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 300만 넘는 불법촬영물 수두룩…국감·수사망 비웃는 성착취 사이트

[여전한 디지털성폭력 ①] 한국 최다 방문 사이트 20곳 중 4곳이 성착취 사이트…유튜브·구글·네이버 다음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성착취 온상으로 언급되고 국가수사본부가 경찰 수사 중이라고 밝힌 사이트가 1년이 지난 지금도 버젓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회수 300만 넘는 불법촬영물이 수두룩할뿐더러 여러 불법촬영물을 통합한 '모음집'의 조회수는 760만 회를 넘기기도 했다.

해당 사이트를 포함해 불법촬영 등 성착취물을 유포하는 사이트들은 한국 최다 방문 사이트 상위 20곳 중 최소 4곳을 차지하고 있다. 네 곳의 방문수를 합치면 유튜브·구글·네이버 다음이다. 신속한 접속 차단을 통해 성착취물을 한국에서 시청할 수 없도록 조치하는 것은 물론 국제수사를 통해 사이트 운영자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 남성들을 주요 타겟으로 운영하는 사이트 '야XXXX'에는 이날 기준 8만1900여 개의 음란물이 게시돼 있다. 한국, 일본, 동양, 서양 등으로 카테고리를 나눠 음란물을 게시하는 이 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영상은 한국 여성을 불법촬영한 성착취물이다. ⓒ야XXXX 갈무리

21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 남성들을 주요 타깃으로 운영하는 사이트 '야XXXX'에는 이날 기준 8만1900여 개의 음란물이 게시돼 있다.

한국, 일본, 동양, 서양 등으로 카테고리를 나눠 음란물을 게시하는 이 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영상은 한국 여성을 불법촬영한 성착취물이다. 하루에 가장 많이 소비된 음란물을 모아놓은 '일베' 카테고리에서는 남성이 여성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거나 녹화한 영상, 해킹을 통해 가정이나 노래방 등에 설치된 'ip캠'의 녹화본을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

사이트 운영 기간 동안 가장 많이 소비된 음란물들을 나열한 '인기' 카테고리 대다수도 불법촬영물이 가장 많았다. 사이트에 게시된 불법촬영물들의 조회수는 적게는 수십만에서 많게는 수백만에 이른다. 인기 게시물 중에서는 300만 넘는 한국 불법촬영물이 수두룩하며, 여러 불법촬영물을 합쳐 게시한 '모음집'의 경우 3년 전 게시돼 현재 조회수 760만 회를 넘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시청했다.

사이트 운영진은 "성인콘텐츠 제공이 합법인 미주, 일본, 호주, 유럽 등지의 한글 사용자들을 위한 성인 전용 서비스이며 미성년자의 출입을 금지한다"고 공지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사이트의 주소를 검색하면 한국에서도 아무런 제재 없이 접속할 수 있으며, 미성년자 시청을 막는 장치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더 많은 성착취물을 유포·소비하기 위해 사이트 운영진과 이용자가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모습도 포착된다. 이용자들이 불법촬영물의 특징 또는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언급하며 영상을 올려달라고 요청하는 글을 올리면 운영진은 '영상 확인하겠다. 문의 주셔서 감사하다'고 답한다. 실제로 이 사이트에서는 '회원님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게시된 불법촬영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으며, 많은 불법촬영물에 피해자를 품평하고 조롱하는 댓글들이 달려 있었다.

▲더 많은 성착취물을 유포·소비하기 위해 사이트 운영진과 이용자가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모습도 포착된다. 야XXXX 이용자들이 불법촬영물의 특징 또는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언급하며 영상을 올려달라고 요청하는 글을 올리면 운영진은 '영상 확인하겠다. 문의 주셔서 감사하다'고 답한다. 실제로 이 사이트에서는 '회원님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게시된 불법촬영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으며, 많은 불법촬영물에 피해자를 품평하고 조롱하는 댓글들이 달려 있었다. ⓒ야XXXX 갈무리

야XXXX는 이미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성착취 온상으로 한차례 언급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지난해 9월 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사이트를 언급하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딥페이크·성착취 사이트들을) 다 찾아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병찬 당시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장은 "해당 사이트는 경찰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이트 운영진은 국정감사와 경찰 수사를 비웃는 모양새다. 운영진은 지난해 딥페이크 성착취 공론화 직후 잠시 사이트를 폐쇄하는 듯 했으나 여론이 잠잠해지자 금세 운영을 재개했다. 또한 마치 장르물처럼 소비되던 딥페이크 성착취물이나 여자화장실 불법촬영물은 대거 삭제했으나, 다른 종류의 불법촬영물들은 아무런 조치 없이 적극적으로 유포하고 있다.

야XXXX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접속하는 사이트 중 하나다. 미국 정보분석업체 셈러쉬에 따르면, 야XXXX 지난 9월 기준 한국에서 가장 많이 접속한 웹사이트 15위를 차지하고 있다. 월 방문수는 5670만여 명으로 페이스북, 알리익스프레스, 지마켓 등 유명 플랫폼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불법촬영물 시장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불법촬영물을 공유하는 사이트의 수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접속하는 웹사이트 20곳 중 최소 4곳으로 확인된다. 해당 사이트들의 월 방문수를 합하면 2억을 훌쩍 넘는다. 이는 유튜브, 구글, 네이버 다음 가는 순위이자 X(1억1311만), 챗GPT(1억1080만), 인스타그램(8995만) 등 유명 플랫폼들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위 그림에서 주황색은 야XXXX, 다른 사이트들은 유사 성착취 사이트들이다.ⓒ셈러쉬 갈무리

유사 성착취 사이트들까지 고려한 불법촬영물 시장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불법촬영물을 공유하는 사이트의 수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접속하는 웹사이트 20곳 중 최소 4곳으로 확인된다. 해당 사이트들의 월 방문수를 합하면 2억을 훌쩍 넘는다. 이는 유튜브, 구글, 네이버 다음 가는 순위이자 X(1억1311만), 챗GPT(1억1080만), 인스타그램(8995만) 등 유명 플랫폼들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불법촬영물 유포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성착취 사이트를 대상으로 한 신속한 접속 차단과 국제수사를 통한 운영진 체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범죄 피해자를 전담하는 신진희 국선변호사는 <프레시안>에 "성범죄물이 피해자 주변의 가족이나 친구, 동료들에게 노출되지 않는 것만으로도 2차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며 "국내에서 불법촬영물을 시청할 수 없도록 사이트 접속을 차단해달라는 것이 (피해자들의) 최소한의 요청"이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더라도 운영진이 주소를 옮겨 다시 열면 사태는 해결되지 않은 채 제자리로 돌아온다"며 "해외에 기반을 둔 운영진을 체포·처벌할 수 있도록 국제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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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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