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이 '복구 불가' 못 박은 성착취 사이트…4일 만에 같은 이름 사이트가

[여전한 디지털성폭력 ⑥] 운영진 "복구 중" 공지…개장 1달여 만 성착취물 2만여 개 게시

경찰이 불법 성착취 사이트 운영진 일부를 잡아 '복구 불가' 상태로 폐쇄다고 발표한 지 4일 만에 같은 이름의 사이트가 운영되기 시작한 사실이 확인됐다. 개시 이후 1달 동안 사이트에 올라온 한국 성범죄물 수가 2만여 개에 달한다.

경찰은 이를 '모방 사이트'로 판단 중이다. 그러나 새 사이트 운영진이 "손실된 데이터"를 "긴급 복구 중"이라 공지해 옛 사이트를 복구했을 가능성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모방 사이트라 하더라도 경찰이 운영진 검거 사실을 대대적으로 자랑한 성착취 사이트와 같은 이름의 사이트가 버젓이 운영되는 것은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경찰은 성착취물이 게시되는 불법 사이트 '야동코리아'가 운영 중에 있다는 사실을 지난달 16일 확인했다. 유사 사이트 '조개모아'는 같은달 29일 운영 사실을 확인했다.

두 사이트는 경찰이 '폐쇄 및 복구 불가'를 못 박은 곳들이다.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12일 두 사이트를 공동 운영하는 일당 일부를 검거, 데이터베이스 전체를 확보해 복구 불가능한 상태로 폐쇄 조치했다고 발표했다. 두 사이트를 통로로 운영한 도박사이트 4개, 기타 사이트 7개도 마찬가지다.

경찰은 같은 이름의 사이트가 운영된다는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18일 두 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야동코리아는 지난달 17일부터 이날까지 2만 3000여 개 한국 성범죄물을 게시했다. 실시간 접속자 수는 오후 2시 40분 기준 9400여명이다. 조개모아는 경찰 확인보다 일주일 가량 이른 지난달 23일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게시된 영상은 총 6만1000여개다.

두 사이트에는 도박 사이트로 연결되는 광고 배너도 20~30개씩 게시돼 있다. 경찰이 문제가 된 두 사이트의 폐쇄 조치를 취하기 전 게시됐던 것과 동일한 사이트의 광고 배너 일부도 여전히 존재한다. 앞서 경찰이 검거한 일당이 운영한 도박 사이트의 총 베팅금은 약4조 7000억 원, 운영진 수익금은 476억 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성착취 사이트 '야동코리아'가 경찰 복구 불가 발표 4일 만에 운영을 재개했다. 야동코리아 갈무리

경찰은 이름만 같을 뿐 이전 사이트와 다른 유사(모방) 사이트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청은 정춘생 의원실에 "해당 사이트의 개발·관리자를 검거하면서 DB 일체를 압수해 동일 자료로 운영 재개는 불가능하다"며 "현재 두 사이트의 게시 영상, 배너광고 및 사이트 구조 등이 기존 사이트와 상이한 점으로 봐 유사 사이트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DB 일체를 압수했다고 '복구 불가능'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운영 중인 야동코리아 운영진이 지난 4일 "현재 일부 손실된 데이터(영상) 모두 긴급 복구 중에 있다. 복구 기간은 대략 1~2일 정도 소요 예상된다"는 공지를 게시하기도 했다. 당시 게시된 한국 성범죄물은 8500여개로 지금의 1/3가량이었다.

민간업체에서 서버 관리를 담당하는 15년차 개발자 A 씨는 <프레시안>에 "불법 사이트들은 언제든지 영상 및 사이트를 삭제하고 다시 올리는 걸 전제로 운영되고 있다. 때문에 DB 압수를 대비해 외부에 백업해 놓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이어 "경찰 발표를 보면 불법촬영물 파일이 담긴 스토리지까지 압수해서 없앤 건 아니라고 보여진다. 그렇다면 남은 운영진이 영상 파일과 백업 DB, 기타 서비스를 조합해 사이트를 살리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고 어려운 기술도 아니"라며 "같은 운영진이 비슷한 체계로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야동코리아 운영진이 지난 4일 사이트에 게시한 공고ⓒ야동코리아 갈무리

여성계는 모방 사이트라는 경찰의 주장이 맞더라도, 같은 이름의 성착취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는 점이 피해자와 성착취 사이트 운영진 모두에게 나쁜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프레시안>에 "현재 운영 중인 사이트가 모방 사이트라 하더라도 경찰이 말하는 성범죄 근절과 전혀 다른 이야기다. 사이트 하나, 서버 하나 폐쇄했다 하더라도 언제든지 제2, 제3의 모방 사이트가 나올 수 있단 얘기밖에 안 된다"며 "경찰 발표가 도리어 업자들에게 수사 역량을 얕잡아 보게 만드는 상황이 된 듯 하다"고 지적했다.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도 <프레시안>에 "기존 사이트가 복구된 것인지 유사 사이트인지는 피해자 입장에서 중요하지 않다. 같은 이름의 성착취 사이트에 같은 성착취 영상이 올라왔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며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현실에 피해자는 성범죄 대응 체계가 얼마나 개선됐는지 느끼기 어렵다. 이번 사태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 관계부처 간 협력을 통해 디지털성범죄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춘생 의원은 "범죄자들이 백업과 우회 운영으로 수사망을 피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데, 경찰이 사이트 폐쇄 자체를 성과로 내세우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 수사 역량과 대응체계를 전면 점검하고, 관계부처와의 협력을 통해 범죄의 연결고리를 끝까지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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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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