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6.3 지방선거 대구시장 후보 선출 과정에서 공천을 신청한 '대구 중진 국회의원'을 선제적으로 컷오프(공천 배제) 대상에 올리겠다는 방침을 내비쳐 당내 반발이 거세다.
감정이 격화된 대구 지역 중진의원들과 이 위원장 간 SNS 설전까지 벌어졌는데, 급기야 대구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동혁 대표를 찾아가 '후보 선출 방식을 재논의해야 한다', '시간을 달라' 등 의견을 개진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대구시당위원장인 이인선 의원을 비롯해 김상훈·강대식·김승수·김기웅 의원 등은 18일 오후 국회 본관에 있는 장 대표 집무실을 찾아가 이 위원장의 '중진 컷오프' 방침에 관한 우려를 전달했다. 면담에는 공관위 부위원장인 정희용 사무총장이 배석했다.
이 의원은 약 30분간 진행된 면담 종료 뒤 기자들에게 "(대구시장) 후보가 너무 많은 상황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대구시장 선거는 상향식 공천을 해왔는데 아예 결정된 건 아니지만 항간에 떠도는 '낙하산식'으로 보이는 (공천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을 (장 대표에게) 전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시민들이나 후보들이 수긍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시간을 좀 갖기로 했다"며 "(장 대표에게) 기다려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주로 의견을 들은 장 대표는 "(대구시장) 후보들과 여러 가지 방안을 얘기해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대구 의원들이 방안을 제시해 주면, 장 대표는 이를 이 위원장에게 직간접적으로 전달할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이 언급한 '낙하산' 공천의 대상은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겨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이정현 위원장의 '중진 컷오프' 기조를 두고, 사실상 이 전 위원장을 밀어 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랐다.
대구시장 선거에 나서는 주호영(6선)·윤재옥(4선)·추경호(3선) 중진 의원을 포함해 유영하(초선)·최은석(초선) 의원 등은 조만간 경선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일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지금까지 당을 위해 헌신한 분들에게 '지금 구태라고 생각하니 다 나오면 안 돼' 이렇게 하는 분위기는 맞지 않다"며 "(출마자 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해보겠다"고 예고했다.
이정현 위원장의 '대구 중진 컷오프' 방침을 두고 당사자들의 반발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주호영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대구시장 공천의 전권이 언제부터 공관위원장 개인의 호주머니 속에 있었나"라며 "공관위는 특정인을 밀어주고 특정인을 자르며 민심 위에 군림하라고 있는 기구가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추경호 의원도 "22대 개원 이후 해외 한 번 나갈 틈도 없이 오로지 나라와 당을 위해 싸워왔다"고 토로했다.
다만 이 위원장의 방침이 확고한 만큼, 의원들이 제시한 경선 방식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이 위원장은 이날 새벽 페이스북을 통해 "평생 공직과 정치를 하며 충분히 많은 기회를 누린 분들이 이제는 후배들에게 길을 내주어야 할 때 오히려 자리를 더 움켜쥐려 한다면 그것이 과연 책임 있는 정치인가"라며 "꿩도 먹고 알도 먹고 털까지 다 가져가겠다는 것 아닌가. 저는 이런 정치와 싸우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구는 과거에 머무를 도시가 아니"라며 "새 얼굴, 새 감각, 새 리더십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한편 지난 16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현역 중 처음으로 컷오프된 뒤, 추가 공천 접수를 진행한 충북지사 선거에서는 새롭게 후보 등록한 김수민 전 의원(전 충북도 정무부지사)을 두고 '공천 내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 충북지사 공천을 신청한 조길형 전 충주시장은 전날 밤 예비후보에서 사퇴한다고 밝혔고, 윤희근 전 경찰청장은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했다. 앞서 이날 오전 충북 지역 엄태영·박덕흠 의원이 장 대표를 찾아가 '특정인 단수공천이 아닌 경선을 통한 후보 선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엄 의원은 "당 대표도 충청 출신이다 보니까 충북 선거의 중요성을 예전부터 알고 있어 고심을 많이 하는 거 같다"며 "추가 공모 때 등록한 후보도 있는데, 그로 인해서 '어느 쪽으로 정해놓고 가는 거 아니냐'는 오해가 있다는 걸 (장 대표) 본인도 인지하고 있다. 그런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선 최종 경선으로 후보를 결정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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