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총수 사면 직전 안종범에 문자 "하늘 같은 은혜..."

이것이 비선 실세'...朴의 모든 것 관리하는 최순실

공판이 횟수를 더해가면서 최순실 씨의 '비선 실세' 행각이 구체화되고 있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 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3차 공판기일에서 검찰이 내민 증거들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공직 생활부터 청와대 관저 생활까지 구석구석 최 씨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


검찰 측은 최 씨의 국정 개입의 증거로 우선 류상영 더블루K 과장의 휴대전화에서 발견한 문서들을 제시했다. 관세청 내 기강 문제와 더불어 고위직 인사 추천 내용을 담은 문서, 'VIP 방문 일정' 등이다.

관세청 인사 관련 문서에는 "기존 관행이 없어져야 그런 인식을 불식시킬 수 있고 기재부 내에서도 좋아할 것으로 보인다"며 '외부 인사에 대한 타당성을 피력하는 한편, "국장으로는 관세청 내부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성실한 000가 적임자'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검찰은 "최 씨 지시로 류 씨가 기안해 보고한 문건으로, 최 씨가 관세청 등 고위 공직자의 인사에도 관여한 사실이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최순실 씨. ⓒ사진공동취재단

'VIP 방문 일정' 문건에는 미얀마 방문을 앞둔 박 대통령과 미얀마 장관과의 대화 시나리오가 적혀 있다. "미얀마는 세계 경제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믿는다"며 "(미얀마 경제 발전에 대한)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코이카 사장과 이사장과 협의해서 하겠다" 등이다. 검찰 측은 "대통령 말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최순실 입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최 씨는 아울러, 자신의 딸 정유라 씨의 특혜 입학 논란과 관련 이화여대의 대응 문건을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측은 "문화체육관광부 문건으로 보이는 학교생활활성화 tf(태스크포스) 회의 자료가 유출돼 최순실이 관리했다"며 "이화여대에 대응하라고 지시하는 문건"이라고 했다.

이 문건에는 "지금 나오는 언론 및 기타 의혹 제기는 한 학생을 단두대에 올려놓은 것"이라며 "인간적 살해 행위", "죄 없는 학생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 등의 내용이 나온다.

최 씨가 자기 소유의 건물 관리인을 청와대 관저 관리에 동원한 정황도 추가로 밝혀졌다.

검찰은 "최 씨와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밀한 관계를 입증하기 위한 중요"라며 최 씨가 소유한 미승 빌딩 관리인인 문모 씨가 쓴 검찰 진술 조서를 제시했다.

문 씨는 "최순실 지시로 대통령 관련 업무를 처리한 사실이 있다"며 박 대통령 국회의원 시절 사저 수리를 해준 뒤, 대통령 취임 뒤 청와대에 가 침실 창문을 고치거나 관저 인테리어를 도운 적이 있다고 시인했다.

검찰 측은 "청와대 관저에도 수리업자가 있을 텐데 최 씨가 관리인에게 사소한 일까지 부탁했다"며 최 씨가 박 대통령의 일상에 얼마나 깊숙이 관여했는지를 피력했다.

검찰이 이 잡듯 증거들을 하나하나 내미는 동안, 최 씨는 덤덤한 표정으로 피고인석을 지켰다.

안종범, 청와대 대책회의서 "솔루션, 전경련 모금" 기록

이날 안 전 수석과 관련해선,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 모금 관련 증거 인멸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대기업 모금 강요에 대한 증거 인멸을 위해 청와대가 대책회의를 열었다며, 이같은 내용이 담긴 안 전 수석의 업무 수첩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는 대통령도 참석한 걸로 알려졌다.

2016년 10월 12일 자 수첩 내용을 보면, 'VIP 면담, 각종 의혹 제기 문제, TV조선·한겨레·국감, 사업 관련 청와대 주도한 게 아니라 참여한 것으로', '기업 자발적으로 한 것이고, 청와대 요구 아니다. BH X'라는 내용이 있다. '솔루션(solution)' 글자 아래엔 '=> 전경련 모금' 대목도 눈에 띈다.

검찰 측은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증거 인멸을 위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회의 나눈 것을 안종범이 그대로 메모한 것"이라며 강조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사진공동취재단

"하늘 같은 이 은혜..." 기업 임원들의 낯 뜨거운 충성 맹세

대기업 임원이 안 전 수석에게 총수 사면을 부탁하기 위해 보낸 문자 메시지 내용도 공개됐다. 검찰 측은 문자가 오간 시기에 대해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무렵"이라며 대기업 임원과 안 전 수석이 총수 사면-재단 설립을 놓고 모종의 거래를 했음을 암시했다.

2015년 8월 13일 김창근 SK 이노베이션 회장은 안 전 수석에게 "하늘 같은 이 은혜 영원히 잊지 않고 산업 보국에 앞장서 나라 경제 살리기에 앞장서겠다"며 충성 맹세에 가까운 메시지를 보냈다. 그 다음날인 8월 14일, 최태원 SK 회장은 광복 70주년 특사로 출소했고, 남은 형을 완전히 면제받았다. 김 회장은 이듬해인 2016년 1월 4일 새해 인사차 다시 연락해 "최태원 회장 사면...감사"라고 전했다.

하현회 LG 대표이사도 2016년 7월 26일 안 전 수석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구본상 부회장이 4년형을 선고 받고 95% 복역을 마친 상태"라며 "8.15특별 사면 대상 후보로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탄원서를 넣었는데 (사면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다시 한 번 검토해보시고…"라고 하기도 했다.

공판서 드러나는 언론 부역자?

청와대와 기업 사이의 은밀한 거래가 드러나는 가운데, 이 과정에 언론도 개입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SK 이만우 PR그룹 팀장은 "오늘 <조선일보> 수뇌부와 만났는데 '경제활성화 등을 위해서 최태원 회장이 조속히 나와서 제 역할을 해줘야하는데 걱정이다'라는 말을 해서 '그런 톤의 사설을 기재한다'고 했다"며 "대놓고 풀어주라고 쓰지는 못 해도 에둘러 사설을 써주겠다는 취지"라고 라고 안 전 수석에게 보내기도 했다.

류상영 전 더블루K 과장과 최 씨가 주고 받은 문자 메시지 내용 가운데에는 기자의 실명이 거론되기도 했다. 류 전 과장은 독일에 있는 최 씨에게 국내 상황을 전하며 "현재 소장님(최순실)과 (정)유라의 유일한 편이 되어줄 연합뉴스 이모 기자에게 빠르게 연락해야할 것 같고..." 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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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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