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방지법, 1시간만에 통과…새누리 전원 찬성

192시간 필리버스터 무색…새누리 "유엔은 테러단체 대강 지정"

192시간의 무제한 반대 토론에도 불구하고, 테러 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2일 저녁 7시 32분까지 진행된 이종걸 원내대표의 토론을 마지막으로 무제한 토론을 마치면서, 본회의는 이날 밤 9시 33분 속개됐다.

재개된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독소 조항'을 제거했다는 테러 방지법 수정안을 제출했다. 변재일 의원이 대표로 수정안 내용을 설명했다.

변 의원은 "이철우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새누리당 원안)은 '테러 위험 인물'을 '테러단체의 조직원이거나, 기타 테러를 선전했거나, 했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며 "'기타 테러'라는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모호하다. 국정원의 판단만으로 테러 위험인물로 분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 새누리당에서는 여당 수정안의 대표 발의자인 주호영 의원이 맨 처음으로 나서서 야당 수정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주 의원은 "야당은 대상 인물을 '유엔이 지정한 테러 단체의 구성원'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유엔은 테러 단체를 대강대강 지정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저의 수정안(새누리당 수정안)에 찬성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여야 의원들이 나서 자기 당의 안을 채택해 달라고 번갈아 찬반 토론을 벌이며 마지막 논쟁을 벌였다. 야당에서는 더민주 김광진, 정청래, 신경민 의원이 차례대로 나서서 새누리당 안에는 국정원의 권한 남용 우려가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당에서는 이철우, 박민식 의원이 토론자로 나와 이미 야당이 지적한 점은 원안에서 '주호영 수정안'을 내며 대부분 해소됐다며 여당 안대로 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주장했다.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각 당 토론자들의 발언 도중 의석에서 고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야당에서 "여당 의원 여러분 휴대폰부터 국정원에서 들여다볼 것"(정청래 의원)이라고 주장하자 새누리당 의석에서 거센 항의와 야유가 터져나왔고, 여당에서 "야당 안은 '테러 방치법'"(이철우 의원), "그렇게 걱정되면 선거운동하면서 '카카오톡' 왜 쓰시냐"(박민식 의원)라고 하자 야당 의원들이 소리를 지르며 비난했다. 신 의원은 박 의원의 토론 내용에 대해 "그래서 일반적인 대화는 카카오톡으로 하고, 비밀스런 내용은 '텔레그램'으로 이야기한다"고 맞받기도 했다.

10시 30분, 토론이 끝닜다. 토론 종결 직후 표결에 부쳐진 더민주 수정안(이종걸 의원 대표발의)은 찬성 107표, 반대 156표로 부결됐다. 2분 후 표결한 새누리당 수정안(주호영 의원 대표발의)은 1분만에 투표가 끝났다. 야당 의원들이 거의 전원 퇴장한 가운데, 새누리당 안은 재석 157인에 찬성 156표, 반대 1표로 가결됐다. 수정안이 통과됐으므로, 원안(이철우 의원 대표발의)은 표결에 부쳐지지 않았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주 의원의 수정안대로 테러 방지법이 통과됐다고 선언하며 의사봉을 두드린 시각은 본회의가 재개된 지 정확히 1시간 후인 밤 10시 33분. 지난달 23일 저녁부터 192시간 동안 야3당의 38명 의원이 무제한 반대 토론을 벌인 테러 방지법은 이렇게 통과됐다.

▲2일 밤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테러 방지법이 찬성 156표, 반대 1표로 통과됐다. ⓒ연합뉴스

퇴장하지 않고 반대표를 던진 야당 의원은 국민의당 김영환 의원이었다. 국민의당의 다른 의원들과 정의당 소속 의원들은 테러 방지법 처리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106명(108명에서 전정희·홍의락 의원 탈당) 전원이 본회의에 참석해, 야당 수정안에는 찬성 표를 던지고 여당 안이 표결될 때에는 퇴장했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테러 방지법 외에도 공직선거법과 북한인권법 등 정치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일부 법률안을 포함해 38건의 법안이 통과됐다. 선거법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가 만든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이 그대로 통과됐고(☞관련 기사 :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우리 동네는?), 북한인권법은 여야 지도부가 합의한 내용대로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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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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