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家 진흙탕 싸움, 국민연금이 나서라"

경제개혁연대 "방관한다면, 연금 수탁자 의무 위배"

롯데 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다툼이 진흙탕에서 빠져나올 기미가 없다. 그런데 신격호 총괄회장이 지닌 지분이 얼마 이길래, 94세 나이에도 황제 같은 권력을 누리는 걸까.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4월 1일 기준 롯데그룹 전체 자본금 가운데 신격호 총괄회장이 보유한 지분 비율은 0.05%다. 배우자·자녀 등 친인척 지분은 2.36%다.

국민연금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그래서다. 국민연금은 롯데 그룹 상장 계열사 대부분에서 주요 주주 자격을 갖고 있다. 고작 0.05% 지분을 가진 신 총괄회장이 전횡하는 걸 막을 힘이 있다는 게다. 아울러 롯데 그룹 주주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국민연금은 목소리를 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는 국민연금에게 노후를 맡긴 국민을 위한 의무이기도 하다.

롯데 그룹 총수 일가는 416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통해 국내 80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권 승계 등 중요한 의사결정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마음대로 이뤄져 왔다. 즉석에서 내뱉는 말, 법적 효력 없는 지시서 등을 통해서였다.

신 총괄회장 가족들이 언론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전에도 늘 이런 행태를 보였으며 지금도 그게 당연하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행 상법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행태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3일 보도자료에서 "한국과 일본 상법에는 임원 해임은 주주총회에서 의결하도록 돼 있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임원 6명의 해임을 독단적으로 지시했다"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세상은 변했고 기업도 변해야 하며, 기업에 투자하는 주주도 바뀌어야 한다. 기업이 스스로 변하지 못한다면 주주들이 변화의 촉매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며 "롯데 그룹 상장계열사의 주요주주인 국민연금이 회사와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개입(engagement)'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현재 롯데푸드 13.31%(단일 최대 주주), 롯데칠성음료 12.18%(단일 2대 주주), 롯데하이마트 11.06%(단일 2대 주주), 롯데케미칼 7.38%(단일 4대 주주)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롯데물산(31.27%), 호텔롯데(13.55%), 일본 롯데홀딩스(9.30%), 신동빈(0.30%), 국민연금(7.38%)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롯데푸드는 롯데칠성(9.33%), 롯데제과(9.32%), 롯데호텔(8.91%) 등 계열사주주, 신동빈(1.96%), 신동주(1.96%), L제2투자회사(4.34%), 국민연금(13.31%)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국민연금은 롯데케미칼과 롯데푸드 경영진을 불러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심도있게 질의하고 해결책을 요구하는 것이 가능하고, 주주 또는 투자자의 관점에서 손해가 발생했거나 그럴 우려가 있다면 임시주주총회 소집, 이사후보 추천 등의 주주제안, 나아가 주주대표소송 제기 등의 방법으로 경영진을 압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현재 롯데 그룹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의 발단과 진행 과정은 기업을 사유물로 인식하는 전근대적 사고방식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으며 이번 사태에 따라 롯데 그룹의 이미지 추락으로 경쟁력이 약화될 경우 그 손해는 주주들에게 전가될 것이 분명하다"며 "국민연금이 롯데 그룹 사태에 대해 수수방관하는 태도를 취한다면 국민의 연금자산을 관리하는 수탁자로서의 의무를 위배하는 것임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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