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2곳을 석권하며 전국적으로 승기를 잡았지만, 우세를 예상했던 수도 서울에서 의외의 일격을 당하며 기세가 꺾인 모양새가 됐다. 선거를 지휘한 정청래 지도부의 책임론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며, 나아가 이른바 '명픽' 후보들의 패배로 청와대의 여당 장악력도 흔들릴 조짐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4일 새벽까지 서울을 포함한 전국 13곳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서울시장 선거 개표 막판에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인천·경기와 부산·울산, 충청권 4곳, 호남 2곳, 강원·제주 등 12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는 총 14곳 중 원래 민주당 지역구였던 곳이 13곳이었으나, 이중 부산 북구갑은 무소속 한동훈 후보에게, 경기 평택을, 울산 남구갑, 충남 공주·부여·청양 등 3곳은 국민의힘 후보에게 내줬다.
특히 평택을 재선거에서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에게(민주당 김용남 후보), 부산 북갑 보궐선거에서 무소속 한동훈 후보에게(민주당 하정우 후보) 승리를 내준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전국 단위 여론의 집중도가 높았던 2개 지역구에서 쓰라린 패배를 겪으며 지도부 책임론이 고개를 들 수 있는 상황이다.
부산 북갑의 경우 야권의 '잠룡'으로 평가받았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에 진입하게 돼, 개인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물론 추후 보수진영 내 권력 재편의 핵심으로 자리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청래 지도부 하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향후 강력한 '정적'이 형성된 셈이다.
하 후보의 낙선에 대한 정 대표 개인의 '책임' 문제도 배제할 수 없다. 당초 하 후보 출마에 대해선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월 국무회의에서 "작업 들어온다고 넘어가고 그러면 안 돼요"라는 발언으로 농담 섞인 '제지'의 제스처를 취한 바 있지만, 정 대표의 연속적인 '러브콜'이 계속됐다.
이후 이언주 최고위원 등 당내 친명(親이재명)계 인사들이 "거기(부산)에서 잘못하면 소비될 수 있다"는 등 직접적인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지만, "삼십고초려라도 하겠다"는 정 대표의 추진 의지 끝에 하 후보에 대한 영입 및 공천이 이뤄졌다.
결과적으로 이 대통령 및 친명계 인사들의 반대에도 불구 강행한 정 대표의 '선택'이 청와대 인재인 하 후보의 낙선과 주요 정적인 한 후보의 당선을 가져온 모양새다.
더군다나 정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내내 부산 등 영남권 격전지를 찾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았고, 부산 북갑 지역구를 찾았을 당시엔 오히려 '오빠 논란' 등의 리스크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했다. 영입 및 유세지원 과정에서의 책임론을 피하기가 어렵게 됐다.
이와 유사하게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의 석패 결과에도 중앙당 책임론이 일 수 있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지도부는 "대구·부산·경남의 경우엔 후보들이 본인 얼굴과 이름으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광역단체장의 각오가 확고하다"(조승래 사무총장)고 밝힐 만큼 '험지'에 대한 신중론을 이야기했지만, 선거 마지막까지 '내란청산' 기조를 앞세우며 강경 발언을 지속한 것은 험지 후보들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평택을의 경우도 조국혁신당 조국 후보와 자당 김용남 후보 간의 갈등이 커져가는 가운데 지도부가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해 '방관'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당내 원로인 박지원 의원 등은 조 후보와 김 후보 간의 단일화 필요성을 적극 주장했지만, 지도부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는 시점까지 단일화 관련 협의의 갈래를 잡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양 후보 간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결국 단일화 논의 자체가 좌절된 것.
정 대표는 지난 1~2월 당시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최고위원들과의 사전 협의 없이 발표했다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조 후보 측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당선 후 통합 주도'를 주장한 만큼, 평택을 패배에 대한 양당의 '책임 공방' 과정에서 이에 대한 논란도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다.
선거는 승리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은 지역도 있다. 전북지사 선거의 경우 민주당 이원택 후보가 이날 오전 4시 기준 51.38%의 득표율을 기록해 무소속 김관영 후보(41.72%)를 예상보다 크게 앞섰지만, 선거 과정에선 김 후보가 제기한 '사심공천' 논란 등이 당 안팎으로 파장을 낳은 바 있다.
친청(親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 후보 공천을 위해 본래 민주당 소속이었던 김 후보를 '부적절하게 제명했다'는 논란이 일었고, 이에 전북 민심이 요동치며 '텃밭'이었던 지역이 '격전지'로 변모했다.
이연희 당 선대위 전략본부장은 전날 오후 6시께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후 브리핑에서 전북 상황을 두고 "전북의 민심에 대해서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당이 더 노력하고 낮은 자세로 전북 민심을 안아 가겠다"고 말해 이 같은 상황을 일부 인정하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결과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송영길 전 대표가 인천 연수갑 승리로 복귀하게 된 점이 눈길을 끈다.
특히 송 전 대표는 복당 당시 본인의 원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 복귀를 원한다고 의사를 표했지만, 해당 지역구엔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이 자리하며 다시 한번 지역구를 '양보'한 모양새가 만들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의 계양을 출마를 위해 지역구를 양보해 당원들로부터 '선당후사했다'는 우호적 평가를 받고 있는 송 전 대표로서는 이번 지역구 배정 및 승리가 본인의 당내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오는 8월 치러질 민주당 전당대회에선 송 전 대표를 비롯해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한 정청래 현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의 출마가 점쳐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선거를 압도적으로 승리할 경우 정 대표의 무난한 연임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이어져왔지만, 일부 주요 지역구에서의 패배가 확정되면서 향후 당권경쟁에서 정 대표의 '약점'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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