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오드131'이 바다로 쏟아졌다

[함께 사는 길] 체르노빌, 후쿠시마 다음은? ③

원전은 사고가 나지 않아도 기체와 액체 핵폐기물을 대기와 바다로 계속 내보내고 있다.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다량 방출되고 있다는 사실은 최근에야 알려졌는데, 2015년 3월 환경연합은 보도 자료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원전 주변 거주 제한구역을 확대하고 암 발생 역학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후 환경연합은 최원식 국회의원실과 함께 국내 원전의 액체 및 기체 방사성 물질 역대 배출량을 한국수력원자력(주)(한수원)에 요청했다. 또한 UN과학위원회의 2000년 방사능 피폭 보고서를 입수해 한수원이 제출한 자료와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어찌 된 일인지 고리원전에서 특정 시기인 1993년과 1979년에 요오드131이 다량으로 방출된 것이다. 이는 당시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였다.

▲ 고리원전. ⓒ함께사는길(이성수)

갑상선암 원인 물질, 고리원전서 세계 최대치 배출

요오드131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방사성 물질로 갑상선암 발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외부 피폭보다 흡입, 섭취 등으로 몸에 흡수되었을 때 내부 피폭의 영향이 크다. 특히 흡수된 요오드131 대부분은 갑상선에 축적되어 세포를 손상시켜 암 발생 등 질병의 원인물질로 작용한다.

UN과학위원회 보고서에는 1993년 고리원전 1~4호기가 요오드131 기체를 13.2기가배크럴(1GBq: 10억 Bq) 배출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한수원이 제출한 자료에는 고리원전 1~2호기에서 1993년 배출한 요오드131 기체는 13.1GBq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대부분이 고리원전 1~2호기에서 배출된 것이다. 13.1GBq은 1994년 미국 사우스 텍사스 1~2호기가 배출한 요오드 기체 배출량(0.000001GBq)의 1300만 배이고 1990~1997년 당시 전 세계 430여 기 원전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였다.

한편, 국민의당 최원식 의원실을 통해 한수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1979년 고리 1~2호기의 액체 요오드131 배출량을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UN과학위원회 보고서는 1990~1997년 전 세계 원전의 기체 요오드131 배출량만 나와 있다.

한수원 자료에 따르면, 고리 1~2호기의 1979년 요오드131 배출량은 81.6GBq다. 이는 1993년 배출량보다 6배나 더 많고 1994년 미국의 사우스 텍사스 원전 1~2호기 배출량보다 최대 8200만 배나 높은 수치다.

최원식 의원실을 통해 한수원의 자료를 받기 전까지 1979년 방사성 물질 배출량은 계속 의문이었다. 환경연합이 정보공개청구 등으로 추적을 했지만 확인하지 못했다. 1979년 방사성 물질 배출량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의뢰한 '원전 주변 주민 역학조사 관련 후속 연구'(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 주관 연구책임자 백도명)의 추가 분석으로 백도명 교수가 환자의 거주시점에 따른 암 발병률의 차이를 확인하면서부터다. 2000년 이후에 암이 발병한 사람들의 거주시작 연도를 살펴봤더니 1980년 전후부터 거주하기 시작했던 주민들에게서 암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는 것을 추가분석을 통해 확인한 것이다.

▲ 고리1발전소 기체 요오드131 배출량(GBq) ⓒ함께사는길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978~1980년까지 고리원전 1호기 고장사고 건수는 총 37건이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고리 1호기 환경방사능 종합평가(1980년 9월 한국전력주식회사, 한국원자력연구소)'를 받았다. 이 평가서에는 '1979년의 개인 최대 내부피폭선량(당시 준용한 미국 핵규제위원회의 10 CFR 50, Appendix Ⅰ)은 선량 목표치의 약 3배 정도 상회하고 있는데 이는 방사성 요오드의 방출량이 많은 데에 기인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1979년은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인 고리원전 1호기가 가동된 지 1년이 된 해다. 두 번째 원전인 고리 2호기는 1985년부터 가동되었으니 이 당시 방사성 물질 배출처는 고리원전 1호기뿐이다. 고리원전 1호기에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방사성 요오드의 방출량에 기인'한 피폭선량이 그렇게 높았던 것일까.

1993년에 방사성 물질인 요오드131이 다량으로 배출된 원인은 한수원 제출 자료에서 찾을 수 있다. 고리원전 2호기의 핵연료봉이 1992년 6월에 10다발, 1993년 9월에 19다발이 손상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원전 최종 안전성 분석 보고서에서 설계기준으로 삼고 있는 핵연료봉의 결함률은 총 150다발의 0.1%다. 가장 보수적인 가정에서의 결함률보다도 10배나 많은 결함이 발생한 것이다.

핵연료를 식히는 1차 냉각재에서 방사성 요오드의 농도가 급증하면 핵연료봉이 손상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결국 핵연료봉을 둘러싸고 있는 피복이 손상돼 핵연료의 방사성 물질이 핵연료를 식히는 1차 냉각재로 유출됐고 1차 냉각재가 순환하는 계통의 노즐 등에서 1차 냉각재가 조금씩 새어나가는데 이때 요오드131이 외부 환경으로 누출된 것으로 추측된다.

정보공개를 통해서 받은 위의 환경방사능 종합평가서에서 요오드131 배출량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오염도 조사결과이다. 해조류 요오드131 오염도가 표로 정리되어 있는데 1979년 오염도만 빠져 있다. 1979년 요오드131이 엄청나게 바다로 쏟아졌다는 사실을 이번에 최원식 의원실을 통해 받은 자료에서 확인하게 된 것이다.

1979년에 무슨 일이 있었나

방사성 물질이 내뿜는 에너지를 사람이 얼마나 흡수해서 영향을 받는지는 '피폭선량'으로 확인한다(단위: 시버트(SV)). 방사선 측정기로 측정하거나 계산을 해서 확인한다.

원전 제한구역 경계에서의 최대개인피폭선량 규제값은 0.25밀리시버트(mSV)이다. 1979년 고리원전 1호기의 '방출액체에 의한 개인최대피폭선량'은 유아의 갑상선의 경우 약 0.3mSV로 기준을 넘어버렸다. 하지만 전신피폭량은 0.009mSV로 매우 낮게 평가되어, 결과적으로 기준치 이하로 평가되었다.

방사성 요오드는 갑상선에 모여서 갑상선암을 발생시킨다. 갑상선암 발생에는 전신피폭량평가보다 갑상선 피폭선량이 더 직접적이고 중요하다. 그럼에도 전신피폭량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갑상선암 발생 문제를 희석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배출되었고 암 발생률이 높아졌음에도 피폭선량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UN과학위원회 보고서와 한수원 제출자료에 따르면 1993년 고리원전 1~2호기의 기체 요오드131 배출량은 울진원전(현 한울원전) 1~2호기보다 3000배가 높다. 그런데 그 영향을 확인하는 피폭선량 계산값은 갑상선 피폭의 경우 45배, 전신 피폭의 경우 10배밖에 높지 않다. 방사성 물질은 배출되었고 암은 발생했는데 피해를 숫자로 나타낼 수 있는 피폭선량은 여전히 낮다는 것이다.

현재 피폭선량은 국제방사선방호협회(ICRP)가 제시한 계산식을 따른다. 그동안 유럽방사선방호위원회(ECRR) 등은 국제방사선방호협회의 내부피폭선량 계산에 대해서 비판을 하면서 대안 계산식을 제시해왔다. 국제방사선방호협회(ICRP)의 피폭선량 계산식 자체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국제방사선방호협회의 계산식에 따른 갑상선암 피폭선량 대비 전신피폭선량도 들쑥날쑥하다. 고리원전의 성인 갑상선 피폭선량은 1993년에 0.034mSV로 1979년 갑상선 피폭선량 0.1mSV의 5분의 1이었다. 하지만 전신 피폭선량은 1993년 0.0076mSV로 1979년 0.01mSV와 큰 차이가 없다.

원전과 암 발생 연관성 속속 밝혀져

▲ 방사액체에 의한 피폭경로별 개인 최대 피폭선량 ⓒ함께사는길
국제방사선방호협회의 피폭선량 계산식에 의한 피폭선량 평가가 실제 원전 주변 지역의 암 발생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국제적으로 소개된 논문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제방사선방호협회의 피폭선량 계산식은 일본 나가사키, 히로시마 원폭 투하 당시 생존자를 추적 조사하면서 만들어진 모델을 기반으로 삼고 전신피폭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세포 수준의 손상에서부터 암이 발생하는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방사성방호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특정 방사성 물질에 영향을 받는 특정 장기(가령 갑상선)에서 직접 방사선 피폭이 되어 손상되는 세포들의 피폭선량으로 좁혀 들어가면 국제방사선방호협회의 계산식에 의한 피폭선량보다 최소 1000배나 높다고 주장한다. 이 계산식에 의하면 기준치 이하로 계산된 피폭선량이 1000배 이상 높아져서 암발생률이 높아지는 실제 상황을 설명할 수 있다.

'독일 원자력발전소 주변의 소아암에 대한 역학적 연구'(2007)는 시사점이 크다. 독일연방 방사선보호청에서 의뢰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에서 매년 자연적인 방사선 노출은 약 1.4mSv에 이르며, 의학 연구에 의한 연평균 노출은 약 1.8mSv인데 반해 오브리하임 원전과 그룬트레밍엔 원전에서 5킬로미터(㎞) 떨어진 50세 주민에 대한 기체 방사성 물질 피폭선량 평가는 각각 0.00032mSv와 0.0000019mSv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 보고서는 1980년부터 2003년까지 원전 주변 5㎞ 이내에 거주한 5세 미만 아이가 소아암이나 소아백혈병에 걸릴 위험성과 원전 간의 관련성이 관찰된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기준치에 한참 못 미치는 피폭선량 평가에도 소아암과 소아백혈병 발생이 원전과 관련성이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도 핵발전소 인근의 아동기 백혈병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2002~2007년 동안 발생한 소아백혈병이 원전 반경 5㎞ 거주와 관련성이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저선량 방사능과 암 발생 관련성 연구 필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의뢰한 '원전 주변 주민 역학조사 관련 후속 연구(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 주관 연구책임자 백도명)'는 데이터 확보의 한계에도 원전과 주민들의 방사선 관련 암 사이의 관련성을 밝혀냈다. 그러나 방사능에 가장 민감한 18세 이하 아동 청소년을 연구에서 제외한 점, 거리와 시기에 따른 암 발생 연관성 등 아직 연구과제가 많다. 바다와 대기 중으로 배출된 수십 종의 방사성 물질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592명의 원전 주변 주민 갑상선암 공동소송이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정부가 기준치 이하의 피폭량이라고 암으로 고통받는 지역주민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저선량 방사능 노출로 인한 암 발생 관련성에 대한 연구를 앞으로 해야 하는 이유다.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바로 가기 :
<함께 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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