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총리 "대미 협상, 감당할 수 없는 건 문서화하지 않겠다"

정부 "노란봉투법 TF·매뉴얼·가이드라인 만든다"…여야, 부동산·재정 놓고 설전

한미 관세 협상이 난항을 맞은 가운데 정부가 "(협상의) 대전제는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 그리고 '국익과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문서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는 원칙을 밝혔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7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답변자로 나서 "(협상) 전략적인 측면은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하고 "대미 협상 전략 중 하나로 '마스가 프로젝트' 같은 것을 제기한 것은 굉장히 현명한 전략이었다"고 자평했다.

김 총리는 전날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외교안보분야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언급해 화제가 된 데 대해 "미국이 달라졌다는 표현은 현재 미국을 포함한 세계 질서가 변화했다는 인식과, 미국의 정치를 이끌어가는 미국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과 다른 방식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여러 의미가 복합적으로 담긴 표현이 아닐까"라고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미 관세협상과 관련, 김 총리에게 "제국주의 시대 불평등 조약을 연상시키는 미국과 일본의 통상협상 결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김 총리는 이에 "다른 나라의 협상 결과에 대해 제가 평가하기는 적절치 않다"고 답을 피하며 "다만 현재 상황은 저희가 선택한 것도 아니고 세계의 어느 나라도 수동적으로 협상해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 그것도 일정하게 불리한 점을 안고 출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모두가 이해하고 인식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생각한다"는 소회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권 의원이 '미국 상무장관이 3500억 불 펀드의 투자처를 미국이 결정하고 수익의 90%를 미국에 귀속시키는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냐'고 묻자, 김 총리는 "제가 확인해드리는 어렵지만 저도 언론에서 본 사실"이라며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우리 협상팀에서는 그런 방식과 기조에 대해서는 국익 차원에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17일 국회 본회의 경제에 관한 대정부 질문에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날 대정부질문에서는 특히 야당 의원들로부터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상법 개정안 등이 '기업 옥죄기' 아니냐는 취지의 질의가 나오기도 했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은 "노사가 상생해야 되는데 지금 이재명 정부는 너무 노조 편향적"이라며 "대한민국 국민이 잘살아야 하기 때문에 이재명 정부가 성공을 해야 한다. 그러나 특정 진영의 이념, 노조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편향적 정책으로는 대한민국 국민과 자식들에게 미래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 총리는 이에 대해 "(노란봉투법은) 한국 경제가 노사관계에 있어서 한 단계 성장하는 측면에서 오랫동안 진행되었던 논의를 바탕으로 이뤄낸 것"이라며 "한국 경제 성장의 또 하나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이 노란봉투법의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 보완 입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김 총리는 "한편에서는 오해, 또 한편에서는 과장, 또 한편으로는 불확실성에서 생기는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인정한다"며 "보완 입법의 형태는 아니더라도 저희들이 TF, 또 매뉴얼을 만드는 과정을 거치겠다"고 답변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도 같은 주제의 질의에 대해 "노조든 기업이든 어느 정도 소통을 하고 필요한 부분의 정상화는 해야 된다"며 "다만 그 과정에서 지금 기업들이 우려하는 불확실성, 즉 사용주 개념이나 실질적 지배가 뭐냐는 등 부분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례, (중앙)노동위원회 결정, 전문가 의견 등을 수렴해서 시장에서 과도하게 우려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도 만들고 규정도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 부총리는 또 배임죄 완화 등 이른바 '경제 형벌 합리화' 문제에 대해서도 "너무 과도하게 기업을 얽매는 부분은 맞지 않다. 전반적으로 한 6000여 개 경제 형벌을 전반적으로 검토해 고의·중과실 없는 단순한 선의의 과실로 인한 위반의 경우는 시정을 하게 하고 기업 투자심리·의욕을 꺾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9월 중 1차적으로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고, 또 준비가 되는 대로 계속해서 (향후) 1년 안에 배임죄를 포함해 적어도 30% 정도는 개선토록 하겠다"고 했다.

여야는 9.7 부동산 대책이나 정부 재정운용 방향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9.7 부동산 대책에 대해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매우 높게 평가한다"며 "그동안 인허가를 가지고 (호수를 발표)해 왔던 것을 착공 기준으로 한 것은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반면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은 "부동산 정책 실패로 정권을 내준 문재인 정부 시즌2를 보는 것 같다", "문재인 정부와 포장만 다르다"고 비난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이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조 의원은 재차 "서민들은 대출 규제로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청년들은 월세 폭등으로 좌절하고, 현금 부자들만 '똘똘한 한 채'로 몰리고 있다"며 "지방을 위한다면서 지방 미분양 대책은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허성무 의원은 여당 소속임에도 "9월 7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새 정부 주택공급확대 방안이 발표됐는데 사실은 수도권 중심의 발표이고 지방에 대한 대책이 없다"며 "지방에 대해서 좀 관심을 가지고 보완 대책을 내달라"고 하기도 했다.

김윤덕 장관이 9.7 대책을 설명하면서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3기 신도시를 미리미리 준비해 온 결과 3기 신도시가 곧 착공을 앞두고 있었다"며 "1기 신도시나 2기 신도시에 비해 3기 신도시는 여러 가지 주택을 좀더 추가 공급할 수 있는 여력이 있었다는 게 상당히 중요한 특징"이라고 문재인 정부에 일부 공을 돌린 점도 주목을 받았다.

정부 재정운용 방향을 놓고 민주당은 "건전 재정은 중요하지만 무조건 쥐어짜는 게 능사는 아니다. 흥청망청도 안 되지만 스크루지도 안 된다"(이언주)라고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당부한 반면,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민생회복이라는 명분으로 소비쿠폰을 뿌렸는데 과연 민생이 얼마나 회복됐나. 소비쿠폰은 국가 재정뿐만 아니고 지방 재정까지 악화시킬 것이 뻔하다. 대통령 당선 축하금식 돈뿌리기"(이헌승)라고 비판했다.

이헌승 의원은 정부조직 개편안 가운데 기획재정부 분리안을 놓고도 "예산권을 가진 기관이 국무총리 산하로 들어가게 되면 결국 예산편성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정치적인 입맛이나 선거 표심에 따라 재정이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김 총리는 이에 "그렇게 되지 않도록 제가 잘 조정하겠다"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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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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