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성 변호인도 박근혜 편? 檢 "여기 대통령 재판정인가"

'대통령 공모 인정' 입장 뒤집고 '태블릿PC' 꼬투리 잡기

비선 국정 농단 사건의 주범인 최순실 씨,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측이 '최순실 태블릿피시(PC)'에 대한 진위 문제를 계속해서 쟁점화하려는 모양새다.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정 전 비서관 측 변호인은 정 씨의 문건 유출 혐의가 해당 태블릿PC가 최 씨의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만 인정된다고 밝히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 감정 신청을 요구했다.

전날 정 전 비서관의 변호인으로 새로 선임된 차기환 변호사는 "(정 전 비서관이) 혐의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지만, 이는 (검사가) 수사 과정에서 최순실 PC라고 전제해서 질문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차 변호사는 "정 전 비서관도 2012년 대선 캠프에서 최순실과 이메일을 일부 공유한 적이 있어서 최순실 PC가 맞다면 문건 전달 자체는 인정한다"며 "다만 정 전 비서관 혐의는 공무상기밀누설 하나인데, 그것(최순실 소유의 태블릿PC인지 여부)이 전제가 되어야 증거가 의미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달 행위 자체는 시인한다. 그러나 개별적으로 대통령 지시는 아니"라며 박근혜 대통령과의 공모 사실을 부인했다. 지난번과 달리 공모 사실을 인정한 부분을 뒤집은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정 전 비서관이 전달한 문건) 47건 전체가 JTBC 게 아니다. 단 3건만이 JTBC에서 인용됐고, TV조선 것도 있다"며 "대부분 문건은 최순실 주거지와 더블루케이, 미르-K스포츠재단 등에서 압수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호성 측 변호사에게 대단히 유감스러운 것은 정호성을 11월 3일 체포된 뒤 한 달 열흘 넘게 총 13회 피의자 신문조서를 쓰면서 자백하고 공모 관계를 다 인정하고 자백한 취지까지 말했는데, 2회 공판준비기일 하루 전날 변호인이 교체된 상황에서 증거인부에 대해 어떤 의견도 없이 JTBC만 문제 삼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기가 정호성의 재판정인가, 대통령의 재판정인가. 이것부터 말해달라"고 일갈했다.

지난 19일 열린 첫 공판 준비기일에서도 태블릿PC 감정 신청을 요구한 최 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이날도 태블릿PC의 증거능력을 문제삼았다. 그는 "검찰이 태블릿 PC를 최서원(최순실) 씨에게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다"고 의심했다.

이 변호사는 "현재 이 법정에 JTBC로부터 압수된 태블릿PC를 가져왔나. 그 PC가 검찰에 존재하는지 이걸 일단 묻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자청해서 감정을 신청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변호인들의 감정 신청 요구에 대해 "최순실 등 관련자들에 대한 유무죄 심리가 시급한데다 공소 사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므로 태블릿PC의 진위 여부에 대한 결정은 추후 결정하겠다"며 보류 결정했다.

검찰은 이날 최 씨와 안 전 수석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안 전 수석이 작성한 수첩 17권의 사본 전체를 증거로 제출했다. 또 박 대통령과 대기업 회장들 사이의 독대와 관련한 '대통령 말씀 자료', 국회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서 공개된 최씨와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 간의 통화 녹취록도 증거로 제출했다.

증인으로는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 이성한 전 미르재단사무총장,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 등 총 52명을 채택했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 준비절차를 마무리하고 다음 달 5일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간다. 첫 공판에서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기업 강제 모금 문제를 다룰 예정으로, 검찰 측 서류 증거 조사와 더불어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장에 대한 증인 신문이 이뤄진다.

정호성 새 변호인 차기환은 누구? 극우 평가받는 '세월호 특조위 방해꾼'

이날 정 전 비서관의 새 변호인으로 차기환 변호사가 등장해 주목받았다. 차 변호사는 지난 2014년 여당 추천 몫으로 4.16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에 들어가 노골적으로 특조위 활동을 방해한 인물로 알려져있다. 일각에서는 '극우'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는 지난해 11월 특조위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행적 조사 건을 의결하자 "삼류 정치 뺨치는 저질 드라마"라며 직을 자진 사퇴 기자회견을 열었던 이들 중 한 명이다.

2014년 7월에는 자신의 자신의 트위터에 "세월호 일부 유족들의 요구가 너무 지나치다. 사망자 전원 의사자 인정(의사자 개념에 맞지 않는다), 피해자 형제자매까지 특례입학 인정, 유가족 평생 생활 지원을 요구하는데 진상규명에 동의하는 여론을 저 무리한 요구에 동의하는 걸로 확장 해석하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왜곡된 글을 올려 비난을 받았다.

청소년, 촛불 폄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지난 달 5일 자신의 트위터에 "중고생들이 시위에 나섰다. 사리 판단력과 경험이 부족한 중고생을 앞장세워 무엇을 하려는 건가"라며 "중고생이 혁명이 무엇인지나 알고 있을까. 대학생 시절 프랑스 대혁명을 좋게만 생각했지만 그런 혼란, 무질서는 막아야 한다"고 했다.


최근 KBS 여당 추천 이사로 활동한 그는 최순실 태블릿PC를 최초 보도한 JTBC에 대해선 "세월호 잠수함 충돌설과 같은 헛소리를 방송하기 전에 자사가 엉터리로 해명한 태블릿 입수 경위와 왜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부터 해명해야 한다"며 "방송사가 아니라 정치투쟁의 선동·선전기관"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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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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