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10년, 20년 싸우자고 마음 모으자"

[현장] 세월호 참사 400일 추모 문화제

"400일, 의미 없을 수도 있습니다. 398일과 400일이 다른 게 있어야지요. 아니, 작년 4월 16일과 지금이라도 조금 달라야 의미가 있을 텐데…."

마이크를 잡은 유경근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의 입에서 탄식이 섞여 나왔다. 착잡한 표정을 감추고 그는 다시 말했다.

"그럼에도 100일, 400일, 500일을 세는 이유는 딱 하나. 끝까지 잊지 않겠다고 서로에게 약속한 다짐을 잊지 않고 간직하기 위해서입니다.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2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400일 추모 문화제에 참석한 유가족과 시민들. ⓒ프레시안(최형락)

세월호 참사 400일을 맞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추모 문화제에 희생자 가족과 시민 500여 명이 모였다.

유가족을 대표해 발언에 나선 그는 광장을 메운 이들을 끊임없이 독려했다. 시민들은 화답하듯 노란 종이 나비가 달린 깃대를 힘차게 흔들었다. 이날 시민들과 유가족들에게 배부된 종이 나비는 참사 이후 희생자 가족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성미산 마을 주민들이 준비한 것이다.

▲종이 나비와 촛불을 든 세월호 유가족. ⓒ프레시안(최형락)

▲광화문 광장에서 펄럭이는 종이 나비들. ⓒ프레시안(최형락)

유 위원장은 바람결에 흔들리는 종이 나비를 보며 "애벌레가 어둡고 습한 곳에서 나비로 변하기 위해 긴 시간을 참고 견디듯, 어렵고 힘들지만 조금만 더 함께하면 곧 우리도 자유로운 나비처럼 안전한 세상을 곧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한 달 힘 있게 싸웠는데 뭐가 달라졌느냐'는 생각을 하는 순간 여러분은 진 것"이라며, "10년이든, 20년이든 싸우자고 마음 모으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내일은 조금이라도 달라지기를 꿈꾸시라"며 "언젠간 반드시 안전한 대한민국이 찾아온다"고 했다.

그는 다음날 오전 열리는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전원회의에 찾아갈 것이라고 했다. 특조위는 21일 전원 회의를 열고 해수부에 다시 제출할 시행령 개정안과 특조위 운영·인사규칙 등에 관해 논의하기로 예고했다.

유 위원장은 "특조위 다수 위원의 생각과 달리, 극렬하게 (특조위의 시행령안 개정안 제출에 대해) 반대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며 "유가족들도 회의에 참석하고, 자리가 없다면 밖에서 피케팅을 해서라도 특조위 개정안이 위원회 독립성을 보장하는 등 제대로 된 내용을 담아 통과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박래군, 김혜진 세월호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들을 중심으로 경찰이 압박 수사를 착수한 데 대해 "가족들은 조사 내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조사 내용 지켜본 다음에 대응을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 위원장의 발언을 끝으로 가야금 연주자 정민아, 인기가수, 우리나라 등 노래패의 공연이 이어진 가운데, 단원고등학교 2학년 4반 고(故) 권오천 학생의 형 권오현 씨가 김광석의 '그날들',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을 불러 격려의 박수를 받았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광화문 광장 한 켠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희생자 분향소.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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