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선거 중 12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하며 승리했다. 국민의힘은 4곳을 지키는 데 그쳤지만 수도 서울에서 막판 역전승에 성공했고 경남에서도 승리를 가져가며 당초 'TK 자민련'으로 쪼그라들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벗어나게 됐다. 다만 이를 뒤집으면, 민주당은 서울을 내주며 '화룡점정'에 실패했고 국민의힘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패배했다는 말이 된다. 여야 모두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4일 오전 지방선거 개표 결과를 종합해보면, 민주당은 △수도권인 인천·경기 △PK 중 부산·울산 △충남 4곳과 호남 2곳 전체 △강원·제주 등에서 승리를 거뒀다. 핵심 전략지역이었던 부산과, 출구조사·예측조사 결과 접전지로 분류된 충남·강원에서의 승리는 특히 돋보인다.
다만 서울에서는 당초 출구조사 결과로나 자체 판세 예측으로나 민주당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으나, 개표 막판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대역전극에 성공하며 승패 기준 자체가 희석되는 상황이 됐다. 여권 당정 지도부로서는 막판에 다 잡은 승리를 놓친 셈이다. 특히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이재명 대통령이 응원을 보내온 이른바 '명픽' 후보로 꼽혔다는 점에서 여권의 정치적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서울 25곳 중 17곳을 석권했고, 경기도 31곳 중 19곳에서 이겨 과반 승리를 따냈지만 이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불린 성남시장 선거에서는 '7인회' 출신 김병욱 전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이 국민의힘 신상진 시장에게 고배를 마셨다.
이번 선거는 공교롭게도 작년 6.3 대선으로부터 정확히 1주년이 되는 날 치러져 이재명 정부에 대한 평가와 불가분의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 대통령은 올해 들어 60% 전후의 국정 지지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왔고, 특히 지난 3~4월에는 평균 국정 지지도가 60% 후반을 기록하는 등 대체로 긍정적 여론 평가를 받아왔다. 전국 16곳 광역단체장 선거 중 12곳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이같은 이 대통령에 대한 우호적 여론 평가가 바탕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서울·성남 등 수도권 핵심 지역에서 의외의 일격을 당한 것은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작용했을 개연성이 크다. 서울에서도 국민의힘 후보 지지 표가 많았던 강남 3구와 용산·광진·강동 등 이른바 '한강벨트' 지역, 분당이 포함된 성남은 부동산 정책의 핵심 타깃이자 그에 대한 불만이 많은 지역이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선전 끝에 석패한 대구시장 선거나,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마지막까지 초접전을 이어간 끝에 분패한 경남지사 선거 결과를 놓고는 선거 전후 '조작기소 특검법'을 밀어붙이는 등 민주당 지도부의 강경한 정책과 태도가 역풍을 불러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전 총리는 실제로 선거 기간 당 지도부에 여러 차례 직간접적으로 우려를 표하기도 했는데, 그 우려가 현실이 된 모양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당초 경북지사 1곳만 지키고 전패할 것이라는 극단적 비관론도 나왔다가 서울을 포함한 4곳(서울·대구·경북·경남)에서 극적 승리를 거두면서 장동혁 지도부가 이른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론을 펼칠 최소한의 근거는 마련됐다.
그러나 서울에서의 승리는 당초 오세훈 시장이 장동혁 지도부의 2선 후퇴를 요구하며 후보 등록까지 연기하는 등 강하게 선을 그어온 점, 실제로 유세 기간에도 오 시장은 장동혁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일부러 겹치지 않는 동선을 짜면서 '따로 유세'를 펼친 점 등을 볼 때 온전히 국민의힘 지도부의 지분을 주장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선거의 3요소 중 '구도'·'이슈'의 불리함을 오 시장이라는 '인물'의 개인기로 돌파한 모양새가 되면서, 오 시장은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한층 굳히게 됐지만 장동혁 지도부가 선거 책임론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편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는 총 14곳 중 민주당이 9곳, 국민의힘이 4곳에서, 무소속 후보(한동훈)가 1곳에서 승리했다. 지방선거보다도 이같은 재보선 결과가 민주당에는 더 뼈아플 수 있다. 숫자로만 봐도 원래 14곳 중 13곳이 민주당 의원 지역구였다가 4곳을 보수진영에 내준 셈인데, 내용을 보면 전국적 관심이 집중된 부산 북구갑과 경기 평택을에서 모두 보수진영이 승리했다.
다만 국민의힘 장동혁 지도부로서도 진영 내 최대 경쟁상대인 한동훈 전 대표의 북구갑 보선 승리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보수 재건'을 내걸고 당선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복당을 선언하며 장동혁 지도부를 날카롭게 겨누고 있다.
이번 선거는 여야를 떠나 정치권 전체에 대해 많은 과제를 남기기도 했다. 정청래 지도부가 이끈 민주당이나, 장동혁 지도부 체제 하에서 '극우화'의 길을 간 국민의힘이나 진영 내 결집만을 내세우며 상대 정당을 적대하는 정치적 양극화(극단화)를 부추겼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같은 배경에서 여성·안전·민생 등 건전한 정책 토론의 장은 사라졌고, 대신 극단적 진영논리와 함께 극우 음모론과 색깔론,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시민사회의 공론장을 오염시켰다. 특히 선거 막판에 불거진 서울시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중앙선관위의 심각한 투표관리 부실 사례여서 그 자체로 문제임과 동시에, 극우적 부정선거 음모론에 땔감을 공급할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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