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사이영상 후보 Top 5 (NL 편)

[베이스볼 Lab.] 커쇼 앞에 나타난 강자 슈어저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상, 2015 사이영상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베이스볼 Lab.>이 올 시즌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지배할 후보를 살펴봤다. 아메리칸리그 편에 이어 이번엔 내셔널리그 편이다.

1.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

2014 성적: 27경기 198.2이닝 ERA 1.77 FIP 1.81 239삼진 31볼넷 fWAR 7.2

46년 만의 내셔널리그 '투수' MVP,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4년 연속 전체 평균자책점 1위. 만장일치 사이영상 투표 1위. 2014년은 커쇼를 위한 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3번째 사이영상을 받으며 커쇼는 완벽하게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발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호주 개막전 여파로 한 달가량 출장을 못 하면서도 27경기 만에 200이닝 가까이 소화한 점도 놀랍다.

ⓒSD Dirk
커쇼의 투구 방식은 지극히 단순하다. 패스트볼과 함께 슬라이더와 커브 중 그날 컨디션이 좋은 구질을 결정구로 삼아, 세 가지 구질을 섞어 던진다. 그리고 이 세 가지 구질 모두가 메이저리그 최정상급의 구위를 자랑한다. 커쇼의 세 가지 구질은 <팬그래프>에서 제공하는 100구 당 구종가치(Pitch value)에서 각각 메이저리그 전체 5위 안에 들어간다(패스트볼 1위, 슬라이더 2위, 커브 5위). 여기에 독특한 투구 동작으로 인해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기 쉽지 않다. 스트라이크 존으로 공을 욱여넣어도 타자들은 연신 헛스윙을 연발한다. 커쇼의 SwStr%(스윙 스트라이크 비율)은 14.1%로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압도적인 1위다.
지난해 커쇼는 압도적인 정규시즌 성적과는 달리 포스트시즌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무너지며 자존심을 구겼다.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한 커쇼는 절치부심하며 새로운 시즌을 맞이할 것이다. 유격수 지미 롤린스와 2루수 하위 켄드릭의 영입으로 LA 다저스의 내야 수비가 강해진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2015년 커쇼는 3년 연속 사이영상 수상, 5년 연속 평균자책점 1위와 함께 '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린다.
2. 맥스 슈어저
2014 성적: 33경기 220.1이닝 ERA 3.15 FIP 2.85 252삼진 63볼넷 fWAR 5.6
2013시즌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맥스 슈어져는 2014년에도 220이닝 FIP(수비무관 평균자책점) 2.85를 기록하며 변함없는 활약을 보였다. 그리고 이번 겨울, 워싱턴 내셔널스와 7년 2억1000만 달러짜리 천문학적인 규모의 FA 계약을 맺고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2008년 메이저리그에 모습을 드러낸 슈어저는 데뷔 초기만 해도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슈어저가 잠재력을 폭발시킨 계기는 동생 알렉스 슈어저의 급작스러운 죽음 이후. 이런 사연이 나중에 드러나면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기도 했다. 경기 내적으로는 속구와 슬라이더라는 단조로운 구질 조합에서 벗어나 체인지업을 장착한 게 지금의 슈어저가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슈어저는 우타자를 상대로는 메이저리그 최정상급의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좌타자를 상대로는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급격히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주 무기로 삼는다. 이를 통해 9이닝당 10개가 넘는 삼진 비율을 기록 중이다.
슈어저는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아메리칸리그에서 벗어나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내셔널리그로 이적했다. 몇 년간 최악의 내야 수비를 보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서, 평균 수준의 수비력을 보여주는 내셔널스로 팀을 옮긴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부상이 없다는 전제하에 슈어저의 성적은 2014시즌보다 더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커쇼의 아성을 위협할 강력한 도전자다.
3.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2014 성적: 34경기 215.0이닝 ERA 3.14 FIP 2.94 242삼진 43볼넷 fWAR 4.3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는 드래프트 제도가 도입된 이래 가장 완벽한 재능을 갖춘 신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2008년 드래프트 1번 픽을 차지하기 위해 많은 구단이 치열한 꼴찌 쟁탈전을 벌였는데, 이는 다음 해 드래프트에서 스트라스버그를 지명하기 위해서였다. 스트라스버그는 워싱턴에 지명받은 뒤 정확하게 1년 만인 2010년 6월 8일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섰고, 이 경기에서 7이닝 2실점 0볼넷 14탈삼진을 잡아내는 충격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그러나 순탄하던 스트라스버그의 앞길에 부상 암초가 나타났다. 데뷔 전 이후 12경기만인 8월 21일, 경기 도중 갑자기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마운드를 내려간 것. 얼마 후 스트라스버그가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 수술)을 받는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수술과 1년여의 재활을 거쳐 2011년 마운드에 복귀, 이후 2013년까지 구단의 조심스러운 관리 속에 경기를 치러 왔다. 데뷔 당시 156.6km/h에 달하던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수술 이후 152.6km/h로 감소했지만, 이것만 해도 메이저리그에서 6번째로 빠른 구속이다. 게다가 스트라스버그는 여전히 환상적인 무브먼트의 체인지업과 수준급 커브를 갖추고 있으며, 투심 패스트볼의 장착과 함께 제구력의 개선을 이루어냈다.
분명 2014시즌까지 스트라스버그는 드래프트 당시의 평가나 부상 이전까지 받았던 찬사에 못 미치는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2014년 스트라스버그는 표면적인 성적과는 달리 세부 성적에 있어서는 한 단계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BABIP(파울라인 안쪽으로 떨어진 공이 안타가 되는 비율)와 HR/FB(뜬공이 홈런이 되는 비율)에서 지독한 불운을 겪었음에도, 215이닝 동안 3.14의 평균자책점을 유지한 것이 그 증거다. 2015년 스트라스버그는 비로소 데뷔 초의 기대에 걸맞은 무서운 성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4. 조니 쿠에토
2014 성적: 34경기 243.2이닝 ERA 2.25 FIP 3.30 242삼진 65볼넷 fWAR 4.1
조니 쿠에토는 마이너리그 시절 스파이크를 신어도 180cm가 겨우 넘는 키, 타자에게 등을 보일 정도로 몸을 비틀었다가 던지는 특이한 투구폼 때문에 실력에 비해 저평가된 투수였다. 부상 위험도가 높다는 평가도 따라다녔다. 그러나 이런 부정적인 평가에도 쿠에토는 2008년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좋은 성적을 쌓아나갔고, 2011년에는 평균자책점 2.11을 기록하며 완전히 각성한 모습을 보였다.
쿠에토가 잦은 부상에 시달리기 시작한 것도 바로 그 무렵부터다. 2011 시즌 어깨 부상, 등 근육 부상으로 인해 24경기밖에 출장하지 못했다. 2012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217이닝 동안 2.7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사이영 투표 4위를 차지했지만, 2013년 다시 60이닝 소화에 그쳤다. 내구성에 대한 우려는 점점 커져만 갔다. 그러나 2014시즌 쿠에토는 243.2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2.25의 압도적인 모습으로 우려를 불식시켰다. 역대 최고의 성적을 기록한 커쇼만 아니었다면, 사이영 상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만큼 뛰어난 성적이었다.
'건강하다는 전제 아래' 쿠에토는 2015년에도 사이영상을 노리는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하나다.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자세로 던지는 평균 150km/h에 이르는 패스트볼과 날카롭게 꺾이는 고속 슬라이더, 메이저리그 정상급의 체인지업은 위력적이다. 소속팀 신시내티의 막강한 내야 수비(메이저리그 UZR 1위)도 쿠에토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다. 2015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FA)선수 자격을 얻는 상황도 동기부여가 될 것으로 보인다.
5. 아담 웨인라이트
2014 성적: 32경기 227.0이닝 ERA 2.38 FIP 2.88 179삼진 50볼넷 fWAR 4.5
아담 웨인라이트는 2014년에도 사이영상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특급 성적을 기록했지만, 결국 수상하지 못했다. 시즌 중반에는 팔꿈치 통증으로 인해 코르티손(염증 치료제) 주사를 맞으며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2013년 포스트시즌 포함 270이닝 이상을 던진 후 찾아온 부작용이다.
웨인라이트는 기본적으로 202cm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싱킹 패스트볼과 컷 패스트볼을 배합해 땅볼을 유도하는 유형의 투수다. 그러나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커브볼을 결정구로 던지기 때문에, 삼진을 잡는 능력도 상당히 뛰어난 편에 속한다. 공격적인 투구로 인해 피안타율은 높은 편이지만, 대신 9이닝당 볼넷이 채 2개가 되지 않는다. 이런 스타일 때문에 이닝 소화력이 대단히 높다. 하지만
시즌 내내 통증에 시달리던 웨인라이트는 2014시즌이 끝나고 팔꿈치 인대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1년 이상 재활기간이 필요한 토미 존 수술이 아니라 파손된 연골 조각을 제거하는 관절경 수술이기 때문에 개막 이전에 복귀할 수 있다. 수술 이후 팔꿈치 문제가 재발하지 않는다면, 웨인라이트는 2015년에도 유력한 사이영상 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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