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채이배 의원(국민의당)은 10일 금융위원회가 금융 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된 '크라우드 펀딩' 관련 광고를 차 전 단장의 회사 '아프리카 픽쳐스'에 맡겼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채 의원이 금융위에서 제출받은 '금융 개혁 캠페인 광고 제작 현황'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금융기관 홍보 부서장과의 간담회를 개최하면서 2편의 캠페인 광고(핀테크 편, 금융개혁 편)를 광고대행사인 B회사에 의뢰해 제작하기로 협의하고 관련 비용 14억 원을 각 기관별로 책정해 집행했다. 채 의원은 "B사는 금융위의 기존 홍보 관련 업무 일부를 담당해 온 곳"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이후 금융위는 사전 계획에 없던 '크라우드 펀딩 캠페인' 광고을 추가로 제작하기로 결정했고, 해당 광고 제작은 B사가 아닌 '아프리카 픽쳐스' 사(社)에 맡겼다. 이 회사 대표이사가 바로 차 전 단장이다. 채 의원은 "해당 크라우드 펀딩 광고 제작비 1억3000만 원은 한국거래소가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금융위가 한국거래소에 광고비를 떠넘긴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애초에 채 의원이 해당 자료를 입수한 경위도 "금융위가 정부 정책을 홍보하면서 금융 공공기관 및 유관 기업에 편법으로 비용을 떠넘긴 문제를 조사하던 가운데"였다고 채 의원실은 밝혔다.
채 의원에 따르면, 금융위가 아프리카 픽쳐스에 광고 제작을 맡긴 이유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문화체육관광부 파견 직원을 통해 추천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채 의원은 "예정에도 없던 정부 정책 홍보 광고를 추가 제작하기로 하고, 이를 차 전 단장이 대표인 회사를 특정해 제작을 맡긴 이유가 석연치 않다"며 "문화부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특혜를 준 사실이 드러난 만큼, 어떤 과정을 거쳐 차 전 단장의 회사를 계약 당사자로 선정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나아가 "금융위뿐 아니라 여타 정부 부처 및 공공기관에서 차 전 단장에게 '광고 일감 몰아주기'가 있었는지 조사하는 등 광고 수주 과정을 투명하게 밝혀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날 차 전 단장 및 그와 연관된 회사가 KT 광고의 상당 부분을 '싹쓸이'했다는 언론 보도가 연이어 나왔다. <한겨레>는 "올해 2월부터 9월까지 8개월 동안 KT가 지상파·인터넷·케이블·바이럴 등 영상으로 내보낸 광고 총 47편 가운데 차 전 단장이 대표로 있는 '아프리카 픽쳐스'나 사실상 소유주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플레이그라운드' 등(이 수주한 것이) 26편"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도 "2~9월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을 통해 공개된 KT 영상 광고는 모두 24편이며, 이 가운데 차 전 단장이 대표인 아프리카 픽쳐스가 맡은 광고는 6편"이라며 "차 감독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불거진 광고 대행사 플레이그라운드는 같은 기간 KT 광고 5편을 수주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2~9월은 그가 정부 고위직을 맡았던 기간과 일부 겹친다. 그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 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을 지냈다. 이 자리는 고위공무원 '가'급(실장급·과거의 1급 상당)에 해당한다. 정부는 그의 단장 취임 얼마 전인 2015년 3월, 시행령을 개정해 원래 2명이었던 단장 직위의 정원을 3명으로 늘린다. 이때 늘어난 1명의 공동 단장 자리가 그에게 돌아간 것.
창조경제추진단의 설립 근거가 되는 법령은 2013년 처음 제정된 '창조경제 민관협의회 등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27230호, 이하 규정)'이다. 규정은 14조에서 "미래창조과학부에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을 둘 수 있다"며 "추진단에 단장 2명과 부단장 1명을 둔다. 단장은 창조경제 관련 민간 전문가 중 미래부 장관이 위촉하는 자와, 기재부·교육부·미래부·문화부·산업부·국무조정실·금융위 고위공무원단 '가'등급에 해당하는 공무원 중 미래부 장관이 지명하는 자가 된다"고 정하고 있다.
이 규정 중 '단장 2명과 부단장 1명'이 '단장 3명과 부단장 2명'으로 갑자기 바뀐 게 2015년 3월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정성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이날 법제처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규정은 2015년 2월 26일 개정안 입안이 시작된 후 19일 만인 3월 17일에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 의원은 "개정안은 단 이틀 만에 입안을 마쳤다. 입법예고 기간도 단 5일만 진행했고, 규제 심사도 단 3일 만에 마무리했다. 입법예고 완료 후 국무회의 통과까지도 일사천리"라며 "그리고 차 전 단장은 대통령령 개정안이 공포된 지 10일 만인 4월 3일 새 창조경제추진단장으로 위촉됐다. 처음부터 짜맞춘 요식행위를 거친 것이고, '차은택 단장' 위촉을 위해 청와대가 지휘하고 전 부처가 동원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정감사에서는 창조경제추진단 문화창조융합본부가 집행한 막대한 예산도 도마에 올랐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문화부와 문화창조융합본부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에 7176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며 "2015년 119.1억, 2016년 897.6억의 예산 대부분을 집행했고, 2017년 2420억, 2018년 1870억, 2019년 1870억을 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이 기획하고 추진했던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에는 문화부·기재부·미래부·한국콘텐츠진흥원·한국관광공사·농식품부·국민체육진흥공단 등에서 쥐어짠, 7176억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그 실적은 참담한 수준"이라며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의 전면 중단과 국정조사를 통해 사업 타당성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도 송성각 질타, 김형수 관련 의혹 제기
이날 국회 교문위의 한국콘텐츠진흥원 대상 국정감사에서는 차 전 본부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문화계 인사들에 대한 의혹도 잇따라 제기됐다. 더민주 유은혜 의원은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대표를 역임했던 회사 '머큐리포스트'가 2015년 밀라노엑스포 당시 5억 원 상당의 영상물 제작 용역을 수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송 원장은 광고 업계에서 차 전 단장과 인연을 맺어 그의 '대부'로 불리는 인물이다.
유 의원 등에 따르면, 송 원장 및 차 전 단장과 연관된 업체는 주소지를 공유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차 전 단장이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회사) '엔박스에디트'는 2015년 3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다른 주소지로 변경 등기를 하는데, 옮겨간 주소지가 머큐리포스트의 주소지"라며 "밀라노엑스포 전시 감독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차은택으로 변경됐고, 차 전 단장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송 원장이 콘텐츠진흥원장으로 임명됐으며, 송 원장이 대표로 있던 회사가 밀라노엑스포 영상 제작 하도급을 받았다. 이 모든 일들에 차 전 단장이 관계돼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간 미르재단 등 의혹에 대해 '근거 없는 정치 공세'라던 새누리당도 부분적으로 비판적 태도를 보여 주목을 끌기도 했다. 교문위원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송 원장에게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과 관련해 "의혹이 제기되기 전에 콘텐츠진흥원이 자체 조사를 하고 객관적으로 문책할 사람은 문책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제대로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니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국민들에게 어마어마한 의혹이 있는 것처럼 비치지 않느냐"고 질책했다.
새누리당 이은재 의원은 송 원장에 대한 질의에서 "김형수 연세대 교수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개폐막식 공연 기술 개발을 목표로 2012년 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27억 원을 지원받아 연구용역을 수행했지만 아시안게임 대행사 선정에는 탈락했고, 연구는 특별한 성과 없이 2014년 3월 말 종료됐다"며 "5개월 뒤 김형수 교수의 배우자인 김효진 YMAP 대표가 '해당 기술을 사업화하겠다'며 (또) 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1억 원을 지원받았는데, 그 중 1000만 원을 연세대 산학협력단에 줬고 (이중) 200만 원은 학교에, 800만 원은 김 교수에게 지급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김효진 대표는 해당 기술 '독점 실시권'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과연 이런 행동들이 정상적인 기술 이전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들 부부가 국가 연구개발(R&D)예산을 편취하기 위해 국가와 콘텐츠진흥원을 농락했다"고 비판했다. 김형수 교수는 최근까지 논란의 미르 재단 이사장을 지낸 인물로, 차 전 단장의 대학원 은사였다. 차 전 단장은 최근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김 교수를 "스승", "존경하는 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애초 과제 수행자(김 교수) 선정이 공정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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