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메이저리그 MVP 후보 Top 5 (AL 편)

[베이스볼 Lab.] 트라웃의 아성에 도전하는 강자들

가장(most) 가치 있는(valuable) 선수(player). 사전적 의미 그대로 MVP는 최고의 선수, 가장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다. 2015년 메이저리그에서 MVP를 놓고 경쟁할 유력한 후보 5명을 추려봤다. 먼저 아메리칸리그 MVP 후보를 소개한다.

1.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

2014 성적: 157경기 .287/.432/.557 wRC+ 167 fWAR 7.8

메이저리그의 각종 수상을 예상할 때, 아메리칸리그 MVP보다 더 예상하기 쉬운 상은 없다. 2012년 20세의 나이에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이후 트라웃은 항상 리그 최고의 선수였다. 트라웃의 페이스는 단순히 리그 최고의 선수를 뛰어넘어 역대 최고 선수들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메이저리그 역사를 통틀어 23세 나이까지 트라웃보다 높은 fWAR를 적립한 선수는 단 4명(테드 윌리엄스, 타이 캅, 멜 오트, 미키 맨틀)에 불과하며 저 4명은 모두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여기서 fWAR는 야구통계사이트 Fangraphs.com이 제공하는 ‘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로, 선수의 개인 성적을 득점가치로 환산해서 해당 선수가 몇 승을 추가로 가져다주었는지 측정한다.

ⓒKeith Allison

2012, 2013년 연속으로 트라웃의 개인 성적은 비교할 대상이 없을 만큼 뛰어났다. 그럼에도 트라웃은 소속팀 에인절스의 처참한 팀 성적과 홈런, 타점 등 전통적인 기록을 중시하는 MVP 투표인단의 성향 탓에 MVP 투표에서 2년 연속 ‘콩’에 그쳤다. 변화가 찾아온 건 지난해. 몇 년간 부진에 시달리던 LA 에인절스가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하는 좋은 성적을 올렸다. 보수적인 투표인단의 MVP 투표 기준도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여기에 2년 연속으로 트라웃을 제치고 MVP를 따냈던 미겔 카브레라의 개인 성적까지 하락하면서, 트라웃은 생애 첫 MVP를 수상할 수 있었다.

트라웃은 이번 시즌 MVP를 탈지 못 탈지보다는, 은퇴 전까지 과연 몇 개의 트로피를 수집하게 될지가 더 궁금한 선수다.

2. 미겔 카브레라(디트로이트 타이거스)

2014 성적: 159경기 .313/.371/.524 wRC+ 147 fWAR 5.4

2012년 아메리칸리그 트리플 크라운(타율,홈런, 타점 3개 부문 1위)을 달성하며 생애 첫 MVP를 차지한 미기(미겔 카브레라의 별명). 그는 2013년에도 MVP를 타내면서 1993~1994년의 프랭크 토머스 이후 처음으로 아메리칸리그에서 2년 연속 MVP를 차지한 선수가 되었다. 그러나 MVP를 수상하면서도 공수주가 완벽한 트라웃이 타격 능력 하나만 가진 미기보다 더 가치 있는 선수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쟁이 벌어졌다. 작년에는 부상을 안고 경기에 출전하면서 타구에 충분히 힘을 싣지 못한 탓에 홈런 개수(25개)가 급감하며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홈런, 타점을 앞세워 마이크 트라웃을 제쳤던 미기가 경쟁자 트라웃보다 적은 홈런에 그친 것. 3연속 MVP에 실패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다가오는 시즌, 부상에서 완치된 미겔 카브레라가 다시 리그에서 가장 위압감 넘치는 타자의 모습으로 돌아온다면, 트라웃과 MVP자리를 놓고 다시 한 번 경쟁할 가능성이 있다. 명예의 전당 헌액이 예약된 것이나 다름없는 선수인 미기는 다가오는 시즌 통산 400홈런, 통산 500 2루타 달성을 앞두고 있다.

3. 호세 바티스타(토론토 블루제이스)

2014 성적: 155경기 .286/.403/.524 wRC+ 159 fWAR 6.3

변변치 못한 선수 취급을 받다 2010년 폭발한 이후, 5년 연속으로 올스타에 선정된 바티스타. 하지만 2013~2014 2년 동안은 잔 부상으로 경기에도 많이 출장하지 못했고 타격 성적도 떨어졌다. 이제 34세가 되는 바티스타는 그동안 많은 슬러거들의 선례로 볼 때, ‘네비도’라도 쓰지 않는 한 다시 전성기 때처럼 홈런을 50개씩 쳐내기는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바티스타를 MVP 후보로 꼽는 데는 이유가 있다. 먼저 지난 시즌 마침내 부상을 떨쳐내고 풀시즌을 소화했다는 점, 그리고 소속팀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오랜만에 포스트시즌을 노려볼만한 전력이라는 점이다. 1993년 백투백 월드시리즈 우승에 성공한 이후, 블루제이스는 로저 클레먼스, 로이 할라데이, 카를로스 델가도 등의 슈퍼스타들이 팀을 거쳐 갔지만 오랫동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데 실패했다. 최근 몇 년 간, 토론토가 전력보강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는 양키스, 보스턴, 볼티모어 등 강팀들로 가득한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작년 지구 우승을 차지한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40홈런을 친 넬슨 크루즈가 팀을 떠났고, 오프시즌에는 전력보강보다는 댄 듀캣 단장의 토론토 이적 문제로 더 시끄러웠다. 전통의 강호 뉴욕 양키스는 노쇠한 라인업과 불안한 선발진으로 팬들조차도 플레이오프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진 상황. 탬파베이 레이스는 조 매든 감독과 벤 조브리스트가 팀을 떠났고, 보스턴 레드삭스는 전력보강을 많이 했지만 에이스급 투수가 없으며 작년 무려 91패나 당한 팀이다. 반면 토론토는 만년 유망주 브렛 라우리를 보내고 조시 도널슨을 영입했으며 리그 최고의 포수 중 하나인 러셀 마틴을 FA로 데려왔다. 여기에 파이어볼러 듀오 마커스 스트로맨과 에런 산체스가 풀타임으로 뛰게 될 전망. 오랜 공백을 깨고 토론토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면, 다른 후보들과 비슷한 성적일 경우 ‘스토리’가 있는 바티스타에게 더 많은 표가 주어질 가능성이 크다.

4. 호세 어브레유(시카고 화이트삭스)

2014 성적: 145경기 .317/.383/.581 wRC+ 165 fWAR 5.3

2013년 10월 29일,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6년 $68m의 규모에 이르는 어브레유와의 계약을 발표했을 때만 하더라도, 어브레유를 향해 의문을 표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쿠바 리그에서는 배리 본즈급의 성적을 기록했지만 배트스피드가 빠른 편이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타격을 보여줄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고, 수비나 주루가 장점인 선수가 아닌 1루수인지라 타석에서의 모습이 기대 이하라면 그냥 헛돈을 쓰는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불과 1년이 지났을 뿐이지만, 이제 어브레유의 계약은 ‘염가봉사’ 취급을 당하고 있다. 1년만에 호세 어브레유는 단순히 메이저리그에 적응한 것을 뛰어넘어 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하나(wRC+ 전체 4위)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리그 최고 거포로 꼽히는 지안카를로 스탠튼(159)보다도 높은 수치.

그러나 아직도 어브레유를 향한 의문의 시선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볼넷 비율이 8.2%로 슬러거치고는 높지 않은데 지난 시즌 인플레이가 된 공이 안타가 될 확률을 나타내는 BABIP는 .356으로 높은 편이었다. 거기에 홈런이 많이 나오기로 유명한 셀룰러 필드를 홈으로 쓰면서 플라이볼 중 26.9%가 홈런으로 이어졌는데 이는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해당된다. 물론 BABIP와 플라이볼 대비 홈런 비율은 전적으로 운이 아니라 타자의 실력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 요인이다. 그러나 한 시즌의 표본만으로는 100% 선수 개인의 실력이라고 확신하기에는 부족하다. 과연 올 시즌의 어브레유는 지난해 성적이 운이 아닌 자신의 실력에 의한 것임을 증명할 수 있을까. 이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5. 로빈슨 카노(시애틀 매리너스)

2014 성적: 157경기 .314/.382/.454 wRC+ 136 fWAR 5.2

친정팀 양키스를 떠나 10년 $240m의 블록버스터급 FA 계약을 맺고 시애틀로 이적한 첫 시즌, 비록 홈런 개수는 평소의 절반가량(14개)으로 떨어졌지만 카노는 물방망이로 유명한 시애틀의 타선에서 가장 빛나는 타자였다. 시즌 뒤 리그 MVP 투표에서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좌타자가 가장 홈런을 치기 쉬운 구장 중 하나인 뉴 양키스타디움에서 뛰다 세이프코 필드로 홈구장을 옮긴 탓인지 카노의 플라이볼 대비 홈런 비율은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10.7%를 기록했다. 그러나 카노의 타격 재능이라면, 적응기를 거친 올해에는 세이프코 필드에서 홈런을 때려낼 방법을 찾아낼 수도 있다. 설령 그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더라도, 정교한 타격을 가지고 있는 카노는 여전히 엘리트급의 타자다. 카노가 데뷔한 2005년 이후, 1000경기 이상 출장하면서 카노(.310)보다 높은 타율을 기록 중인 타자는 미겔 카브레라와 조 마우어 둘 뿐이다.

소속팀 시애틀이 그동안 간절히 바라왔던 우타 거포 넬슨 크루즈와 계약하면서 카노를 뒷받침할 든든한 지원군도 확보한 상황. 이미 지난 시즌 87승을 거둔 시애틀이 조금 더 힘을 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면, 카노도 당당히 MVP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이다.

*NL 편으로 이어집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