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진 "식민통치 자청하나"…'김종인 비대위' 반대

통합당 중진들 거센 반발, "의원들을 정치적 금치산자로 규정한 것"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 참패 수습을 위해 꺼내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카드가 당내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김 총괄거선거대책위원장이 대선 시기까지 전권 행사를 수락 조건으로 요구하자, 통합당 중진들을 중심으로 "무례한 요구"라는 반감이 거세져 비대위 출범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지역구에서 당선된 3선의 조해진 당선자는 23일 "비대위를 도입하는 것은 당이 정상이 아니라고 자백하는 것"이라며 "당이 자주적 역량이 없어서 식민 통치를 자청하는 것과 같다"고 외부인사 중심의 비대위 자체에 반발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비대위 논란에 대한 입장'에서 "외부 비대위는 당의 구성원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선언하는 전제에서 출발한다"며 "개혁할 의지도, 열정도, 비전과 역량도 없다고 자백하는 셈"이라고 했다.

조 당선자는 "정말로 당 소속 국회의원들과 당원들은 스스로 반성하고 자정하고 쇄신할 능력이 없는 것이냐"며 "더욱이 임기를 시작도 하지 않은 21대 국회 당선인들이 그러한 평가를 받아야 할 과오나 책임이 있느냐"고 했다.

조 당선자는 "20대 국회 때도 우리 당은 총선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비대위 체제로 시작했다. 임기 4년 동안 다섯 번의 지도체제 가운데 세 번을 비상체제로 운영한 당의 결과가 무엇인가. 당이 변화됐나? 혁신됐나?"라며 "힘들어도 정상적이고 일상적인 체제로 당을 운영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정도"라고 했다.

그는 앞선 외부 비대위가 실패한 이유를 나열한 뒤 "국회의원들을 자기 쇄신 능력이 없는 존재로 낙인찍어 놓고 비대위의 결정사항을 실천하라고 말하는 것은 논리 모순"이라며 "당의 실질적 주체이며 자기 개혁과 쇄신의 주역이 돼야 할 국회의원들을 쇄신 무능력자, 정치적 금치산자, 개혁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시작하는 외부 비대위 체제의 필연적 결과"라고 했다.

조 당선자는 특히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에 대해 "비대위원장을 맡는 조건으로 무제한의 임기와 당헌당규를 초월하는 전권을 요구하는 것은 비민주적이고 오만한 권위주의"라며 "당헌당규에 구애받지 않는 전권을 달라는 것은 자기가 결정하면 의원들이나 당원들은 두말없이 따라오라는 이야기다. 당에 대한 모욕"이라고 했다.

또 "(김 위원장이) 비록 보름 정도 밖에 선거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우리 당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며 "그런데도 그가 짧은 기간을 이유로 대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을 한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심지어 비상계엄령을 이야기하고, 헌법 중단을 비유로 들었다. 오래된 구시대의 그림자다"라며 "그 자체가 개혁대상이 돼야 할 낡은 사고방식"이라고도 했다.

전날 통합당은 현역의원들과 21대 총선 당선인 142명 중 140명에 대한 설문 조사를 통해 찬성 43%로 '김종인 비대위' 전환을 결정했지만, 김 전 위원장이 다음 대선 국면까지 전권 행사를 요구하자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조경태, 정진석 의원에 이어 홍준표 전 대표도 "아무리 당이 망가졌기로서니 기한 없는 무제한 전권을 달라고 하는 것은 당을 너무 얕보는 처사"라며 "그럴 바엔 차라리 헤쳐모여 하는 것이 바른 길 아닌가.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버릴 때는 아니라고 본다"고 가세했다.

그러나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3일 저녁 김 전 위원장을 만나 당의 결정을 전달하고 비대위원장직 수락을 요청할 예정이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심 원내대표는 비대위의 임기 문제와 관련해 "(김 전 위원장이) 무기한이라고 말한 것은 못 봤다"며 "7, 8월에 전당대회를 치르기 위한 비대위는 무리가 아닌가 하는 말씀"이라고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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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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