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만장일치로 채택

기존보다 강화된 조치…6자회담 재개 필요성도 언급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대북제재 결의안 2094호를 이사국들의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안보리는 7일(현지시간) 2월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에 대한 후속 조치로 이번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에는 이전의 1718호, 1874호, 2087호보다 높은 수준의 고강도 조치들이 포함됐다. 결의안은 △제재 대상과 통제 품목 확대 △금융 제재 확대 △화물 검색 강화 △선박·항공기 차단 △금수 조치 △북한 외교관의 위법활동에 대한 주의 강화 △금수 대상 사치품 예시 목록 지정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7일(현지시간)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관련한 대북제재 결의안 2094호의 표결을 진행했다. ⓒAP=연합뉴스

이번 결의안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북한 선박 검색에 대한 강화조치다. 결의안에 따르면 북한을 출입하는 선박이 금수(禁輸) 물품을 적재했다는 정보가 있을 경우 유엔 회원국은 화물 검사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만약 해당 선박이 공해 상에서 검색을 거부하면 회원국들은 이 선박의 입항을 거부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해당 선박은 출발지로 돌아가야 한다.

또 북한을 포함하지 않은 제3국간 운행하는 북한 선박에 대해서도 검색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해 검색 대상을 확대했다. 이외에도 금지물자를 적재한 것으로 의심되는 항공기의 이·착륙 및 영공 통과를 불허하도록 했다. 항공기가 제재 대상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수 품목으로는 핵 2개, 미사일 5개, 화학무기 1개 등 총 8개가 추가됐다. 특히 핵 분야에서는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 등에 사용되는 필수적인 품목 2개가 포함됐다.

금융부문에서도 제재가 확대됐다. 회원국은 탄도 미사일 개발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는 다액의 현금을 포함한 금융자산의 이동이나 금융서비스를 북한에 제공할 수 없다. 여기에는 북한으로 들어가는 자금이나 대량 현금 이전에 대한 통제가 포함된다. 또 회원국은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되면 북한 사무소를 개설하거나 은행 계좌를 개설하는 행위를 차단하라고 요청했다.

지난 2087호 결의안과 마찬가지로 이번 결의안에도 개인 3명과 법인 두 곳이 제재대상에 추가됐다. 대상자는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 탄도미사일 및 재래식무기 관련 품목과 장비 수출업체) 소속 연정남과 고철재, 단천상업은행(탄도미사일·재래식무기 판매를 위한 금융단체) 소속 문정철 등 3명이다. 추가 법인 두 곳은 제2자연과학원(북한의 무기개발 연구소)과 조선종합설비수입회사(방위사업을 위한 구매활동과 군수관련 판매 지원을 총괄하는 조선용봉총회사의 자회사)이다. 이로써 제재를 받는 대상은 개인 12명, 단체 19곳으로 늘어났다.

이밖에 북한 외교관의 외교 특권 악용을 우려하는 조항도 삽입됐다. 북한 외교관이 핵이나 탄도미사일 계획을 돕는 것을 막기 위한 감시를 강화하고 보석, 요트, 고급차, 경주용 자동차 등 이른바 사치품의 밀수·밀매 행위를 감시하기로 했다.

결의안은 마지막으로 6자회담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고 회담의 재개를 촉구했다. 또 6자회담의 모든 참가국들이 한반도의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평화적인 방식으로 달성하고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해 2005년 9월 19일 발표한 공동성명을 완전하고 신속히 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北, "핵선제타격권리 행사할 것" 위협

이번 결의안에 대해 외교통상부는 8일 성명을 통해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환영하며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통상부는 성명에서 "이번 결의가 북한의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하고 북한의 즉각적인 핵포기를 촉구함과 아울러 대북 제재의 범위와 강도를 한층 강화한 것"이라며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함께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7일 조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제재가 도발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지 않느냐는 지적에 "제재가 도발을 촉발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도발했기 때문에 제재가 있는 것"이라며 "북한은 기존 결의와 채택될 예정인 결의에 담긴 국제사회의 엄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북한이 7일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 움직임에 대해 외무성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7일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 논의에 대해 "침략자들의 본거지들에 대한 핵선제타격권리를 행사하게 될 것"이라며 강도 높게 반발했다. 북한은 성명에서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반공화국 제재결의 채택놀음은 우리가 이미 선포한 보다 강력한 2차, 3차 대응조치들을 더욱 앞당기게 만들 것이다"라고 위협했다.

이어 "유엔안전보장리사회가 새로운 제재결의 채택으로 우리 공화국을 압살하려는 미국의 침략전쟁에 푸른 신호등을 켜준다면 우리는 다지고 다져온 선군의 위력을 폭발시켜 긴장격화의 악순환을 영원히 끝장내 버릴 것"이라며 "힘에는 힘으로, 핵에는 핵으로 맞서야만 정의를 수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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