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양해각서 연장 일축…'출구 없는 대치' 치닫는 이란전

이란, "완전 공세" 군사 위협 강화…'지지율 추락' 트럼프, 오만에 "폭격" 화풀이도

미국과 이란 양쪽이 종전 양해각서(MOU) 연장 가능성을 일축하며 이란 전쟁이 출구가 보이지 않는 대치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영국 BBC 방송을 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종전 양해각서 연장을 모색하고 있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백기를 들고 항복해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란과의 전쟁에 "정해진 일정은 없다"며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장기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란 또한 양해각서 연장 논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ISNA> 통신을 보면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7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양해각서에 서명한 지 불과 몇 주만에 협정 내용을 심각하고 광범위하게 위반했기 때문에 협상은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 따라서 60일이라는 기간은 완전히 의미를 잃었다"고 말했다.

양해각서는 양국이 협상을 진행해 60일 내 최종합의를 도출하기로 했고 상호 합의 땐 기간 연장이 가능하다고 명시했는데 미·이란 양쪽 모두 연장 가능성을 일축함에 따라 재대결 위험이 커지게 됐다. 60일 시한은 17일 만료된 상황이다.

미국은 일단 군사 위협보단 경제 압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번 주 이란에 대해 "국가 경제를 고립시키는 역사상 전례 없는 조치"가 발표될 거라고 지난 13일 미 뉴스맥스를 통해 예고했다.

그는 미국이 군사작전인 "장대한 분노(Epic Fury)에서 경제적 분노(Economic Fury)"로 초점을 전환했고 "대통령 명령에 따라 그 수위를 다시 한 번 높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부터 군사 위협을 삼가고 이란의 취약한 경제를 강조하며 방향 전환을 시사 중이다. 이러한 변화는 복수 외신이 미 장거리 및 방공 미사일 부족을 보도한 뒤 이뤄졌다.

전문가들이 이란이 제재를 견뎌 온 역사를 지적하며 경제 압박의 즉각적 효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 원유의 대부분이 향하는 중국 기업과 은행에 대한 제재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기업·금융에 대한 제재가 가해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에선 보다 직접적인 군사 위협이 나오고 있다. 이란 고위 당국자는 17일 <로이터>에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짐에 따라 이란이 군사적 "완전 공세" 태세로 전환할 거라고 밝혔다. 그는 "이란이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행동을 취할 준비가 돼 있으므로 이란 기관들은 호르무즈 해협과 더 넓은 역내 긴장 고조에 대비해야 한다"며 외교적 노력 실패 때 이란이 미 해상봉쇄를 뚫기 위해 "시기적절하고 정밀한" 군사 공격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이란혁명수비대(IRGC) 정치국장 야돌라 자바니는 16일 이란 국영 방송에 "적이 전쟁을 시작했고 우린 방어해 왔지만 공격적 성격도 가질 수 있다"며 구체적 설명 없이 상대방이 "전략적 놀라움"을 예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쪽이 끝이 보이지 않는 경제·군사 대치로 향하는 가운데 17일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에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 관리를 두고 협상 중인 오만을 "폭격"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애꿎은 오만에 분풀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네이트 스완슨 선임연구원은 "궁극적으로 오만을 향한 그(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은 자신이 만든 상황에서 더 이상 좋은 선택지가 없다는 좌절감을 반영한 데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며 "그저 반사적 화풀이로, 이번엔 오만이 표적이 된 것 뿐"이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만을 두고 트럼프 행정부 내 의견이 분분하다고 전했다. 신문은 일부 고위 참모들은 오만이 이란 편을 들고 있다고 비공개적으로 비난 중이라고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설명했다. 다른 이들은 오만과 이란의 오랜 유대 관계가 중재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 중이라고 한다. 이란과 오만 합의가 성립할 경우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협상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책임 전가를 위해 오만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에 폭격 발언 관련 오만에 대한 인내심이 바닥났냐는 질문을 받고 "아니다"라며 "그들이 그렇게 잘 한 것 같진 않지만 다른 일들처럼 그들도 아주 쉽게 처리할 수 있다"고 답했다. 오만의 어떤 행동이 문제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11월 중간선거가 세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에 인기 없는 이란전을 질질 끌 여유가 없다는 신호는 계속해서 발신 중이다. 14~17일 미국 성인 1166명을 대상으로 수행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새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이란전 발발 약 3주 뒤인 3월 말 36%로 하락한 뒤 4월 말엔 34%로 추가 하락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이번 조사에서 33%로 떨어졌다. 응답자 80%가 이란 전쟁이 장기화될 것으로 봤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전쟁 대응 방식에 찬성하는 응답은 27%에 불과했다.

해당 조사에서 등록유권자 중 오늘 선거가 치러진다면 민주당에 투표하겠다는 비율이 41%로 공화당(36%)을 앞섰고, 유권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가 생활비(47%)인 가운데 생활비 문제를 더 잘 다룰 수 있는 정당으로도 민주당(38%)이 공화당(31%)에 앞섰다.

▲13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시민들이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 공격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전 최고지도자의 초상이 그려진 벽 옆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김효진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