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삼성 정조준, 특검 '감' 잡았나?

홍완선·김종 소환…김기춘·조윤선 자택, 문화부 청사 압수수색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을 위해 출범한 '박영수 특검'이 성탄 연휴 직후인 26일 오전부터 전방위적 소환 조사 및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삼성물산 합병, 정유라 지원, 문화계 블랙리스트, 공무원 인사 등 여러 혐의들에 대한 수사를 동시 진행하면서, 이날 오전 방송·인터넷 뉴스는 특검발(發) 속보로 뒤덮였다.

먼저 특검은 이날 오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관련 기사 : 특검, 김기춘 전 靑 비서실장 자택 압수수색) 특검은 또 조윤선 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집무실을 포함한 문화부 청사 건물도 압수수색했다. 특검 수사관들은 문화부 청사에서는 특히 예술정책국과 콘텐츠정책국 사무실을 중점 압수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무실도 압수수색됐고, 조 장관의 자택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이런 압수수색 대상 목록과, 특검이 이날 오전 '김기춘과 조윤선 두 사람의 혐의 중 공통 부분에 대해 먼저 수사하고 있다'고 밝힌 점을 종합해 보면 특검이 노리고 있는 것은 이른바 '블랙리스트' 관련 의혹, 그리고 '나쁜 사람'으로 지칭된 문화부 공무원들에 대한 인사 관련 의혹임이 비교적 명확해 보인다.

특검은 이들 두 사람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이유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 증거 확보를 위해"라고 밝혔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회 등 12개 문화예술단체로부터 고발된 상태다.

지난 24~25일 연달아 소환 조사를 받았던 김종 전 문화부 차관도 이날 오후 다시 소환됐다. 사흘 연달아 조사를 받는 셈이다. 김 전 차관이 이날 다시 소환되는 것 역시 문화부 공무원이나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등에 대한 인사 문제, 블랙리스트 의혹 규명을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김종, 박근혜-이재용 독대 5일 전 박상진 만나…최지성 이름도 나왔다

특검은 지난 이틀 동안은 김 전 차관을 상대로 삼성그룹으로부터 받은 '지원금'의 대가성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삼성의 지원금이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한 16억2800만 원 등이다. 영재센터는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사실상 주도적으로 운영해온 곳이다.

특검은 김 전 차관이 지난해 7월 20일, 대한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을 만나 정유라 씨에 대한 승마 훈련 지원 방안을 사전 조율했다는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박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독대 닷새 전이다.

이날 <한겨레>에 따르면,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전 박 사장과 김 전 차관이 만났던 정황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인 최지성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 등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에 담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은 "(특검이)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단독 면담 전후에 최 부회장과 장 사장, 박 사장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에서 최순실 씨와 정유라 씨의 '승마 훈련 지원 로드맵'을 추진한 내용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홍완선 "문형표 지시 없었다"지만…

최순실 씨에 대한 '제3자 뇌물' 혐의가 검토되고 있는,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공단 '찬성' 의결 건과 관련해서는 이날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특검에 소환됐다. 홍 전 본부장은 당시 국민연금 의사 결정 배경이 무엇인지, 청와대나 보건복지부로부터 압력·지시가 없었는지 등을 집중 추궁받을 것으로 보인다.

홍 전 본부장은 이날 조사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특검에서 성실히 진술하겠다"고만 했다. '문형표 당시 장관의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했을 뿐, 다른 질문에 대해서는 '예', '아니오'도 하지 않았다.

특검은 그러나 최근 복지부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통해 '문형표 당시 복지부 장관이 합병 찬성을 직접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최광 전 국민연금 이사장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합병 찬성 의견을 주도한 홍 당시 본부장을 경질하려 했으나 정부 고위 관계자의 압력이 들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검은 홍 전 본부장에 이어 문 전 장관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특검은 이날 문 전 장관의 자택과, 김진수 전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의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정호성, 김상만 청와대 출입 관여했다

'비선 진료'를 했다는 청와대 자문의 김상만 씨의 청와대 출입에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관여한 정황도 특검 수사에서 드러났다. 김 전 원장이 청와대 자문의로 임명된 2013년 8월 이전에 이미 청와대에 들어가 박 대통령을 진료했고, 정 전 비서관이 여기 관여했다는 것이다. 특검은 전날 정 전 비서관을 소환 조사하면서 이같은 의혹을 캐물었다고 한다.

특검은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를 포렌식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그가 '보안 손님'인 김 전 원장의 출입에 구체적으로 관여한 흔적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경호상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 위법 행위라는 게 특검의 인식이다.

특검은 김 전 원장이 최순실 씨의 단골 의사였다는 점에서, 김 전 원장이 박 대통령을 진료하게 된 데에는 최 씨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이런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 전 비서관에게 캐물었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정 전 비서관은 검찰에서 47건의 문건 유출로 기소됐다"며 "추가로 유출한 문건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최순실, 휴지 심에 현금 수백만 원 숨겨놓고 써"

한편 최 씨의 여러 비위에 대한 언론 보도도 이어졌다. 이날 <동아일보>는 최 씨의 가사 도우미와 육아 도우미가 '최 씨는 사무실에 뒀던 금고 외에도 자택에 금고 2개를 보관하다가 압수수색 직전 처분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도우미들은 신문 인터뷰에서 "최 씨와 정유라 씨는 두루마리 화장지 심에 현금 수백만 원을 말아 끼워놓고 썼다"며 300만 원을 말아 넣은 화장지를 어디에 뒀는지 깜박 잊고 있다가 범인을 색출한다며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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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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