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2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첫 통추위 회의를 주재하고 통합 일정 및 당명 확정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에는 통추위 공동위원장인 두 대표 외에 각당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등이 모두 배석했다.
통추위 대변인을 맡은 신용현 국민의당, 유의동 바른정당 수석대변인은 회의 결과에 대해 "2월 1일까지 당명 관련 모든 결정을 짓기로 했고, 양당의 통합 전당대회라 할 수 있는 수임기관 합동회의를 2월 12일에 하기로 했다"고 했다.
회의 첫머리에서 유 대표는 "오늘 출범을 계기로 통합개혁신당의 핵심적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 위원회에서 신속하게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며 "한국 정치사에 이번 통합만큼 어려웠던 적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 양 극단 세력의 저주에 가까운 악담은 물론, 국민의당 내에서도 아직 진통이 끝나지 않아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고 국민의당 내분 사태를 언급하면서 "국민의당이 2.4 전당대회를 잘 치르고 통합개혁신당이 정말 새로운 출발을 할 수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국민의당 의원들이 그간 마음고생을 많이 했는데 마지막 고비가 남았다고 생각하고 의지를 불태워달라"고 국민의당 통합파를 격려했다.
안 대표는 "통합은 반드시 이뤄진다"며 "통합은 단순히 지방선거 승리를 바라보는 정치공학이 아니라 좌우, 동서로 나뉘어 갈등·반목했던 한국정치를 미래로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강조했다. 안 대표는 "통합이 되면 정국은 급속히 더불어민주당과 통합개혁신당의 양강 구도로 재편될 것"이라며 "국민은 반대를 위한 반대만 일삼고 정부 비판, 견제 기능도 하지 못하는 자유한국당을 이제 버렸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전날 반통합파 당원 179명(현역의원 16명 포함)에 대해 당원권 2년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린 데 이어 이날도 공세를 폈다. 안 대표는 통추위 회의 모두발언에서 "통합에 반대하는 분들 중 해당행위가 도를 넘은 데 대해 응분의 조치를 취했다"며 "앞으로도 당원 의사에 반하는 행위는 엄정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안 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 회의에서도 "통합을 저지하려는 분들이 별도의 정당을 만들겠다며 기어이 선을 넘어 발기인대회까지 강행한 데 깊은 유감"이라며 "정치적으로, 도의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전날의 징계를 "당의 기강 확립 차원에서 단호한 조치"를 한 것이라며 "국민적 염원인 동서 화합, 미래를 위한 개혁의 가치는 폄훼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로 별도 창당까지 하는 모습에서 이제는 단절해야 할 구태정치의 마지막 그림자를 보고 있다"고 반대파를 비난했다.
安 "구태정치 그림자" vs. 반통합파 "징계 영광이다", "초딩 전쟁게임이냐"
반통합파 측 역시 맞대응에 나섰다. 민주평화당 창준위는 이날 오전 첫 지도부 회의를 열고 "헤어지는 마당에 덕담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뒤끝이 유치하다"며 안 대표를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조배숙 민평당 창준위원장은 "안철수 무단 정치의 끝이 보인다"며 "안 대표가 정치 도의, 정치 패륜을 언급하니 실소만 나온다. 꼼수 야합으로 국민을 속이려 하지만 속을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조 위원장은 특히 "발기인 명단에도 포함 안 된 이상돈 의원의 당원권 정지는 전무후무한 코미디"라고 지적했다.
장병완 의원도 "제왕적이고 독선적인 당 운영"을 하고 있다고 안 대표를 비난하며 "본인의 협량함을 먼 후대까지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닌가), 마치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초딩'이 전쟁 게임을 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박지원 의원은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철수 그 분은 정상적인 정치를 하지 않는 분이어서 당원권 정지 받은 게 영광"이라며 "그런 밴댕이 속으로 뭘 정치를 하겠느냐"고 빈정거렸다. 정동영 의원도 평화방송(CPBC) 라디오에 출연해 "안철수의 새 정치가 이렇게 마감하는구나 하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결국 안철수·유승민당(黨)은 자유한국당와 함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직 국민의당 전당대회 의장이지만 전날 당원권 정지로 직무에서 배제된 이상돈 의원은 교통방송(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징계당해도 당한 기분도 안 나고, 관심도 없다"며 안 대표보다는 오히려 바른정당 지도부를 향해 "유승민 대표가 악수를 뒀다. 안 대표가 취약하니까 자기들이 당을 장악한다고 보는데 오산이다. 비례 의원, 무슨 위원장 등 '안철수 열성파'들은 막무가내다. 그것 감당하기 만만치 않을 것"이라면서 "유승민·하태경 의원도 한 번 당해봐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 의원은 국민의당 2.4 전당대회 관련 반통합파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에 대해 "법원이 아무리 정당의 자율성을 존중한다고 하지만 당헌당규로 정하는데 한계가 있지 않느냐. 그게 정당법"이라며 "법원으로서는 이번에 한번 정당의 자율성에 대해서 유권적인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성격 같아서는 당규를 바꿨을 때 '난 이거 못 한다'고 발표하는 것도 방법이었지만, 전략적 고려 때문에 제가 계속 침묵을 했던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양측의 감정 대립이 위험 수위를 오가는 가운데, 통합파나 반통합파는 모두 아직 거취를 확실히 정하지 않은 상태인 '중재파' 의원들을 찾아 자파에 동참하기를 호소했다. 중재파는 박주선 국회부의장과 김동철 원내대표, 이용호 정책위의장, 주승용·황주홍 의원 등이다.
안 대표는 이날 유 대표와 함께 김동철·박주선·주승용 의원을 만나 점심을 들면서 설득을 시도했다. 안 대표가 즉시 당 대표직에서 사퇴해야 수습이 가능하다는 중재파의 중재안에 대해 안 대표와 유 대표는 '통합 후에도 현직 대표들이 책임지고 지방선거를 지휘해야 한다'는 논거를 들어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대표는 오찬 후 "안 대표가 선택할 문제"라고 했다.
반통합파에서는 이날 오전 유성엽 의원이 역시 김·박·주 의원을 만나 '안 대표가 중재안대로 사퇴할 리도 없고, 사퇴해봐야 위장 사퇴'라며 민평당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유 의원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안 대표는 사퇴 안 할 거고, 그러면 (중재파는 민평당과) 같이할 것"이라고 했다.
중재파 내에서도 입장차가 감지된다. 주승용 의원은 안 대표 쪽에 좀더 기운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용호 의원은 반대로 이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중재안이 수용되지 않고 서로 건너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은 무엇보다 안 대표의 리더십 부족과 일방통행식 통합 추진에 1차적 책임(이 있다)라고 생각하며 깊은 유감"이라면서 "저는 이런 식의 통합에 반대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다만 "전대의 합법성 여부도, 전대 결과도 지켜본 이후 지역 여론을 충분히 듣고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여지를 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