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 베트남에선 논란, 왜 그럴까?"

베트남전 종전 40주년 한베평화재단 발족…"평화가 길"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배우 송중기 씨와 한 행사에서 만나 함께 사진을 찍고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극찬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국내에서 시청률 30%를 넘어서며 갈채를 받고 있는 사이 엉뚱하게도 베트남에서는 이 드라마의 현지 방영을 둘러싸고 찬반론이 들끓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지 40년이 지났지만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한국군에 대한 기억이 사회적 트라우마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 민간인 학살 희생자는 9000여 명. 베트남 사람들에게 한국은 가해국이었다. '가해국'이었던 한국의 32만 참전자 가운데 1만5000여 명은 죽거나 다쳤고, 2만 명이 고엽제 후유증을 겪게 되었다. 전쟁은 두 국가에 모두 씻지 못할 상처를 남겼다.

베트남전 종전 40주년을 사흘 앞둔 27일, 한국과 베트남의 화해와 평화, 나아가 동아시아의 평화를 염원하는 이들이 '한베평화재단'을 발족했다.

노화욱 한베평화재단 건립 추진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앞에서 열린 발족식에서 "베트남전 종전 기념일인 4월 30일을 즈음하여 올해를 평화의 원년으로 삼고, 베트남 전쟁에 대한 성찰에서 출발하여 한국과 베트남 전쟁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나아가 동아시아 평화와 상생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단은 지난해 9월 극동대학교 석좌 교수인 노 위원장을 비롯해 강우일 주교, 이정우 전 경북대 교수, 서중석 성균관대 명예 교수, 명진 스님, 정지영 감독 등 68명이 추진위를 결성했으며, 이날 7개월 만에 빛을 보게 되었다.

추진위는 이날 재단 출범 선언과 함께 베트남 전쟁의 진실 규명, 사과와 반성, 베트남 피해자에 대한 지원 확대 등을 다짐했다.

▲한베평화재단 발족 기자회견. 이날 행사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도 참석했다. ⓒ프레시안(서어리)

이들은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 최대 민간인 학살 지역으로 꼽히는 베트남 중부 빈딘성에서 지난 2월 열린 '빈안학살 50주년 위령제'를 찾아 사죄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구수정 건립추진위원은 베트남 내에서의 <태양의 후예> 논란을 거론하며, "이렇듯 양국 간 교류는 봇물 터지듯 늘어가지만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거사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를 직시하는 것은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더 이상 그 해결을 미뤄둘 수만은 없다"며 "한국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로 베트남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족식에는 베트남 유학생 응우옌 응옥 뚜옌(Nguyen Ngoc Tuyen) 씨와 한국 청년 이길보라 씨가 함께 한-베 평화를 기원하는 편지를 낭독하기도 했다. 응우옌 씨는 어머니로부터 들었던 전쟁의 참상을 얘기하며 "베트남과 한국의 청년이 전쟁의 기억을 딛고 이제는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씨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고엽자 피해자임을 밝히며, "한국과 베트남 사이에 있었던 기억이 무엇이었는지, 어떤 국가 폭력이었는지. 이 전쟁의 기억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편지를 낭독하는 베트남 유학생 응우옌 응옥 뚜옌(Nguyen Ngoc Tuyen) 씨. ⓒ프레시안(서어리)

마지막 순서로 '베트남 피에타' 조각상이 공개됐다.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입구의 '평화의 소녀상' 옆에 세워진 베트남 피에타는 소녀상을 만든 김서경·김운성 작가의 작품으로,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 민간인 학살로 희생된 아기와 어머니를 상징한다. 이 조각상의 베트남 이름은 '마지막 자장가(Loi ru cuoi cung)'로, 김서경 조각가는 "이름조차 얻지 못하고 죽어간 갓난아기들의 죽음을 '마지막 자장가'를 통해 진심으로 위로하고 싶다"고 했다.

노 위원장은 "아기와 어머니, 소녀의 삶은 지난 20세기 동아시아에서 일어난 전쟁의 추악한 민낯을 증거한다"며 "'평화로 가는 길은 없다. 평화가 길'이라는 말이 있다. 전쟁을 기억하고 성찰하는 것이 곧 그 길"이라고 밝혔다.

ⓒ프레시안(서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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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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