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정수 축소' 주장에 민주당 "이럴거면 대표 1명씩만 있으면 돼" 일침

국회 전원위, 사흘째 난상토론…野 '지역구 줄여 비례대표 강화' vs 與 '도농복합 중선거구'

선거제도 개혁 논의를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가 12일로 사흘째 토론을 이어갔다. 연단에 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역구 의원 수를 줄여 권역별·연동형 등 비례대표제를 강화하자는 주장을 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주로 도농복합형 선거구제에 찬성 의견을 밝혀 대조를 이뤘다. 여당 지도부의 '가이드 라인'에 따른 여당의 의원 정수·비례대표제 축소 주장과 이에 대한 비판도 사흘째 반복됐다.

민주당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지역구 줄여 비례대표 늘려야"

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12일 국회 전원위에서 "지역구 의원 정수와 비례대표 의원의 정수를 4:1. 즉 240석 대 60석으로 조정해 비례성을 조금이라도 개선하자"며 "전국을 6개 권역으로 구분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비례의원 정수는 인구 수대로 배분하되 지방, 농어촌 지역에 2배의 가중치를 부여해서 산정하자"고 제안했다. 비례대표 후보 공천 과정에 대해 김 의원은 "권역별 비례 후보의 순위는 각 정당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되 권역에 따라 석패율제를 도입할 수 있는 '개방-폐쇄 혼합형' 방식으로 해 지역독점 구도를 완화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자"고 했다.

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저는 국민 수용성에 주목해 300석 의원정수와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3 대 1, 225석 대 75석으로 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발의했다"며 "지역구 의석을 약 10% 정도만 줄여서 국회의원들의 수용성도 감안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7대 특별시, 광역시에만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하는 것도 중대하게 고민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며 "다만 3인 내외 중선거구제는 거대 양당의 나눠먹기로 다양성을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에 4인~6인, 또는 그 이상의 대선거구제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문진석 의원도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최소 4 대 1(240 대 60)로는 해야 한다"며 "다음 선거제 개편시 그 비율을 2 대 1(200 대 100)로 하고 최종적으로는 1 대 2(100 대 200)로 맞추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개편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위성곤 의원은 "전국을 6개 권역으로 구분하고 각 권역에 9석의 비례대표석을 기본으로 배정하자"며 "총 300석의 의석 중 지역구 의석 7석을 줄여 지역구는 246석, 비례대표는 54석을 기준으로 하는 안"을 제안했다. '검수완박' 입법 당시 민주당에서 탈당한 무소속 민형배 의원은 "소선거구제 및 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되 지역구와 비례 의석 수를 1:1로 하자"고 했다.

민주당 맹성규 의원은 "연동형 권역비례제를 도입한다면 양당 독점이 아닌 다양한 정당의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다. 석패율제를 도입하면 승자독식 선거구제의 사표 문제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며 "여성, 청년, 장애인 등에 대해 우선권을 부여하는 개방형 명부제를 도입한다면 다양성 역시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맹 의원은 구상 중인 지역구 의원과 비례 의원의 비율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의석 수 확대는 정치 제도 논의의 본질을 마저 앗아가버리는 블랙홀"이라고 강조한 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지역구 의원 축소까지를 포함한 권역별 비례제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고 해 지역구 의원을 줄이고 비례 의원은 늘리자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즉 240:60(김경협·문진석), 246:54(위성곤), 225:75(최인호), 150:150(민형배) 등 구체적 숫자의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현재 253석인 지역구 의석을 줄이고 그만큼 비례대표제를 강화하자는 것이 민주당 내 중론인 셈이다. 정의당도 이와 비슷하게 "비례대표 국회의원 비율을 적어도 3:1까지는 늘려야 한다"(강은미 의원, 이날 전원위 토론에서)라는 입장이다. 민주당에서는 지역구 선거제도와 관련해서는 전날 김상희 의원 등 일부로부터 대선거구제 도입에 대해 긍정적 의견이 나오기는 했지만, 대체로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자는 의견이 다수를 형성하고 있다.

국민의힘 "도농복합 중선거구제" 수렴 분위기

국민의힘에서는 당 주류에 속한 의원들을 위주로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 주장이 대세를 이뤘다. 내년 국민의힘 총선 공천의 밑그림을 그리는 여의도연구소 원장이자 이른바 신(新)친윤계 핵심으로 꼽히는 박수영 의원은 "가장 합리적인 안은 도농복합형 중선거구제도"라고 방향을 제시했다. 박 의원은 "이번에는 반드시 국회의원 정수를 줄여보자. 현재 300석의 10%라도 줄여보자"며 "제가 분석한 결과 도농복합형 중선거구제를 도입해서 전체 의석의 10%를 줄이려면 서울에서 5석, 경기도에서 7석, 인천에서 2석 비례대표에서 2석을 줄이면 30석을 줄일 수가 있다"고 했다.

다만 이같은 주장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박수영 의원은 "유권자인 국민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정개특위 안인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는 정치 소비자인 국민이 후보에 대한 파악도 의사표현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제도다. 개방형 명부제를 채택한 네덜란드의 투표 용지를 보여드리면, 사람이 양팔을 벌려야 모두 펼칠 수 있을 정도로 크다. 국회가 기업이라면 이런 불편하고 복잡한 제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겠나?"라고 하기도 했다. 네덜란드에선 이미 하고 있는 개방명부제가 한국 유권자들에게는 무리라는 부적절한 '국민의식 수준 비교'임과 동시에, 한국과 수교 60년이 넘었고 한국전에도 참전한 우방국 네덜란드의 선거제도를 '불편한 제도', '국민이 후보 파악도 의사표현도 하기 어려운 제도'라고 비판한 외교 결례라는 지적이 예상된다.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도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대결 구도의 정치를 바꿀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도농복합 선거구제"라며 "하나의 중선거구제에서 선출할 의원 정수를 2명으로 하면 거대 정당이 나눠 먹기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3명 이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박형수 의원은 "전국적으로 중대선거구제를 실시하게 될 경우 지역 대표성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7~8개의 시·군이 결합하는 거대 선거구가 탄생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지역 현안 자체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다"고 해 지역구에 대선거구를 도입하는 데는 반대 의사를 표했다.

박형수 의원은 비례대표제에 대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되 개방형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비례대표의 권역은 동서로 묶는 방법이 적합하다. 수도권인 서울, 경기, 인천 하나로, 그 다음 춘천과 강원을 하나로, 경북과 전북을 하나로, 경남과 호남, 제주도를 하나로 하는 권역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렇게 선거구를 획정하게 되면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가 5.18을 폄훼하거나 영남 사람들을 수구 꼴통이라고 비판하는 발언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라며 "각 정당 역시 화합적이고 중도적인 인물을 공천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국회를 견학 온 초등학생들이 전원위원회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안팎에서 비판받는 與 '의원 정수·비례대표 축소론'

국민의힘이 사흘째 반복 중인 비례대표 축소 주장에 대해서는 민주당 의원들은 물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전날 지성호 의원(☞관련기사 : '꽃제비' 출신 지성호 소신발언 "비례대표 폐지? 초가삼간 태우면 안 돼")에 이어 이날은 장애인 출신 비례대표인 이종성 의원이 "비례대표제를 무조건 없애자고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질책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봐야 한다"며 "정치적 약자를 대표하는 인물, 국방·외교·과학기술 등 직능 분야 전문성을 대표하는 인물로 고유의 취지를 십분 발휘하게 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을 제도화하면 국민 반감은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 그는 "저는 소수 약자와 다양한 교섭단체의 국회 진출을 보장하기 위해 전국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근간으로 한 비례대표 할당제 도입을 주장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종성 의원은 "많은 국민들께서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라고 말하고 있고 특권을 내려놓으라 이야기하고 계신다. 이에 일부 의원님께서도 비슷한 의견을 제안하시고 이를 위해 비례대표를 폐지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며 "그러나 정작 아쉬운 것은 국민들께서 왜 이렇게 주장하시는지 그 이유와 고찰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 정치가 국민들의 욕구와 기대치에 부합했는지에 대해 철저한 자기 반성과, 이를 개선하고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며 "검수완박법, 양곡관리법 등에서 보여준 것처럼 대화와 타협은 고사하고 오히려 정치권이 사회적 분열과 갈등을 유발하고 조장하고 정쟁을 일상화한다면 우리 국민들은 의원 정수를 200명 아니, 100명으로 줄여도 여전히 '많다'고 하실 것"이라고 일침을 더했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도 "직업별 전문가들을 정치에 입문시키는 창구 역할을 해온 비례대표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정치의 근본"이라며 "비례대표제는 현장 중심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계층, 직능, 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통로가 됐고 청년과 여성, 장애인과 같은 이른바 정치적 사회적 약자들이 국회에 등원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김경협 의원도 이날 토론에서 "여당 대표가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을 제안하자 소속 의원들은 소중한 질의·토론 시간에 정수 축소만 외치고 있다"며 "소속 의원들에게 미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소속 의원들은 그 가이드라인에 따라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는 이런 관행부터 개혁해야 되지 않겠나?"라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이렇게 국회를 운영하려면 왜 300명이 필요한가? 여야 대표 1명씩 2명만 있으면 되지 않겠나? 정치 혐오에 기대 대안도 없이 의원 정수 축소만을 주장하려면 아예 더 화끈하게 2명으로 줄이는 것은 어떻나?"라고 비꼬며 "이제라도 여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진지하고 성의 있게 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장외에서는 참여연대 등 전국 695개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2024 정치개혁 공동행동'이 이날 성명서를 내어 "(전원위에서) 일부 의원들은 의원정수 축소를 주장하거나 심지어는 비례대표제를 폐지하자는 등 선거개혁에 역행하거나 심지어 헌법에 명백히 반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회의원을 줄이자는 주장이야말로 국회의 기능과 역할, 권한의 중요성에 대해 진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저 국민들의 정치혐오를 부추기며 지지를 얻으려는 반(反)정치적 수사"라며 "가당치도 않은 의석 수 감축, 비례대표제 폐지 주장을 중단하고, 대표성과 비례성을 높여 더욱 민심과 일치된 국회 지형을 만들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거제도 논의의 본질을 흐리는 주장은 민주당에서도 나왔다. 민주당 비례대표 양경숙 의원은 이날 토론에서 "소선거구제와 대통령 직선제는 4.19 혁명, 5.18 광주항쟁을 거쳐 87년 6월 항쟁으로 쟁취한 위대한 결과다. 우리 국민들은 가열찬 투쟁으로 민주주의의 진전과 그 반작용으로 인한 후퇴도 거치면서 세계사적 유례가 없는 높은 정치적 각성과 정치 의식을 갖게 되었고 선거제도에서는 그 어떤 여론조사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소선거구제를 훨씬 더 선호하게 되었다"면서 "지금 백가쟁명식으로 제기되고 있는 장황한 선거구제 논의가 실상은 불순한 정치적 의도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며 전원위 논의 자체에 대해 음모론을 제기해 빈축을 샀다.

양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초 '소선거구제는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다 보니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며 여야 다수 정당이 나눠먹을 수 있는 중대선거구제 검토와 함께 선거제 변경 필요성을 언급했고, 국회는 지금 선거구제 개편 논의의 깊은 수렁에 빠져있다"며 "뜬금없이 대통령이 나서 중대선거구제를 제기한 것은 야당에 대한 분열 책동이 아닌가 세간의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김진표 국회의장과 전원위원장인 김영주 부의장, 김상희 전 부의장과 심상정 의원 등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 주력해온 선배·동료 의원들의 노력을 '나눠먹기', '불순한 의도에 의해 좌우된 논의'로 싸잡아 폄하한 것이다. 결국 양 의원은 발언 도중 의장석으로부터 "선거제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 달라"는 경고를 받기도 했다.

전원위, 의견 '개진'은 됐는데 '수렴'은 어떻게?

다만 전원위가 이날로 사흘째 논의를 이어갔음에도 개략적 방향에 대해서조차 의견이 모이지 않고 각 당 또는 개별 의원의 주장만 폭넓게 펼쳐지는 형태로 전개되면서 전원위 논의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감도 여야 양 쪽에서 공히 나오고 있다.

민주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여야 원내대표 회동 모두발언에서 "전원위가 오늘 사흘째인데, 당의 입장이 정해진 게 아니라서 의원 각자가 가진 개인 의견이 다양하게 쏟아졌다"며 "이를 어떻게 수렴해서 공통분모를 만들어 전체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과제"라고 지적했다.

전원위가 개최되기까지 사실상 산파 역할을 한 김 의장은 "전원위는 효과가 있었다. 많은 의원들이 국민들 앞에서 선거제도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얘기할 기회를 가졌다"며 "선거라는 게임의 룰을 정하는 것은 플레이어인 의원들이 자유롭게 토론할 필요가 있다"고 의의를 강조하면서도 양당 원내지도부에 대해 "전원위가 성과를 만들어내려면 양 교섭단체나 다른 정당의 의견을 수렴해서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는 소위원회 같은 기구가 필요하지 않나 하는 의제도 함께 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전원위 회의에서 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20년 만에 열린 전원위의 성과를 반드시 만들어내야 한다"며 "전원위가 끝난 이후 각 당 지도부의 위임을 받은 소위원회에서 책임있는 단일안을 내자. 만약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소위원회에서 2개안 정도로 압축하고 전원위를 한 번 더 여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민의힘 차기 대권주자 중 하나인 안철수 의원도 이날 SNS에 쓴 글에서 "지난 이틀 동안의 전원위원회에는 토론도 합의도 없었다. 각 의원들 개인의 의견들이 무질서하게 쏟아져 나왔을 뿐"이라며 "이대로 개인 의견들만 제시하다가 전원위원회가 끝난다면 국회는 무능력해 보일 뿐이고, 다시 정개특위나 양당 지도부에 권한이 이양되면 또 똑같은 쟁점으로 다투기만 하고 시간만 지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안 의원은 "전원위원회를 더욱 효율화하고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 토론 절차를 효율화하고 표결도 실질화해야 하며 본회의까지 이어지는 권위도 부여해야 한다"며 원내 정당들 간 협의 과정을 거쳐 논의를 실질화할 방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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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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