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간의 '몰카와의 전쟁'...성과와 과제는?

방통위의 열흘 간 집중단속...추후 동일 성폭력 영상 막으려면?

방송통신위원회가 14일부터 24일까지 10일간 몰카. 리벤지 포르노(디지털 성폭력) 등 불법영상물을 집중 단속했다. 웹하드사업자(51개 사업자, 63개 사이트)와 텀블러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내 불법영상물을 매개하는 주요 유통 채널을 단속한 것.


단속 후 시정조치에만 그친 게 아니다. 단속 결과를 토대로 웹하드 등에 통지, 즉시 삭제·차단 조치하도록 했고, 확보한 채증 자료는 방송통신심사위원회와 협력해 불법음란정보 데이터베이스로 구축, 향후 유통도 차단했다.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이 "몰카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이후 진행된 조치다.

결과도 나쁘지 않다. 웹하드에서 더는 디지털 성폭력 영상을 보기 어렵게 됐다. 웹하드에서는 자체 검열을 비롯해 실시간으로 방통위에서 내려오는 불법 영상물 삭제조치를 곧바로 이행했기 때문이다. 방통위 관계자도 "아직 구체적인 수치(삭제 등)를 분석하는 상황"이라면서도 "성과는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지난 10일간 방통위는 다른 업무에 있던 모니터링요원들을 리벤지 포르노를 찾아내는 데 모두 투입했다. 적발된 영상물은 웹하드에 통보, 삭제조치한 뒤, 추후 이 영상물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영상을 불법음란정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했다. 이렇게 할 경우, 추후 동일한 영상의 웹하드 등록 사전 차단이 가능하다.

'꼼수'로 우회해서 올리는 리벤지 포르노, 어떻게 잡나

하지만 이렇게 단발성 단속으로 리벤지 포르노가 근절될지는 미지수다. 지속적인 감시가 아닌 이상, 리벤지 포르노는 계속해서 웹하드에 올라올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한 번 올라간 영상은 삭제된다 해도 또 다시 올라오기 때문이다.

웹하드에 올라간 영상은 삭제가 된다 해도 이미 다운 받은 개인 다운로더 컴퓨터 하드에 저장된다. 만약 나중에 그들 중 누군가 이것을 변형, 즉 불법음란정보 데이터베이스에 걸리지 않도록 다시 올릴 경우, 현 구조상 손쓸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또다시 집중단속 등을 통해 잡아내야 하는데, 방통위 인력 여건상 정기적으로 그런 집중 단속을 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피해 당사자가 이를 모니터링하면서 일일이 신고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웹하드에 올라오는 다른 영상(저작권이 있는 영상), 즉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에는 제작사나 방송사에서 필터링 기술, 즉 불법적으로 올라온 영상을 자동으로 걸러내는 기술(DNA 필터링)을 도입한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음란물을 실시간으로 감지해서 자동으로 차단해주는 AI기술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DNA 필터링 기술을 사용할 경우, 등록된 영상물의 98% 정도를 잡아낼 수 있다"며 "영상을 합치거나, 조작 등을 통해 '꼼수' 업로드를 하려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영상을 사람이라고 치면, 사람의 DNA를 DB로 저장, 이 사람이 모자를 쓰든, 성형수술을 하든, 어떤 변신을 한다 해도 그 사람을 찾아내는 식이다.

예산 문제로 리벤지 포르노 근절 못한다?

하지만 방통위에는 아직 이 기술이 없다. 현재 영상을 걸러내는 기술은 DNA필터링 방식이 아닌 '해시 필터링'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DNA 방식보다 더 촘촘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를 들어 리벤지 포르노를 다운받은 업로더가 이전에 받은 '리벤지 포르노' 중 내용이 비슷한 것들끼리 묶은 뒤, 제목을 바꿔 다시 올릴 경우, 해시 필터링 방식은 이를 잡아내지 못한다. 결국, 열흘간 단속해서 삭제해도 이름만 바뀐 채 계속해서 전파되는 식이다.

방통위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해시 필터링은 DNA 필터링 보다 한꺼번에 많은 영상을 걸러내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DNA 필터링 방식에 비해 정밀도가 떨어짐을 인정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궁극적으로는 해시 필터링과 DNA 필터링을 병행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DAN 필터링 방식은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기에 현재로서는 여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단발성 인기영합주의 아닌 근본적 대책 필요

영화 제작사나 방송사의 경우, 자기네와 제휴하지 않은 불법 영상물을 차단하는 게 자신들에게 이익이 된다. 이들이 돈을 쏟아 부으며 DNA필터링 기술을 도입하는 이유다.

반면, 피해자 개인이 DNA필터링 기술을 도입해 자신의 영상이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에 적게는 수백만 원, 많게는 천여만 원을 지급하며 '디지털 장의사' 업체를 찾는다.

이번의 대대적인 단속은 피해자 개인이 그런 작업을 할 수 없기에 정부 차원에서 진행한 셈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리벤지 포르노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적발된 영상물, 즉 삭제된 영상물의 경우, 추후 다시 이 영상물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단발성 인기영합주의 대책이 아닌 근본적인, 그리고 장기적인 근절 대책과 예산 투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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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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