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인권센터, 석사과정 심리상담원 '無페이·無교육' 채용공고 논란

"인권센터인데 상담사 인권은 없나"…수련생 커뮤니티서 반발 일자 공고 철회

동덕여대 인권센터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으로 재학 중인 학생을 급여·교육 없이 상담원으로 채용한다고 공고했다 비판 여론이 일자 철회했다. 자격증 취득을 위해 수련 시간을 채우려는 학생이 모집 대상이었다는 게 센터 입장인데, 수련생들은 "보수에 더해 교육조차 제공하지 않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27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동덕여대 인권센터는 최근 상담원을 보수, 교육 없이 계약직으로 채용한다는 공고문을 게시했다 24일 삭제했다. 상담심리사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는 수련생 사이에서 거센 반발이 일어서다.

공고문을 보면, 센터는 상담 및 심리학 전공 석사과정을 3회차 이상 진행했고 심리검사 해석 상담이 가능한 이들을 대상으로 자원 상담원을 모집했다. 해석 상담은 내담자가 진행한 심리 검사를 풀이·설명하는 일이다.

센터는 계약 기간을 1년(추후 재계약 가능)으로 정하면서도 보수, 교육, 수퍼비전(상급 상담사가 하급 상담사의 상담 업무를 감독·지도하는 활동) 일체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다만 근무 일수와 시간은 조율 가능했다.

▲동덕여대 인권센터가 삭제한 자원상담원 채용 공고문 일부ⓒ프레시안

해당 공고문을 두고 수련생 및 상담심리사 1800여 명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서 "내 눈을 의심했다", "인권센터라면서 상담사의 인권은 없느냐" 등 성토가 쏟아졌다. 원체 처우가 열악한 업계지만 동덕여대 인권센터의 공고 내용은 선을 넘었단 것이다.

한국상담심리학회가 지급하는 상담심리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상담 현장에서 일정 기간 수련(상담)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수련생이 무급으로 상담 업무를 맡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종사자들의 문제제기가 계속됐고, 최저임금에 준하는 급여를 지급하는 기관도 생기고 있다.

실제 한국상담심리학회 회원시스템 포털에 게시된 구인 공고문을 봐도 동덕여대처럼 무급 상담사를 채용하는 대학은 흔치 않았다.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는 자원 상담원을 채용하되 대부분 교육(수퍼비전 포함)을 제공했고 몇몇 기관은 교통비도 제공했다. 서울 소재 A, B 중학교도 '학생상담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고 공고하면서도 시간당 1만 원의 활동비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추세를 역행하는 동덕여대 인권센터의 공고를 두고 상담사 및 수련생들은 '급여도 교육도 없이 상담 업무를 맡기는 건 명백한 착취'라고 입을 모았다. 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전공하는 C 씨는 <프레시안>에 "수련생 해석상담 업무를 맡긴다는 건 사실상 근로자로 일할 상담사를 채용하겠다는 뜻"이라며 "그런데도 '자원 상담원'이라는 이름으로 급여도 교육도 제공하지 않는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청소년상담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상담사 D 씨 또한 "수퍼비전 또한 상담심리사 취득의 필수 요건이고, 외부에서 받으려면 10만 원 상당의 지출이 필요해 수련생에게 부담이 크다"며 "많은 돈과 시간을 담보해야만 하는 구조 속에서 건강한 상담사가 탄생하기는 무척 어렵다"고 했다.

심리상담 업계에 대한 공적 관리·감독체계 부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상담사를 양성하는 공적인 기준이 없으니 열악한 처우를 제공하는 현장에 어떤 제재도 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D 씨는 "현재 한국에는 심리상담 서비스의 정의와 특성, 제공 인력의 자격 기준 및 처우 등을 다루는 체계적인 법이 없다"며 "이 때문에 상담사의 전문성과 역량이 제각각인 데다 처우 개선도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어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했다.

▲서울 강동구 소재 A 중학교의 경우 '학생상담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고 공고하면서도 시간당 1만 원의 활동비를 지급한다고 밝혔다.ⓒ한국상담심리학회 회원시스템 포털 갈무리

동덕여대 인권센터는 공고문이 수련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될 줄 몰랐다는 입장이다. 센터 관계자는 <프레시안>에 "인력 부족으로 학생들이 수개월째 해석상담을 기다리는 등 불편을 겪고 있었다"며 "지원자에 한해 사례를 제공하는 대신 해석상담을 해줄 자원상담원을 모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턴 교육생이 아닌 자원상담원을 모집했기 때문에 보수는 당연히 없고, 전임상담사 가운데 수퍼비전을 제공할 수 있는 1급 자격증 취득자가 없어 교육도 불가능했다"며 "다른 센터에서도 급여나 교육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공고문이 문제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론이 너무 좋지 않아 현재 공고문은 내린 상황"이라며 "공고 재개나 인력 충원 등은 내부 논의 후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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