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와 참여형 한국어 백과사전 '나무위키'에 성착취 사이트를 검색하면 최상단에 성매매·딥페이크·불법촬영 중계 등의 사이트들이 무더기로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성인인증 등 성착취 사이트 접근을 막을 최소한의 제재조차 없어, 검색엔진 업체의 적극적인 조치와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네이버에 성착취 사이트 '야XXXX'의 약칭 '야X'를 검색하니 첫 번째 연관검색어로 '야X 바로가기'를 소개해 준다. 해당 검색어를 클릭하자 네이버는 검색 결과 최상단에 "야XX-최신주소 바로가기"라는 사이트를 표기했다.
네이버가 알려준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총 세 개의 사이트를 연결해 준다. 이 중 두 개는 한국 여성들이 불법촬영 피해를 입은 성착취물을 유포하는 사이트들을 무더기로 소개해 주는 사이트고, 다른 한 개는 전국의 성매매 업소를 알선해 주는 사이트다.
연결된 성착취 사이트 중에는 한국 여성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유포하는 사이트도 있었다.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시청만 해도 처벌할 수 있도록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란 특례법이 개정된 지 1년, 여전히 검색 한 번이면 성착취물을 시청·유포할 수 있었고 성인인증 등 최소한의 제재조차 없었다.
10~30대 청년들의 인터넷 백과사전으로 통하는 나무위키는 더욱 적극적으로 성착취 사이트의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나무위키에 야XXXX를 검색하면 곧바로 주소와 접속 방법, 업로드 형식을 소개해 준다. 국내법상 불법임을 공지하면서도, 접속이 막힐 경우 "VPN(가상 사설망)이나 프록시로는 무조건 뚫리므로 참고하라"고 조언한다.
나무위키는 나아가 국가별 성인 사이트 목록, 운영 여부, 경찰 검거 여부 등을 세세히 정리해 보여준다. 이 중에는 해킹당한 가정 내 감시용 카메라(ip캠)를 통해 여성의 일상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사이트까지 포함돼 있으며,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검색에 아무런 규제 사항을 두고 있지 않다.
네이버와 나무위키에서 검색된 야XXXX는 지난 9월 기준 국내에서 방문수가 가장 높은 사이트 15위를 차지할 정도로 잘 알려진 성착취 사이트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지난해 9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급했으며, 김병찬 당시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장이 "해당 사이트는 경찰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관련기사☞: 조회수 300만 넘는 불법촬영물 수두룩…국감·수사망 비웃는 성착취 사이트)
성착취 사이트가 폐쇄되지 않는 한 디지털성폭력 피해자가 입는 2차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유효한 방법은 '성착취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차단하는 것'이다. 성범죄 피해자를 전담하는 신진희 국선변호사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성범죄물이 피해자 주변의 가족이나 친구, 동료들에게 노출되지 않는 것만으로도 2차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검색엔진 업체의 관찰·조치만 있으면 얼마든지 성착취 사이트의 검색을 차단할 수 있다. 실제로 같은 날 다음에 야XXXX를 검색했더니 관련 기사만 공개될 뿐 아무런 정보가 표기되지 않았다. 약칭인 야X 또는 야X 바로가기를 검색해도 성착취 사이트와 관련한 어떤 정보도 나오지 않았다.
다만 파라과이에 본사를 둔 나무위키나 텔레그램, 구글 등 해외에 소재한 사업체들은 아동성범죄가 아닌 한 성착취 사이트 차단에 소극적일뿐더러 국내법으로 규제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해외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에 한해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나, 실질적 권한 없이 형식적으로 지정되는 사례가 많아 국내 이용자들의 대응이 어렵다.
국회에서는 해외 플랫폼 규제를 강화해 명예훼손과 불법촬영물 유통 등을 더욱 효과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 등 12인이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해외 사업자가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거나 변경하는 경우 이를 방송통신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 통보하도록 하고, 대리인의 업무 범위에 권리 침해 정보 삭제 요청 처리, 불법 정보 시정 명령 이행, 정보통신망 침해 사고 신고 등 이용자 보호 업무를 명확히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네이버는 22일 성착취 및 성매매 사이트 검색과 관련한 <프레시안> 질의를 받은 뒤 해당 사이트들이 검색창에 나오지 않도록 차단 조치를 취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날 <프레시안>에 "네이버는 유해 사이트의 형태를 수집해 기술적으로 모니터링 및 필터링하고 이용자들이 유해 사이트에 대해 신고 및 제보할 수 있는 창구를 상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사이트들 역시 평범한 사이트처럼 위장하거나 우회적인 표현으로 필터링을 회피하고자 시도하고 있어, 지속적으로 새로운 형태를 빠르게 수집하고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는 등 신속한 대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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