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세월호, 진작 해결돼야 할 일을…"

[현장] 광화문 '세월호 광장' 1년… 추모 공간으로 재탄생

2014년 7월 14일, 다섯 명의 아버지가 곡기를 끊었다. 세월호에 탄 제 아들딸이 왜 죽어야만 했는지 이유를 밝히기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달라며, 광화문 광장에서 농성을 시작한 것.

그늘 한 점 없던 광장에는 농성 천막이 세워졌고, 수많은 시민이 서명을 하러, 동조 단식을 하러 찾아왔다. 대통령이 찾아오지 않는 이곳엔 교황이 다녀가기도 했다. 진도 팽목항과 더불어 광화문 광장은 '세월호 투쟁'의 상징적인 공간이 되었다.

그로부터 1년. 투쟁의 장소였던 광화문 광장이 추모의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새로 단장한 천막동 사이 세월호 진상 규명을 바라는 문구가 적힌 노란 만장들이 휘날리고 있다. ⓒ프레시안 안종길 조합원

'광화문 농성' 1년을 앞둔 11일, 4.16연대는 오후 4시 16분부터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농성장 새단장식과 지신밟기 및 농성 1년 문화제를 열었다.

유경근 세월호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오랜 시간 함께 있다는 것은 달라진 것, 밝혀진 것이 없다는 뜻"이라며 "더 많은 국민과 함께하겠다는 마음이 모여서 오늘 이렇게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천막동의 배치다. 농성장 초입에 'ㄷ'자 형태로 뒀던 천막들이 양옆으로 길게 늘어지면서 천막동 사이 길이 시원하게 트였다.

천막은 위태롭던 간이 조립식 철골 대신 튼튼한 나무 기둥과 합판 등으로 다시 세워졌다.

유가족이 머무는 방, 천막 카페 외에도 세월호 관련 문화예술작품이 전시된 '4·16 스튜디오'가 설치됐다. 현재 '4·16 스튜디오' 안에는 오재형의 '아빠', 서수경의 '그 마음', '가라앉다', 박은태의 '기나긴 기다림', 박불똥의 '사람과 짐승 사이' 등 세월호 관련 작품들이 전시돼있다.

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은 천막동 리모델링에 대해 "투쟁을 끝내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더 멀리 가겠다는 것, 끝까지 가기 위한 힘을 만드는 것"이라며 "희생자 가족들이 최근엔 국가가 제시한 배보상 절차를 거부하고 민사소송을 통해 국가 책임을 물겠다고 했다"고 했다.

▲광화문광장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 ⓒ프레시안 안종길 조합원
▲'유민 아빠' 김영오 씨 옆에서 '슬픔의 바다를 건너 평화와 행복의 길로'라는 메시지를 만장에 적은 박원순 서울시장. ⓒ프레시안 안종길 조합원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도 새단장식을 축하하기 위해 광장을 찾았다. 박 시장은 "진작 해결되어야 할 일인데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가족을 뵈어 슬픔과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농성장이 농성장을 넘어, 많은 시민이 함께할 수 있는, 기억과 성찰의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해 광화문 광장에서 46일간 세월호 특별법 촉구 단식 농성을 벌인 고(故) 김유민 학생의 아버지 김영오 씨 옆에 앉아 노란 천으로 된 만장에 소원을 적었다. 박 시장은 '슬픔의 바다를 건너 평화와 행복의 길로'라고 적었으며, 김 씨는 '실종자 수습과 인양이 최우선이다!'라고 썼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풍물모임은 '지신밟기' 퍼포먼스를 통해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과 미수습자 수습을 기원했다. 실종자 고(故) 허다윤 학생의 아버지는 "경악스러운 일에 대해 낱낱이 밝히고, 돌아오지 못한 가족을 찾아야 한다"며 "피눈물로 싸워왔는데 뭉쳐서 정부를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미수습자의 온전한 수습을 바라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 ⓒ프레시안 안종길 조합원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들. ⓒ프레시안 안종길 조합원

오후 7시부터는 '세월호광장 1년 다시 만나는 약속들' 문화제가 열려 칼춤, 노래 공연 등 다양한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여기서 시민들은 유가족과 함께 더 긴 투쟁을 함께할 것을 약속했다.

리본공작소 자원봉사자 이명옥 씨는 "세월호 1주기 집회에서 경찰 대치를 경험하며, 촛불을 드는 것만으로 다가 아님을 느꼈다. 행동해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며 "농성장의 새로운 공간에서 사람과 사람이 소통해야 한다. 그게 진상규명의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막카페 지킴이 김성률 씨는 "저도 딸 셋을 가진 아빠로서 언제 이 여정이 끝날지는 모르지만, 그 끝까지 동참하겠다"고 했다.

이날 서울 기온이 36도에 이른 데다 오후 9시께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500여 명의 시민은 유가족들과 함께 광장을 지켰다.

▲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 ⓒ프레시안 안종길 조합원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4·16 스튜디오' 내부 모습. ⓒ프레시안 안종길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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