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대치' 격화…민주당 "못 기다려" vs. 국민의힘 "국민이 개돼지?"

공수처법 개정 '9일 처리' 수순밟기…국민의힘 "정권 '폭망의 길' 들어설 것"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등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개혁 입법' 과제들이 결국 여당에 의한 일방처리 수순을 밟고 있다. 여야는 7일 오전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동에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에 대해 '최후의 담판'을 시도하기로 합의하며 극한 대치를 피해가는듯 싶었다. 하지만 불과 1시간여 만에 여당이 다른 법률안을 일방 처리하고 이에 야당이 격분해 사실상 협의 결렬을 선언하면서 다시 격한 대치 상황으로 돌아갔다.

앞서 여야는 지난 2일 예산안 처리 이후부터 입법 의제들을 놓고 격한 대립을 이어오고 있었다. 가장 첨예한 쟁점은 역시 공수처였다. 지난 주말부터 이날 오전까지, 여야는 당 대표들까지 전면에 나서 강대강 신경전을 벌였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아침 최고위에서 "제가 책임지고 권력기관 개혁을 입법화하겠다"고 했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시각 "순리·상식을 거스르면 국민적 큰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는 경고로 이를 맞받았다.

민주당이 이날 오전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공수처법을 강행 처리하고, 같은날 오후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오는 9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것으로 알려지면서 법사위 회의실 앞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여들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농성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던 가운데 잠시 휴전이 이뤄지는 듯했다. 이날 오전 박병석 국회의장과 만난 여야 원내대표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은 양당 원내대표가 밀도있게 협의해 나가기로 한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이 회동 직후, 국민의힘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는 법사위 회의실 앞에서 농성 중이던 자당 의원들을 찾아가 "원내대표 간에 공수처장 관련 협의를 하기로 했고, 그 사이에 법사위 소위에서 공수처법 관련해서는 논의하지 않기로, 당분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공지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와!"하고 함성으로 반기며, 교대로 식사를 하러 법사위 앞을 떴다.

하지만 '휴전'은 불과 1시간여 만에 끝났다. 민주당이 법사위 소위에서 5.18 왜곡 처벌법을 야당과의 협의 없이 일방 통과시키자 격분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협의 결렬을 선언한 것.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12시 30분경 법안소위에서 5.18 관련 법안이 통과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이제 물불 안 가리고 법안을 강행하기로 작심한 듯 하다"며 "원래 1시 반에 (여야) 정책위 의장들끼리 모여서 법안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이제 우리는 응할 생각이 없다. 민주당이 자기들 마음대로 하겠다고 선언한 마당에, 우리로서는 법이 허용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국민들과 함께 저지해 나가겠다"고 했다.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 김도읍 의원은 "민주당 백혜련 간사가 '5.18법도 법무부와 법원행정처의 수정 의견이 도달해 있으니 그 부분에 대해 전문위원 보고를 받고 민주당 의원들 간 일단 논의만 하고 의결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서 바로 전격적으로 5.18 법을 통과시켰다"면서 "그 이후 공수처법에 대해서도 바로 일사천리로 통과시키려고 하는 것을 저희들이 즉각적으로 안건조정위 회부 요구서를 제출해서 공수처법은 오늘 의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자신들은 '공수처장 추천 협의는 추천 협의대로 하고, 법사위 등 상임위에서의 법안 심의는 이와 별개'라는 입장을 처음부터 견지해 왔고, 따라서 법사위 소위에서 5.18 특별법 등의 법안들을 처리한 것이 이날 오전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오전 소위 후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법과 관련해서는 지금 국민의힘 쪽에서 안건조정위를 신청해서 조정위를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의결하지 못했다"며 "나머지 법안들은 다 의결했다"고 밝혔다.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이후 야당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원내대표 간 논의를 하고 있었지만, 회의가 정해져 있는데 무작정 기다릴 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윤 위원장과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공수처법과 상법 등에 대해 국민의힘이 안건조정위 신청을 낸 데 대해서도 이튿날인 8일 바로 안건조정위를 열어 심의·의결을 마치기로 했다. 상임위 심의를 조속히 마치고 오는 9일 본회의에 이 법안을 올린다는 의도다.

윤 법사위원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공수처법에 대한 제1차 안건조정위원회는 8일 오전 9시에 개회될 예정"이라며 "(법사위원장은) 민주당 간사에게 3명의 조정위원 추천을 요청했고, 비교섭단체 조정위원은 최강욱 의원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간사에게는 2명의 조정위원 추천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안건조정위 심사 기한이 '최대 90일'로 돼있기는 하지만, 여당 조정위원 3명에 친여 성향 열린민주당 조정위원 1명을 합하면 과반 의결이 가능하다는 게 여당의 노림수다. 실제로 국회법에도 "조정위는 회부된 안건에 대한 조정안을 재적 조정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며 "조정위에서 조정안이 의결된 안건에 대해서는 소위원회 심사를 거친 것으로 본다"고 돼있다.

민주당은 이날 정무위에서도 사회적 참사 특별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법안소위·전체회의에서 순차 통과시키려 시도하고 있다.

예상되는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공수처장 후보 협의 와중에 민주당이 복수 상임위에서 법안 단독처리를 강행하고 있는 배경에 눈길이 모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권력기관의 제도적 개혁을 드디어 완성할 기회를 맞이했다"며 "개혁 입법이 반드시 통과되고 공수처가 출범하게 되길 희망한다"고 말한 것과 무관치 않은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야당은 실력 행사에 돌입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오후 내내 법사위 회의장 앞에서 규탄행동을 이어갔다. 주 원내대표는 긴급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독재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며 "금방 합의하고 뒤통수를 쳤다"고 강한 배신감을 드러냈다. "국민이 개돼지, 바보냐"고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여야) 원내대표들이 공수처장 후보를 물색하고 '일방처리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바로 법사위에서 5.18법과 공수처법을 일방 통과시키려 상정하고, 통과시키는 이런 폭거를 자행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숫자의 힘으로 무엇이든 밀어붙일 수 있지만, 우리는 법이 허용하는 모든 수단을 다해 끝까지 막아내겠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여당 지지율이 왜 내려갔겠느냐"며 "공수처법을 일방 처리하고 나면 바로 이 정권은 '폭망'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 국민이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호영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7일 법사위 회의실 앞에서 공수처법 상정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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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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