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 불명 'L투자회사', 베일 벗겨질까?

신격호 차명자산 가능성…경영권 다툼 핵심 변수

'12개 L투자회사들'. 롯데 그룹 경영권 분쟁으로 존재가 알려졌다. 롯데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광윤사(光潤社, 고준샤)가 있다면, 중요한 길목마다 'L투자회사'들이 있다.

'L제1투자회사', 'L제2투자회사', 이런 식으로 'L제12투자회사'까지 있다. '12개 L투자회사들'이 롯데 그룹 주요 계열사 핵심 지분을 갖고 있다. 한국 롯데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 역시 72.65% 지분을 'L투자회사'들이 나눠서 보유하고 있다. 단일 주주로서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호텔롯데 최대주주다. 하지만 'L투자회사들'이 사실상 한 묶음이라고 보면, 이들이 최대주주다.

신동빈이 주총 이겨도, 경영권 장악 못 할 수 있다

따라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두 아들 가운데 한 명이 한·일 롯데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일본 롯데홀딩스를 장악한다고 해도, 12개의 'L투자회사'가 다른 아들을 지지한다면, 판이 바뀔 수 있다.

그렇다면, 'L투자회사'들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광윤사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비상장 기업이다. 완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지난 5일 저녁 MBC 보도에 따르면, L투자회사 가운데 한 곳은 주소지가 신 총괄회장의 일본 자택이다. 직접 찾아갔더니 집 명패에 '시게미쓰 다케오'라고 적혀 있다. 신 총괄회장의 일본 이름이다.

'L투자회사'들이 신 총괄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한 특수목적법인(SPC)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그렇다면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긴다고 해도, 한·일 롯데 그룹을 통째로 장악할 수는 없다. 신동주, 신동빈 형제의 경영권 다툼 전망은 아주 복잡해진다.

17일 결산 보고서에 '일본 L제2투자회사' 정보 공시될까?

한국에선 자산의 차명 보유가 법으로 금지돼 있다. 하지만 일본의 차명 자산에 대해 규제하기란 매우 어렵다. 따라서 'L투자회사'를 통한 한국 롯데 그룹 지배는, 법적으로 까다로운 문제를 낳는다.

정책 당국은 'L투자회사'들의 실체 규명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지난달 3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 그룹 측에 해외 계열사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주주 현황, 주식 보유 현황, 임원 현황 등을 오는 20일까지 알려달라는 내용이다. 롯데 그룹 측이 이런 요구에 제대로 응한다면, 일본 롯데홀딩스와 광윤사, 'L투자회사' 등의 소유 구조가 드러난다. 롯데 그룹 측이 이를 거부할 경우,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형사고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역시 'L투자회사'들의 실체 규명에 나섰다. 롯데 그룹 계열사인 롯데알미늄·롯데로지스틱스 등이 오는 17일 2분기 결산 보고서를 낸다. 이때, 최대주주인 '일본 L제2투자회사'의 대표자와 재무, 사업 현황 등 주요 경영 정보를 밝히도록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외국계 자본도, 국내에서 자금조달을 한다면 경영정보를 구체적으로 공시할 의무가 있다. 그동안 'L투자회사'들은 이런 의무를 따르지 않았다. 금감원의 이번 요구마저 무시한다면, 최고 20억 원의 과징금이 매겨질 수 있다. '중요 공시 위반 사항'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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