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도 '김종인 비대위' 반대…"우린 '자멸' 한 것, 외부인은 답 아냐"

"왜 졌는지 우리 스스로 알아내는 게 중요"…황교안 겨냥해 "당대표가 극우 유튜버 초청, 부화뇌동"

미래통합당의 4.15 총선 패배 후 언론 인터뷰 요청을 고사해온 유승민 의원이 방송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해 회의적 의견을 밝혔다. 유 의원은 '개혁 보수'를 주장하며 2016년 탄핵 국면 이후 바른정당 -바른미래당-새로운보수당을 이끌었고, 황교안 전 대표와 구 친박 그룹 등 통합당 내 주류 세력에 대비되는 '야당 내 야당'에 해당한다.

유 의원은 23일 밤 문화방송(MBC) TV <100분 토론>에서 "우리가 (총선에서) 왜 졌는지, 앞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누가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 등 외부 인사 영입론에 대한 반대 의견으로 해석됐다.

유 의원은 그러면서 "비대위를 한다고 해서 금방 답이 나오는 게 아니다"라며 "패배 원인을 알고 갈 길을 찾으면 비대위를 할지 전대를 할지 답은 쉽게 나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심재철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이 당 소속 의원·당선자들에게 '김종인 비대위'냐 조기 전당대회냐를 놓고 전화 전수조사를 했던 데 대해 "심 원내대표가 전화로 한 방식 자체가 옳지 않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국민이 보기에 우리가 미워서 진 것 아니냐"며 "우리를 보고 궤멸, 폭망, 몰락이라는 말을 하는데, 자멸이라는 표현이 제일 정확하다"고 말했다. 그는 "참패의 원인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121석 중 16석을 얻는 데 그친 수도권 낙선자들"이라며 "(당 구성원들이) 다 모여서 교황 선출 식으로 한 번 (토론을) 해 봤으면 좋겠다. 그런 자생적 노력 없이 비대위니, 전대니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처절하게 반성하고 왜 졌는지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적당히 (수습을) 비대위에 맡기고, 시간이 지나 대선은 와 있고, (그 시점에서) 지난 총선에서 혼을 냈는데 또 이러고 있다면 보수 야당은 정말 소멸할 것"이라고 했다. 당 구성원들끼리 패인을 찾는 반성적 차원의 토론을 진행하는 게 우선이지, "비대위·비대위원장·전당대회(중 무엇을 할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혁 보수 노선을 들고 나와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주장을 해온 그는 이른바 '태극기 집회'로 대표되는 탄핵 불복, 강경 우파 세력과 손을 끊을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보수진영 일각에서 개표 부정론을 들고 나오는 데 대해 "이제 그만 좀 해주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일부 극우 유튜버들이 증거도 없이 제기하는 의혹에 통합당이 자꾸 흔들리면 안 좋은 일"이라며 "당 대표가 그 사람들(극우 유튜버들)을 초청해 행사를 하고, 당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과 어울려서 그 사람들 주장에 부화뇌동하는 게 하나의 단면"이라고 황교안 전 대표를 겨냥했다.

"아스팔트 우파, 태극기 부대들이 순수하게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그런 '낡은 보수' 주장에 끌려가는 모습은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수도권, 중도층, 젊은 층이 중요하다"며 "보수가 여기에 집중하지 않으면 이길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구 한국당-새보수당 간) 합당과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개혁 보수로 갈 수밖에 없다.그렇지 않으면 죽는다'고 얘기했는데, 기존 한국당 분들은 말로만 '혁신하겠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었다"며 "변화가 부족했다. 황 전 대표도 인정할 것"이라고도 했다.

'김종인 비대위' 부정·회의론 분출…심재철 임시지도부, 최고위 열고 다시 논의

총선 후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고 있던 유 의원이 '김종인 비대위'에 대해 이처럼 회의적·유보적 반응을 보인 것은, 심재철 임시 지도부가 의원·당선자 전수조사 결과에 따라 김종인 비대위 구성 방침을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앞서 이미 나오고 있던 당내 부정적 여론에 유 의원이 기름을 부은 형국이 됐다.

심 권한대행은 당초 23일 오후 김종인 전 위원장과 만찬 회동을 할 예정이라고 기자들과 만나 말했으나, 김 전 위원장은 같은날 저녁 자택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심 원내대표를 안 만났다"며 "여러 가지 상황이 있어서 못 만났다"고 말해 회동이 불발됐음을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향후 회동 계획을 묻자 "내가 뭐 그런 것 별 관심 없다"고 했다.

회동이 불발된 것을 두고, 김 전 위원장이 이날 앞서 당 내에서 나온 '김종인 비토(veto)'론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풀이도 나왔다. 통합당 내부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지난 22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실상 '내년 4월까지 대선 준비를 할 무제한 비상대권을 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 계파를 불문하고 거부 반응이 나오고 있다.

유 의원의 <100분 토론> 출연에 앞서, 유 의원이 2015년 새누리당 원내대표로서 당시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맞섰을 때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냈던 조해진 당선자가 이날 오전 공개 성명을 내어 "(김종인 비대위는) 식민통치를 자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관련 기사 : 통합당 중진들 거센 반발, "의원들을 정치적 금치산자로 규정한 것")

옛 친박 진영에서도 김태흠 의원이 처음부터 반대 의사를 밝혔고,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냈고 서울 강북 지역구(도봉을)에서 이번에 낙마한 재선의 김선동 의원도 "나는 (의총에서) 외부 영입보다는 자강론을 폈다"며 "이번에는 우리 스스로 하는 비대위를 해 보자. 몇 번 해 보았으니, 훈장님 모셔다 학생들이 회초리 맞는 방식보다는 이제 한 번 스스로 반성하고 변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제대로 된 우리의 쇄신이 된다"고 SNS에 쓴 글을 통해 주장했다.

옛 친이계에서도 정진석 의원이 "심 대행의 임무는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행정적 절차를 주관하는 것에 그쳐야 한다"며 "집 비우고 떠나는 사람이 인테리어는 꼭 고치고 떠나겠다고 우기는 형국"이라고 반대론을 편 데 이어, 김영우 의원도 "전권을 갖는 비대위원장이라니, 조선시대도 아니고 참으로 비민주적 발상이다. 창피한 노릇"이라면서 "토론도 제대로 해 보지 않고 남에게 계속 맡기기만 하는 당에 미래가 있을까"라고 했다.

당초 김종인 비대위 찬성론자였던 홍준표 전 대표도 23일에는 "아무리 당이 망가졌기로서니 기한 없는 무제한 권한을 달라고 하는 것은 당을 너무 얕보는 처사가 아닌가"라며 "그럴 바엔 차라리 '헤쳐 모여' 하는 것이 바른 길이 아닌가?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버릴 때는 아니라고 본다"고 돌아섰다.

심 대행 등 통합당 지도부는 24일 오전 최고위를 열어 비대위 체제 전환에 대해 추가 논의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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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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