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입국…"롯데는 한국 기업"

"아버지의 해임 지시, 법적 효력 없다"

신동빈 롯데 그룹 회장이 3일 한국에 왔다. 할아버지 기일이던 지난달 31일에도 일본에 머물던 그는 입국 기자회견에서 자신에 대한 해임 지시가 "법적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신 회장의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아버지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서명한 지시서를 공개했었다. 신 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해임하고, 신 전 부회장을 다시 그 자리에 앉힌다는 내용이다. 같은 내용이 담긴 신 총괄회장의 구두 발언도 언론에 공개됐다. 신동빈 회장이 3일 공항에서 한 말은, 아버지의 이런 지시가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것이라서 법적 효력이 없다는 뜻이다. 상법에 따르면, 맞는 말이다.

동시에 신 회장의 발언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아버지 및 형과 '표 대결'을 피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일본 롯데 그룹 지주회사다. 한국 롯데 그룹 역시 일본 롯데홀딩스가 지배한다. 호텔롯데가 한국 롯데 그룹 지주회사 격인데, 일본 롯데홀딩스가 호텔롯데 최대주주다. 따라서 일본 롯데홀딩스를 장악하면, 한국과 일본 롯데 그룹을 지배할 수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소집 시기에 대해 신 회장은 "조금 기다렸다 하는 게 좋은지 좀 생각하고 이사회의 법적인 절차 통해서 결정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롯데홀딩스 지분 구성과 우호지분 확보 여부에 대해서는 모두 "여기서 이야기할 일이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앞서 KBS와 인터뷰했던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화제가 되고, 한국 롯데 그룹을 일본 기업이 지배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롯데 그룹은 사실상 일본 기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상태다. 이는 롯데 그룹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거부감으로 이어진다. 이날 회견에서도 "롯데가 일본 기업이냐"라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은 "한국 기업"이라고 답하고는, "95%의 매출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고개 숙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연합뉴스

신 회장은 이날 입국장에 들어서자마자 3차례에 걸쳐 고개를 숙였다. 그는 "저는 (총괄)회장님 옆에서 임직원과 함께, 주주를 위해서, 그리고 국민과 함께 롯데를 키워왔던 사람"이라며 "사태가 빨리 해결되고 총괄회장님의 창업정신에 따라 기업들을 정상화시키는 게 제 역할"이라고 말했다.

발언 말미에도 "이런 사태가 일어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안합니다"라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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