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서 숨진 동생 발견한 언니 "얼마나 더 많이 죽을지..."

쿠팡 동탄물류센터 노동자 A씨 유족, 사망사고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마련 요구

쿠팡 동탄물류센터(동탄센터)에서 퇴근 중 쓰러져 사망한 노동자 A씨의 유족이 쿠팡에 사망사고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와 쿠팡발코로나19피해자지원대책위원회(쿠팡대책위)는 19일 쿠팡 동탄물류센터 앞에서 A씨 유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의 죽음이 더 반복되면 안 된다"며 "쿠팡 사측은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쿠팡은 언론과 외부영입인사를 통해 비정규직 고용,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추는 일을 중단하라"며 "쿠팡의 노동자가 존중받으며 일할 때까지 함께 싸워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다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어 동탄센터에서 야간 집품원으로 일했던 A씨는 지난 11일 오전 5시 20분경 동탄센터 야외 화장실 바닥에 쓰러진 채 발견됐다. A씨를 발견한 것은 동탄센터에서 함께 일하던 그의 언니 B씨였다. B씨는 발견 직후 119에 신고했고 A씨는 한림대 성심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사망했다.

B씨는 "사고 난 날 너무 추웠던 기억이 난다"며 "센터 안에는 난방시설이 없었는데 밤 10시경에 핫팩이 하나 공급됐다"고 당일 근무상황을 회상했다.

B씨는 "저는 1층 허브층에서 일했고 동생은 4층에서 일해서 동생이 얼마나 힘들고 추운지 몰랐다"며 "그게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B씨는 "그날 일이 끝나고 동생은 오히려 저한테 '언니 피곤하지 않냐. 고생 많았다' 다독여줬다"며 "항상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심이 많은 동생이었다"고 했다.

B씨는 "동생이 이번에 사고가 났는데 (쿠팡에서)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죽을지 모른다"며 "쿠팡에서 올바르게 생각해주셔야 한다. 거대한 로펌을 등에 업고 나 몰라라 하는데 그건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고 쿠팡을 질타했다.

▲ 19일 쿠팡 동탄물류센터에서 열린 '쿠팡 동탄물류센터 야간노동자 사망사건 책임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유족(가운데). ⓒ프레시안(최용락)

권영국 쿠팡대책위 공동대표는 "이미 지난 5월부터 지금까지 쿠팡 물류센터에서 5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며 "쿠팡의 작업 시스템에, 노동조건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을 충분히 의심케 한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 실시간 UPH(Unit per Hour, 시간당 작업량) 측정 및 관리를 통한 노동통제 △ 난방 등 보온조치 없는 물류센터 작업환경 △ 비인간적인 노동조건을 강제할 수 있는 비정규직 중심 고용구조를 쿠팡의 문제점으로 지적한 뒤 "쿠팡은 작업 환경과 시스템을 점검하고 비인간적인 노동을 강제하는 노동 환경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 대표는 이어 정부와 노동감독 당국을 향해 "쿠팡 물류센터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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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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