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번째 대북 제재 결의안…효과 있을까?

유엔 안보리 결의안 통과…"제재로 북핵 본질 해결되지 않아"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따른 제재 내용을 담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통과됐다. 기존 결의안에 포함됐던 '민생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는 예외 조항'이 다수 삭제됐고 북한의 외화 획득을 차단하는 조치가 포함되면서 '역대 가장 강력한 결의안'이라던 2270호보다 제재 수위가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안보리는 30일(현지 시각) 대북 제재 결의안 2321호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핵 실험과 관련한 제재 결의안은 지난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1718호를 시작으로 1874호(2009년), 2094호(2013년), 2270호(2016년)에 이어 이번이 다섯번째다.

결의안에는 우선 북한의 이른바 '외화 벌이'를 줄이기 위한 조치들이 강화됐다. 구체적으로 △북한의 석탄 수출 상한선 설정 △수출 제한 광물 종류 확대 △북한의 조형물 공급‧판매‧이전 금지 등 북한의 외화벌이 수단을 차단하는 내용이 새롭게 추가됐다.

우선 북한의 석탄 수출과 관련, 안보리는 액수로 약 4억 달러, 수출량으로 750만 톤 중 낮은 쪽으로 상한선을 두기로 결정했다. 북한의 중요한 외화 수출원 중 하나인 광물의 수출 폭을 제한해 북한의 자금줄을 옥죄겠다는 구상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북한의 최대 외화 소득원이 광물 수출인데, 중국 해관총서를 보면 2015년도에 북한은 중국에 1960만 톤을 수출, 10억 5000만 달러의 수익을 얻었다"며 "이에 안보리 결의안에는 1960만 톤의 38% 또는 10억 5000만 달러의 38% 중 북한에 적은 쪽으로 수출 상한선을 설정하기로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상한선을 38%로 제한한 이유에 대해 이 당국자는 "(미중 간) 밀고 당기기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며 "월별 수입 통계를 수입국이 제출하고 유엔 사무국이 가격을 계산해서 웹사이트에 공개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수출할 수 없는 광물 종류도 추가됐다. 직전 결의안인 2270호에서 금지됐던 석탄과 철, 철광석, 티타늄 등과 함께 이번 결의안에는 은과 동, 아연, 니켈 등이 추가됐다. 이 당국자는 "여기서도 1억 달러 정도 수출 길이 막힐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또 북한이 제작한 조형물의 공급‧판매‧이전이 금지됐다. 이 당국자는 "아프리카 등에 북한의 만수대 창작사가 만든 대형 조형물을 수출했는데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면서 "정확한 수치는 가지고 있지 않으나 대형 조형물 하나가 1000만 달러 단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것의 수출 길이 막히면 북한으로서는 심대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에 대한 우려 표명 및 회원국들의 주의를 요청하는 문구도 들어갔다. 다만 이는 앞선 조치들과는 달리 요청하는(call upon) 사안이라 당장 북한 노동자들의 해외 파견이 막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당국자는 "북한 노동자에 대한 대체 인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안보리 결의에 언급되면 여러 나라들이 북한 노동자 수입에 부담을 느껴 재고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많은 국가들이 하루아침에(북한 노동자들을) 내보내지는 않더라도 비자 발급 등을 통해 (북한 노동자 수를) 줄여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 북한 관영 매체 조선중앙TV는 지난 9월 9일 핵무기연구소 성명을 통해 5차 핵 실험을 성공적으로 실시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TV

기존 2270호 결의안에서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선박 제재 부문은 '민생 목적에서는 예외를 둔다'는 조건을 삭제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 선박 인증, 선급 관련 서비스, 보험 서비스 제공 등이 민생 목적일 경우 허용됐는데 이게 삭제됐다. 제재위가 건별로 사전 승인해야 가능하지만 사실상 전면 금지로 보면 된다"며 "북한 선박이 보험 가입이 안 됐다면 어느 화주가 선박을 이용하겠나. 운임에 타격을 입혀 자금줄을 차단하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운송 제재와 함께 검색 제재도 강화될 예정이다. 철도‧도로 화물은 물론 북한 개인의 여행용 수하물에 대해 검색할 의무가 있다는 점이 결의안에 명시됐다. 이 당국자는 "북한 사람들은 따로 엑스레이를 검사하는 등 심리적 압박이 심할 것"이라면서 "대량 현금(벌크 캐시, bluk cash)의 운반 등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의안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대목은 북한의 외교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항목이다. 안보리는 북한 공관 및 공관원당 은행 계좌를 1개로 제한했다. 이에 대해 이 당국자는 "이는 공관의 활동을 위축하고 주재국 당국의 감시 활동에 보다 쉽게 노출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북한 공관원이 비엔나 협약에 따라 외교 임무 이외 활동에 종사하는 것이 금지된다는 점을 강조했고 유엔 회원국 내 북한 공관의 규모를 줄이는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안보리는 경고성 조치로 북한의 유엔 회원국 권리 특권을 정지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한다(recall)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윤병세 장관이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을 심각하게 재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는데 이 부분은 우리 측 제기로 처음 공론화됐다"면서 "실제 안보리가 권고하고 총회에서 3분의 2의 찬성을 얻을 경우 권리 특권이 정지되는데 아직 전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결의안에는 "북한 주민들이 처한 어려움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주민의 기본 필요가 충족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을 추구하는 것을 규탄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과 9.19 공동 성명에 대한 지지 △6자회담 재개 촉구 △대화를 통한 평화적‧포괄적 해결 촉진과 긴장을 악화시킬 수 있는 어떤 행동도 자제하기 위한 노력 강조 등의 내용이 지난 결의안에 이어 이번에도 명시됐다.

정부는 안보리 결의안 채택 직후 성명을 통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명에서 정부는 이번 결의안이 "2270호 결의와 함께 유엔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인 비군사적 제재를 부과한 것이라는 점에서 또 하나의 이정표 같은 조치"라고 평가하고 "북한이 조속히 비핵화의 길로 나오지 않는다면 유엔 회원국으로서의 특권까지 정지될 수 있음을 안보리가 강력히 경과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재 수준 진전됐지만…근본 해결책 아냐

전문가들은 이번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의 압박 수위가 기존보다 높아졌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안보리 제재가 북한의 비핵화나 핵 동결 등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동대학교 김준형 교수는 석탄 수출 상한선을 제시한 것에 대해 "지금까지 안보리 결의는 두루뭉술했는데 이번에 목표치를 정한 것은 의미 있어 보인다"며 "수치화시킨 부분이 눈에 띄고, 그밖에 다른 조항들도 기존 결의안의 빈틈을 메꾼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역시 "북한 입장에서는 외화가 줄어드는 것이니까 제재가 그만큼 강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북중 간 공식적인 교역 외에 잡히지 않는 교역량이 존재하기 때문에 안보리 제재가 이러한 방식의 무역까지 모두 잡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의 해관에서 소규모로 북한의 석탄을 이용하는 것까지 완벽하게 잡아낼 수 있느냐는 의문"이라며 "이런 부분까지 완벽히 통제를 한다면 상당히 강력한 제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에서는 석탄이나 광물을 통한 외화 수입이 줄어드는 부분을 해외 노동자 파견으로 메꿀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해외 노동자 사용에 대해서는 주의를 요청한다고 했다.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기관에서는 저렴한 노동력, 숙련된 생산성 등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고용한건데 안보리 결의가 '요청' 수준이라면 실제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연철 인제대학교 교수 역시 "광물 수출이 줄어드는 만큼 노동력 수출 등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북중 경제 관계는 제재가 강화되는 것에 따라 나름대로 적응을 해왔다. 확실하게 제재하는 부분들은 피하면서 제재하지 않는 대상을 중심으로 확대됐다"면서 이번에도 제재 이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존 결의안보다 빈틈이 줄어들긴 했지만, 이 결의안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중지나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 내기는 어렵다는 근본적인 문제제기도 나왔다.

김준형 교수는 "기본적으로 안보리 결의안은 미국과 중국이 합의한 산물이다"라면서 "중국이 양보한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과 같은 단호한 조치가 나오지 않는 한 결의안은 문제 해결에서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얼마나 제재를 세게 해야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그만둘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제재를 세게 할수록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점점 더 강화됐다"면서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대화나 협상을 통해 포괄적 주고받기를 통한 문제 해결은 하지 않으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서 옳은 정책을 쓰고 있는 것처럼 제재에만 몰두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은 쳐다보지 않는 기만적인 정치"라고 일침을 놓았다.

한편 북한이 결의안에 반발해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행위를 감행할 가능성에 대해 김연철 교수는 "지금 미국에서 트럼프 정부가 출범 준비를 하고 있다"며 "북한은 즉각적인 반발보다는 일단 기다리면서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준형 교수 역시 "지금 상황은 유동적이다. 한국과 미국의 상황을 지켜본 뒤 내년 초까지는 지켜보면서 정치적인 수사로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혹은 중거리 미사일 정도는 발사할 수도 있다"면서 "이 결의안을 가지고 핵 실험을 하는 국면으로 진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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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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