록 했지만 바이든 정부가 이를 철회했다는 주장을 하면서 "하지만 우리가 모든 나라를 보호할 수는 없다. 특히 그들이 우리를 도와주지 않을 때는 더욱 그렇다. 내가 원하는 건 공정함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상신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은 18일 발간한 자료에서 "트럼프는 취임 직후부터 꾸준히 김정은과 대화를 시도해 왔으며, 이미 NSS(국가안보전략)에서 북한 비핵화가 사라진 시점에서 좀 더 실질적인 정책 변화는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라며 "불만족스러운 이란과의 전쟁 결과를 한국을 비롯한 동맹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분석은 지나치게 피상적이며 설득력이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통일연구원이 지난 4월 조사한 ‘KINU 통일의식조사 2026’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 반대한 응답이 77.2%(다소 반대 43.8%, 매우 반대 33.4%)로 압도적이었다"며 "또한 일본과 유럽의 동맹국 중 어느 나라도 이란과의 분쟁에 직접적으로 참가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이 국내법의 제약을 무릅쓰고 이란에 파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라고 짚었다.
그는 "이런 점은 미국 정부도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며,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파병과 북한 문제를 연계시킬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반응"이라며 "북한은 대화의 가능성을 부정하지는 않으나, 대화의 의제로 비핵화가 오르는 것에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트럼프의 훈련축소 지시가 새로운 북미 대화의 계기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북한과 미국이 새로운 대화의 의제를 발굴하고, 그 과정에서 한국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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