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돌고돌아 '김종인 비대위'로...'비상대권' 줄 수 있을까?

김종인 "대선 때까지 전권" 요구, 추가 진통 예상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 참패에서 당을 추스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김종인 전 공동총괄선대위원장을 추대하기로 했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조건으로 '무기한의 비상대권'을 요구하고 있어 체제 정비를 둘러싼 추가 진통을 예고했다.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22일 최고위원회의 후 브리핑을 열고 "어제 하루종일 20대 국회의원과 21대 총선 당선자 142명에게 전부 전화를 돌렸다"며 "그 결과 '김종인 비대위'가 다수로 나와서 그렇게 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심 권한대행은 김 전 위원장의 수락 여부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실 것이라 생각한다"며 "김 비대위원장 내정자와 통화하고 만나 보겠다"고 했다. 차기 원내대표 경선은 "5월 초순쯤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그는 부연했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독교방송(CBS) 라디오에 출연해 사실상 조건부 수락 의사를 내비쳤다. 김 전 위원장은 "내가 사실 이것(비대위원장)을 해야 되느냐, 안 해야 되느냐에 대해서는 좀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경우에 따라서 내 판단이 '도저히 이거는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면 안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하면서도 "(맡게 된다면) 대권을 제대로 치를 수 있는 준비까지는 해 줘야 된다"고 의지를 보였다.

김 전 위원장은 자신이 생각하는 비대위원장의 상(像)에 대해 "비대위원장을 하면 현행 대표의 권한을 갖는 것"이라며 이를 "전권"이라고 표현했다. "비대위원장을 내가 하는 과정 속에서 웬만한 잡음 같은 것은 제어를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다만 "전당대회를 앞으로 8월에 하겠다, 7월에 하겠다는 그런 전제가 붙으면 나한테 와서 얘기할 필요도 없다"면서 "이 당이 제일 걱정스러운 것은 그런 것이다. 일을 하는 과정 속에서 무슨 전대 얘기가 자꾸 나오는 것 아니냐. 전대를 빨리 하자는 얘기가 나오면 일을 할 수가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비대위 기한이 언제까지냐는 질문에 "일을 해봐야 아는 것"이라고만 했으나 이어서 다시 한 번 "다음 대선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이냐 하는 준비가 철저하게 되지 않고서는 비대위를 만드는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통합당 당헌상 8월 전당대회를 치르도록 돼 있다'는 질문에 그는 "비상대책이라는 것은 당헌당규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며 "예를 들어서 국가가 비상상태를 맞아 비상계엄령을 선포하면 헌법도 중지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이 '대선 준비'를 거듭 언급한 것이나 8월 전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볼 때, 그가 염두에 두고 있는 비대위 활동 기간은 정치권이 2022년 대선 체제로 재편되는 내년 상반기까지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통령 임기가 2년밖에 안 남았다"며 "대선에 들어가려면 내년 3~4월 이후부터 아마 대선후보 선정 등이 시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종인의 구상은?

김 전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활동 계획에 대해 "제가 가서 해야 할 일이 뭐냐면 이번 선거가 왜 이 모양으로 나타났느냐 하는 분석부터 해야 할 것"이라며 "대략적으로 내가 하는 생각이 있다. 내가 이번 선거를 처음부터 관여를 안 했지만 마지막 결과를 보고 분석을 해 보면 대략 앞으로 전망이라는 것이 어떻게 설 수가 있다 하는 것은 내 나름대로의 개념이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총선 패인에 대해 그는 "이미 공천하는 과정에 잡음이 많았다. 원래 선거라는 것은 공천에 잡음이 많으면 안 된다"고 지적하고, "공천 잡음이 있은 이후에 마지막 2주에 내가 참여를 하게 됐는데 이 과정 속에서도 참 납득하지 못하는 일이 많이 발생했다. 예를 들어서 정치인들이 말에 대해 신중성을 가졌어야 되는데 말을 함부로 해서 설화가 생겨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반부터 제일 첫째로는 황교안 대표가 n번방 문제 (관련)해서 이상한 발언을 해서 그때부터 분위기가 이상했다"고 황 전 대표를 직격하며 "그 다음에 연속해서 김대호 후보, 마지막에 차명진 후보까지 그런 말들이 쏟아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황 전 대표 발언에 대해 "나는 n번방 얘기로 인해서 어머니들한테 마음에 상처를 준 건 사실이라고 본다"며 "그래서 (황 전 대표는) 법률가이지, 정치가는 아닌 것 같다고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 재건 해법과 관련, 김세연 의원 등이 '당 해체'를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쉽게 얘기하면 당을 해체한다는 얘기도 할 수 있는 것인데, 당이라는 게 쉽게 만들어지고 쉽게 해체될 수 있는 것도 없다"며 "해체를 하면 여러 복잡한 문제가 있으니까 그것을 극복하려면 당을 진짜 새롭게 창당하는 수준에서 지금까지 잘못된 것이 무엇이라는 것을 국민에게 솔직하게 시인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그 다음에 해야 할 일이 뭐라는 것을 설정하면 (재)창당 수준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김 전 위원장은 말했다.

그는 또 80년대 출생, 30대 등 이른바 '830 세대' 논의에 대해서는 "830세대가 전면에 나서야 된다는 건 나도 개인적으로 '젊은 세대가 우리나라 정치에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젊은 세대가 주동이 된 정당이 나왔으면' 했다"면서도 "여러 접촉을 해 봤는데 그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능하지가 않은 것 같다. 30 40세대가 뭘 하려면 자기가 나름대로의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고 노력하면 되는 거지, 막연하게 3040을 인위적으로 전면에 배치하라는 것은 나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인터뷰 도중 반복적·계속적으로 자신에 대한 통합당 내부의 반발을 언급하며 사전 기선제압을 시도했다. 그는 "의사가 병든 환자를 고치려고 하는데 환자가 의사의 말에 제대로 순응을 해줘야 병을 고치지, 환자가 반항하면 의사가 치유를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대선까지 당을 어떻게 수습해서 다음 대선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냐가 이 당의 가장 초미의 관심사가 돼야 하는데, 상당수 분들은 그것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경고했다.

김종인의 '1년 비상대권' 요구, 통합당은 받을까?

김 전 위원장이 이처럼 '내년 3~4월까지 전권을 달라'는 사실상의 요구를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통합당 임시 지도부의 반응은 '얘기해 보겠다' 정도다. 심 권한대행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연말까지 전권을 요구했는데 당에서는 수용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받고 "(김 위원장과) 통화해 보겠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직접 들어볼 생각"이라고만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통합당이 의원·당선자들을 상대로 전수조사까지 거친 만큼 당장은 김 전 위원장이 요구하는 바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할 공산이 크다 해도 향후 비대위가 운영되는 과정에서 잡음이 나올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많다. 총선 후 1주일 간의 논의 기간에도 차기 대표·원내대표 주자로 꼽히는 이들은 조기 당권선거를 주장하며 직간접적으로 출마 의사를 드러낸 바 있다.

김 전 위원장 본인도 '비대위 체제가 굴러가면 조기 전대 얘기는 안 나오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처음에는 안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도, 그 사람들은 생리적으로 발동을 해요. 가끔마다."


당장 심 대행이 최고위를 열고 있던 시각, 당내 최다선(5선)이 된 정진석 의원은 SNS에 쓴 글에서 "총선 참패를 극복하기 위한 당내 논의가 산으로 오르고 있다"며 "가장 시급한 것은 당선자 대회의 개최, 새 원내대표(당 대표 권한대행)의 선출"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심 대행의 임무는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행정적 절차를 주관하는 것에 그쳐야 한다"며 "심 대행이 현역의원·당선자들 설문조사를 해서 '외부 비대위원장 영입', '조기 전당대회 개최' 등에 대해 결론을 내린다고 하는 것은 그에게 위임된 권한을 넘어서는 일이다. 집 비우고 떠나는 사람이 인테리어는 꼭 고치고 떠나겠다고 우기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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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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