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대표는 25일 대구 로봇산업진흥원에서 가진 안 대표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대구시장 선거 전략을 묻는 질문에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대구시장 지면 당 문을 닫겠다'고 했다. 한국당 문 닫게 하기 위해, 대구 정치를 발전시키기 위해 안 대표와 제가 최선의 후보를 찾아 내겠다"고 선언했다.
유 대표는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 "양당 간 논의가 되거나 합의된 것은 아직 전혀 없어서, 예민한 문제에 대해 제 개인적 의견을 말하기는 적절치 않다"며 "다만 원칙적으로, 바른정당 대표로서도 통합개혁신당 노력의 당사자로서도 신당의 공천은 '정말 저 사람이 통합개혁신당이 추구하는 정치에 걸맞는 분인가'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또 "홍준표 대표가 대구 북구들 당협위원장으로 '셀프 임명'이 되셨던데, 정치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홍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유 대표는 "대구 시민들이 거기(홍 대표의 당협위원장 임명)에 많이 실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지금 대구·경북 시도민이 마음 둘 데가 없다. 민주당은 불안하고 위험하고, 한국당은 도저히 자랑스럽게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세력으로 인정할 수 없다. 통합개혁신당이 더 강한 대안 야당이 되겠다"고 호소했다.
안철수 대표도 "대구가 그동안 발전하지 못한 이유는 1당 독재체제여서"라며 가세했다. 안 대표는 "저희는 일단 국민의당을 출범하면서 호남에서 경쟁 체제를 만들었던 경험이 있고 그것을 호남에 사시는 분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자신의 성과를 강조하며 "바른정당과 힘을 합쳐 통합개혁신당이 되면, 대구에서 제대로 된 경쟁 체제를 만들어서 지역 발전에 큰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두 대표는 정부·여당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이들은 이날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평창올림픽 기간 중 정쟁을 중단하자'는 제안을 한 데 대해 "어이가 없는 이야기다"(유승민), "오히려 여당이 정책적 부분을 정쟁화하고 있다. 여당 역할을 고민해 달라"(안철수)라고 일축하는 태도를 보였다.
"여론조사 보면 전국 골고루 통합 시너지…가급적 올림픽 전 통합 전대"
국민·바른 양당 지도부는 통합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속도전을 펼 뜻도 밝혔다. 안 대표는 "어제 갤럽(에 의뢰해) 조사해 봤다. 전국에 걸쳐서 지지율이 굉장히 골고루 높아지고 골고루 시너지가 나왔다"며 "지금까지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이런 경우를 본 적이 없다. 광주도 대구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저희는 가능성을 본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2위로 올라선다는 조사를 기반으로 해서, 통합개혁신당 출범 이후 제대로 된 행보를 보여드리고 신뢰를 드릴 수 있다면 3위인 한국당과의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또 통합 이후 지지율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게 민주당이다. 5%포인트가 빠지고 통합개혁신당으로 오는데, 더 가속화될 것이고 1·2위 격차는 더 좁혀질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에 부정적인 대구 민심에 대한 호소로 풀이됐다.
통합 일정에 대해 안 대표는 "전체적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가 되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해 빠른 시일 내에 여러 가지 부분을 협의하고 발표하겠다"고만 했다. 유 대표는 "짧은 시간에 통합을 추진하면서 국민의당 안에서 통합 찬성과 반대가 아직도 정리가 안 된 상황"이라면서도 "2월 4일 국민의당 전당대회가 끝나면 바른정당 당원대표자회의를 곧이어 할 것"이라며 "가급적 올림픽 전에 빨리 하면 좋겠지만 그 시간에 맞출 수 있을지 조금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좀더 구체화해서 말했다.
안 대표는 전날 당내 중재파 의원들이 2.4 전당대회 전 사퇴를 통합 동참 조건으로 내건 데 대해 "현재 중재하는 의원이 5명 정도 있는데, 그 분들도 원칙적으로 통합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같다. 다만 많은 분이 함께해야 하는 통합이 돼야 한다는 충정을 가진 분들"이라며 "지금도 여러 가지로 방법을 찾고 있고 끊임없이 대화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실제로 중재파인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통합 쪽으로 계속 밀어붙이면서 반대 의견을 묵살하는 것도 잘못됐고, 또 그렇다고 해서 반대 측에서 증오에 가까운 원색적 비난을 하면서 분당해서 당을 새로 창당한다는 것도 잘못됐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하면서도 "안 대표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우기는 했지만, 바른정당과 통합 대국민 선언까지 한 상태에서 통합 추진을 여기서 중단하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제 와서는 엎질러진 물"이라며 "어쩔 수 없다. 통합으로, 전당대회로 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다만 안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배경에 대해 "서로 양보를 하자"는 것이라며 "그래서 안 대표 쪽에는 일단 중재파나 반대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자진 사퇴를 이야기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반대 측에서도 당 대표에 대해 원색적 비난을 퍼부은 데 대해 어느 정도 유감 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안 대표가 사퇴를 거부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안 대표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 '이럴 땐 어떻게 하고 저럴 땐 어떻게 하겠다'고 하는 것은 실례"라고 했다.
반통합파, DJ 정치적 고향 목포에서 '민주평화당' 창당 결의대회
그러나 국민의당 통합파와 반통합파 간의 간극은 실례를 따지거나 중재로 극복하기에는 이미 너무 커져 있다는 관측이 다수다. 안 대표도 '2.4 전당대회 전 사퇴'라는 중재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반통합파는 전날 독자 신당 당명을 '민주평화당'으로 정한 데 이어, 이날은 전남 목포에서 2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당 결의대회를 열었다. 신당의 상징색도 녹색으로 정했다.
신당추진위원회 대표인 조배숙 의원은 결의대회에서 "박홍률 목포시장이 민평당 출범식과 동시에 입당을 결정했고, 고길호 신안군수도 같은 뜻으로 합류해 주셨다"고 밝히며 기세를 올렸다. 조 의원은 "국민의당은 예산을 제때 의결했고 호남에 많은 예산을 가져왔다. 국정감사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김경진·이용주 의원은 청문회 스타다. 훌륭하지 않느냐"고 그간 국민의당이 성과를 강조하며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국민의당이 왜 이렇게 됐나? 속담에 머리가 멍청하면 손발이 힘들다고 한다"고 안 대표를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조 의원은 "국민들 지지에도, 역량 있는 국회의원들의 활동에도 지지율이 이렇다"며 "안 대표 대선 토론회 때 정말 조마조마했지 않나. 그런데 대선에서 실패했으면 자숙해야 하는데 전당대회를 또 나와서 또 됐고, 지지율을 높이겠다고 했는데 안 되니까 엉뚱하게 바른정당과 통합을 하겠다고 한다. 머리가 멍청한데 거짓말까지 한다"고 거듭 날을 세웠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다른 중진 의원들도 안 대표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박지원 의원은 "저는 DJ와 목포시민께 충성한 것처럼 안철수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이제 안철수는 DJ와 호남을 버리고 보수 야합으로 가고 있다"며 "제가 안철수를 위해 했던 노력, 그리고 여러 분에게 안철수 지지를 호소해 판단을 흐리게 한 것에 대해 제가 잘못했다고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했다. 박 의원은 "저는 지금부터 안철수를 제 머리 속에서 지우겠다"며 "DJ가 사랑했고 아쉽게 생각한 호남 발전을 위해 남은 정치인생을 바칠 것을 약속드린다. 민주평화당이 DJ다. 민주평화당에 참여하는것이 DJ가 말씀한 행동하는 양심이다"라고 주장했다.
정동영 의원은 "13대 총선에서 우리 지도자인 김대중 후보가 부활했고, 그 정당 이름이 평화민주당"이라고 '민주평화당'과의 유사성을 강조하면서 "이제 평화의 가치, 민주주의의 가치를 오염시킨 안철수·국민의당 깃발을 접겠다"고 했다.
천정배 의원도 "안 대표는 개혁을 버리고, 햇볕정책을 부인하고, 보수 야합으로 가고 있다"며 "호남과 민주주의와 평화에 대한 배신이다. 호남을 배신하고 모욕한 안 대표를 우리가 준엄하게 심판하고 이 나라 정치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