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정호성·김종 동시소환 '대통령 의혹' 조사…묵묵부답

靑문건 유출·최순실 국정농단 등 전반 추궁…말없이 조사실 직행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씨의 '메신저' 역할을 한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25일 오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별검사팀에 출석했다. 김종(55)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도 전날에 이어 재소환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날 정 전 비서관을 특검 사무실이 마련된 강남구 대치동 D 빌딩에 피의자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오후 1시 15분께 서울 남부구치소에서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도착한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 최씨와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 등에 관해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조사실로 향했다.

정 전 비서관은 특검팀이 21일 공식 수사에 착수한 이후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한 최측근으로는 처음으로 공개 소환됐다. 전날에는 최씨와 김종(55)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특검 사무실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특검팀은 정 전 비서관을 상대로 청와대 대외비 문건 유출 혐의와 관련해 박 대통령의 구체적인 역할과 최씨의 국정 개입 범위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25일 오후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 국정농단 사건 수사 특별검사팀' 서울 대치동 사무실에 소환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 전 비서관은 검찰 특별수사본부 수사에서 정부 고위직 인선자료, 외교·안보 문건 등 대외비 문건 47건을 최씨에게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지난달 20일 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그를 재판에 넘기면서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지목하고 피의자로 입건했다.

정 전 비서관은 이달 19일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을 통해 자신의 혐의를 대체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당시 정 전 비서관 측은 대통령과 공모해 공무상 비밀을 누설했다는 대목도 "대체로 인정한다"고 진술했다.

그는 박 대통령 취임 전후로 대통령은 물론 최씨와의 전화 통화내용을 수시로 녹음했는데, 이는 최씨의 국정농단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물증으로 주목받았다.

녹음 파일에는 정 전 비서관이 최씨와 박 대통령의 취임사를 논의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정 전 비서관이 최씨를 '선생님'이라고 호칭하며 깍듯하게 대하는 정황도 담겼다. 특검팀도 이 파일과 녹취록을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 '비선 진료' 의혹, 김기춘(77)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49) 전 민정수석 비위 의혹 등도 조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한편 전날 특검팀 첫 공개 소환자로 조사를 받은 김종 전 차관도 이날 1시 40분께부터 재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전날 오전 10시부터 이날 오전 1시께까지 조사하고 구치소로 돌려보낸 김 전 차관을 약 12시간 만에 다시 불렀다.

김 전 차관 역시 '김기춘 전 실장에게 인사청탁을 했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전날 조사에서 최씨 측이 삼성그룹으로부터 받은 지원금에 대가성이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한 특검팀은 이 외에 '인사청탁' 등도 캐물었다.

최씨 측의 이권 챙기기 행보를 지원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 전 차관은 문체부 전 고위 간부가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되도록 힘써달라고 김 전 실장에게 부탁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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