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는 차남을 왜 버렸나? 제2롯데월드는?

[비즈니스 프리즘] 신격호·신동빈 부자의 꿈, 결말은?

아버지는 가난했다. 식민지 청년에 대한 차별, 그리고 결핍. 그 깊이만큼 꿈이 컸다. 나이를 먹어가며, 그 꿈을 대부분 이뤘다. 그가 세운 롯데그룹은 국내 재계 서열 5위다. 마지막 꿈이 남았다. 세계 최고 높이의 테마파크를 짓는 것이다. 이른바 '제2롯데월드' 사업이다.

'안보' 이유로 막았던 공사, 이명박 정부가 풀어줬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롯데월드 몰'(제2롯데월드) 사업을 구상한 건 1987년이다. 당시 계획은 잠실 롯데월드 부지 옆에 108층 높이의 마천루를 짓겠다는 거였다.

1994년부터 본격적인 준비를 했다. 하지만 1998년 암초에 부딪혔다. 인근에 있는 성남 서울공항 활주로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공군 기지로 쓰이는 곳이라, 근처에 고층 빌딩이 들어서면 전투기 조종사 시야 확보가 어려워진다. 국가 안보, 그리고 조종사 생명에 관한 문제다. 게다가 한해 전에 터진 외환 위기도 겹쳤다. 자금 조달이 어려웠다.

그래도 꿈을 접을 수는 없었다. 김대중 정부 말기인 지난 2002년, 사업을 다시 추진했다. 계획을 더 키웠다. 당초 108층 높이(450미터)로 계획했던 걸, 123층 높이(555미터)로 수정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착공식을 했다. 하지만 곧바로 공사가 중단됐다. 성남 서울공항 활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던 탓이다.

물꼬가 트인 건, 보수 정권인 이명박 정부에서였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안보'를 이유로 막았던 사업을, 이명박 정부가 풀어줬다. 2009년 최종 허가가 났다. 공사도 시작됐다. 양보는 공군이 했다. 성남 서울공항 활주로 각도를 조정하기로 했다. 역대 참모총장이 나서는 등 공군의 반발이 거셌다.

잇따른 사망 사고 "안전 진단은 통과했지만…"

2013년 10월 부분 개장을 했다. 하지만 온갖 사고가 잇따랐다. 인명 피해도 컸다.

2013년 6월 25일, 43층에서 거푸집 장비가 무너지면서 한 노동자가 사망했다. 2014년 4월 8일, 12층 배관 이음매 폭발로 또 한 명이 죽었다. 2014년 12월 18일, 한 명이 8층에서 추락사 했다. 부상자는 이보다 많다. 여론이 나빠지자 공사가 중단됐다. 아쿠아리움과 극장도 잠시 문을 닫았다. 서울시가 나섰다. 정밀 안전 진단을 했고, 재개장 허가를 했다. 이게 올해 5월이다.

신 총괄회장은 이런 모든 과정에 대해 보고받았다. '제2롯데월드'는 인생의 마지막 꿈이니까. 온갖 걸림돌을 치우며 관련 실무를 챙긴 건, 그의 둘째 아들이었다. 형과 후계자 경쟁을 했던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 그가 아버지의 꿈을 이루는데 성공한다면, 후계자 자리는 탄탄해질 게다.

다들 그렇게 믿었다. '제2롯데월드'는 서울시가 진행한 안전 진단을 통과했다. 안전성 논란이 일단락됐으니, 남은 문제도 잘 풀릴 게다. 그리고 지난 15일, 신동빈 회장은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를 아우르는 자리에 올랐다. 지배 구조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원래는 형이 있던 자리다.

그러나 아버지는 둘째 아들에 대해 어떤 이유에서인지 심경에 변화가 생겼던 모양이다. 지난 27일 일본을 찾아가 둘째 아들과 그의 측근들에게 해임을 통보했다.

아들은 다음날 반격했다. 아버지를 해임했다.

'아버지의 꿈'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제2롯데월드'에선, 재개장 허가 이후에도 사고가 났다. 지난 6월 8일, 롯데마트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이다.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전력투구를 했던 신동빈 회장의 심경에도 변화가 생길까?

▲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서 해임된 뒤, 휠체어를 타고 귀국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연합뉴스

제2롯데월드 최근 사고 일지

△2013년 6월 25일 = 43층에서 거푸집 장비 무너져 1명 사망, 5명 부상

△2013년 10월 1일 = 11층 거푸집 해체 작업 중 쇠파이프 떨어져 행인 1명 부상

△2014년 2월 16일 = 47층 컨테이너에서 화재

△2014년 4월 8일 = 12층 배관 이음매 폭발로 1명 사망

△2014년 10월 27일 = 롯데월드몰 5,6층 바닥 균열 발견

△2014년 10월 30일 = 롯데월드몰 4층 금속 구조물 떨어져 직원 1명 부상

△2014년 11월 4일 = 롯데면세점 천장 및 에비뉴엘 5층 바닥 균열 발견

△2014년 11월 9일 = 롯데시네마 14관 스크린 및 좌석 진동

△2014년 12월 9일 = 아쿠아리움 수조 균열로 누수

△2014년 12월 16일 = 롯데월드몰 8층 콘서트홀 비계 해체 중 1명 추락사

△2014년 12월 27일 = 출입문에 깔려 이용객 1명 부상

△2015년 2월 15일 = 출입문 이탈해 남녀고객 2명 덮쳐

△2015년 5월 15일 = 쇼핑몰동 8층 전기작업 중 합선으로 작업자 2명 화상

△2015년 6월 8일 = 엔터동 지하2층 롯데마트 화재로 70여명 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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