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성범죄' 무한복제 막는 기술 있다. 문제는...

[인터뷰] 필터링 전문업체 뮤레카 김기문 대표

정부가 디지털 성폭력을 뿌리 뽑기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섰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정부는 그간 솜방방이 처벌로 논란이 된 디지털 성폭력 유포자의 처벌을 대폭 강화키로 하고, 유포자에게 영상물 삭제비용을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그간 피해자가 적게는 200~300만 원, 많게는 1000만 원 넘게 삭제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피해자에 대한 지원도 체계화된다. 그간 혼자 떠 앉아야 했던 사후대처를 정부가 책임진다. 정부는 피해자에 대한 상담·수사지원·기록삭제·소송지원·사후 모니터링 등 종합 지원체계를 구축한다.

이를 위해 여성가족부는 2018년 예산 중 7억4000여만 원을 투입,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원스톱 지원(가칭)' 사업을 진행한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상담과 수사 지원, 무료 법률서비스 연계, 유통된 영상물 삭제와 향후 영상의 유통 여부를 관찰하는 모니터링을 하나의 상담기관에서 이뤄지게 할 방침이다.

피해자 상담 후 영상물 삭제 필요성이 있을 경우 직접 관련기관에 연계해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발 더 나가 디지털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근본적인 종합대책도 준비 중이다. 여가부, 국무조정실, 법무부, 경찰청, 방송통신위원회 등은 몰카 범죄 행위 단속, 규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젠더폭력 범부처 종합대책'을 8월 중순 중 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게 빠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디지털 성폭력 영상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전파를 막기 어렵다는 점이다. 아무리 삭제를 한다 해도 제목 등을 바꿔서 다시 인터넷에 올라오는 식이다. 개인으로서는 이를 막을 길이 없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를 막을 기술이 없어서일까. 디지털 필터링 업체, 즉 디지털콘텐츠 차단 기술을 보유한 뮤레카 김기문 대표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필터링 프로그램을 돌릴 경우, 디지털 성폭력 영상의 98% 정도는 아예 인터넷에 올리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존 기술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것.

그를 만나 필터링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그리고 디지털 성폭력 영상을 인터넷상에서 근절하기 위해서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들어보았다. 아래 김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

ⓒ연합뉴스

“디지털 성폭력,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프레시안 :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최근 국내포털사이트에서 음란물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자동으로 차단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이 개발됐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며 "98%의 적중률을 보였다는데 이러한 신기술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 기술이 실제 존재하나.

김기문 : 아마 DNA 필터링 기술을 언급한 듯하다. 대통령이 이를 안다는 사실에 나 역시도 놀랐다. 사실 업계 관계자가 아니면 알기 힘든 기술이다.

프레시안 : 하나하나 확인해보자. 필터링 기술이란 무엇인가.

김기문 : 먼저 우리 회사가 무엇을 하는지부터 설명해야 할 듯하다. 우리 회사는 영화사나 방송사 등에 필터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 마디로 저작권에 저촉되는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오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프레시안 : 저작권 저촉 영상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하는 기술이 필터링인 듯하다. 그렇다면 필터링에도 여러 기술이 있나. DNA 필터링이란 무엇인가.

김기문 : 음악이나 동영상 파일에서 그 파일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 특성을 추출해내는 기술이 DNA 필터링이다. 사람으로 치면 DNA, 즉 수 억 명 중 그 사람만 가지고 있는 DNA를 추출해내는 기술이다. 그렇게 채집한 DNA로 향후 이와 동일한 DNA의 영상이 웹하드 등에 올라오는 것을 차단한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이 기술이 어떻게 디지털 성폭력 영상을 막을 수 있나.

김기문 : 처음 올라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올라온 뒤, 이것이 디지털 성폭력 영상으로 확정되면, 이 영상의 DNA를 추출해 서버에 저장한다. 그러면 추후 이 영상은 사이트에 업로드하는 것 자체가 안 된다. 업로드 자체를 막아버리는 것이다.

프레시안 : 그렇게 되면 재발 방지는 막을 수 있을 듯하다. 이 기술을 왜 그동안 웹하드 등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나.

김기문 : 막대한 영상에서 DNA를 추출하고 이를 보관해야 한다. 보관비 등이 상당히 든다. 영화사나 방송국 등 저작권이 있는 업체들은 이 비용을 지불하고도 우리와 계약을 통해 불법 영상 등을 잡아내려 한다. 그래야 자기네들에게 그만큼의 이익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 성폭력 영상은 누가 그 비용을 지불할 수 있겠나. 기술비용에 대해 지갑을 열 사람이 없다. 결국, 피해자가 모든 것을 안고 가야 하는 구조다.

프레시안 : 웹하드 업체 등에서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김기문 : 웹하드 업체 등이 디지털 성폭력 영상을 막기 위해 엄청난 돈을 들여 DB를 구축한다? 법으로 그렇게 하라고 하면 몰라도 일반 사기업에서 그럴 의무와 이유는 없다. 그렇다보니 이렇게 방치되는 식이다.

프레시안 : 결국, 정부에서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듯하다. 현재 불법 영상 등의 DB를 보관, 즉 필터링하는 기술은 어느 정도인가.

김기문 : 정부에서는 해시DB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업로더가 여러 동영상을 짜깁기 하거나 아니면 일부 편집해서 올릴 경우, 막기 어렵다. 영상의 해시값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방통위 측에서는 해시DB를 사용하는 이유를 일시에 다수의 영상을 잡아낼 수 있는 장점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DNA 필터링은 막대한 비용이 들기에 예산 부족으로 힘들다고 한다.

김기문 : 개인이 부담하기에는 막대한 금액일지는 모르나, 정부 차원에서 사용한다면 얼마 되지 않는 돈이다. 그게 막대한 금액인지는 잘 모르겠다. 현재 정부에서 출현 중인 관련예산의 일부분 할당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삭제된 영상, 다시 올라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

프레시안 : 간혹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에게 삭제 건으로 연락을 받나.

김기문 : 간혹 받는다. 그런데 이게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는 기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한다. 개인에게 서비스 홍보를 한 적이 없다.

프레시안 : 혼자서 해볼 건 다 해보고, 그래도 안 되자 찾아왔을 듯싶다.

김기문 : 피해자들은 유튜브, 포털 등 온갖 사이트를 일일이 찾아다닌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찾아내 삭제한 영상은 다시 또 올라온다. 우리를 찾는 피해자들은 삭제영상이 다시 인터넷에 올라오는 것을 막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온 경우가 많다.

프레시안 : 요즘 디지털 장의사, 즉 사이트에 올라온 성폭력 동영상을 삭제해주는 업체도 늘어났다. 그들과 필터링 업체는 서로 성격이 다른가.

김기문 : 디지털 장의사는 한마디로 대행업체다. 방심위 등 정부를 통해서 디지털 성폭력 영상을 삭제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방심위에 의뢰할 경우, 민원이 접수된 뒤, ‘시정 요구 의결’까지 평균 보름 가까이 걸린다. 마음이 급한 피해자들이 그때까지 기다리기는 쉽지 않다. 디지털 장의사 업체를 찾는 이유다.

하지만 그들이 삭제 기술이나 DAN 필터링 같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게 아니다. 그들이 하는 일은 피해자에게 피해 사례를 접수받은 뒤, 각종 사이트를 검색, 피해자의 영상을 발견할 경우, 캡처를 해서 관련 사이트에 삭제 요청서를 보내는 게 전부다. 그러면 사이트에서 관련 영상을 삭제한다.

프레시안 : 그렇게 될 경우, 이후 다시 영상이 올라오지 않나.

김기문 : 그렇다. 재차 영상이 올라온다. 그러면 다시 삭제 요청서를 보내는 식이다. 그러니 디지털 장의사 업체들은 일정 기간을 두고 그 기간 삭제비용을 받는 식이다. 계약 기간 이후에는 자기네도 발을 빼버리니 영상은 이후 자유롭게 사이트를 돌아다닌다.

프레시안 : 정부에서는 현재 디지털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다각도에서 고민 중인 듯하다. 이것이 근절되기 위해서 선결돼야 하는 게 무엇이라 생각하나.

김기문 : 피해자가 가장 원하는 것은 자기 영상이 사이트에 올라오지 않는 것이다. 그것을 막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삭제된 영상이 다시 올라오지 못하게 하는 게 급선무다. 사실 우리 회사 기술이라 이런 말을 하긴 그렇지만 이를 위해서는 DNA 필터링 같은, 원천적으로 그런 영상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하는 기술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오랜 시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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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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