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무기로 수백조원 내놓으라는 미국, 관세 없이 자유무역 하자는 중국…누가 동맹인가

한중 외교장관 회담서 왕이, 미국 겨냥해 "강압 횡행하는 형세 속 보호주의 무역 반대"…조현 "한중, 한중일 FTA 가속화 용의 있어"

미국이 한국에 관세를 무기로 일방적 투자를 압박하는 가운데, 중국은 이같은 강압적인 국제 정세 속에서 한중 양국이 무역 보호주의에 반대하고 자유무역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7일 중국 외교부는 조현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이날 회담을 가졌다면서 "중국과 한국은 모두 경제 세계화의 수혜자이며, 오늘날 일방적인 강압이 횡행하는 형세 속에서 무역 보호주의에 공동으로 반대하고 자유무역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조현 장관은 "한중 간 경제협력 구조가 수직적 분업 구조에서 수평적 협력으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 간 경제협력 모델도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이는 과거에는 중국의 저부가가치 생산과 한국의 고부가가치 생산이 결합된 수직적 형태의 협력이 많았으나, 이제는 중국의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부품소재 등을 서로 수입‧수출하는 수평적 형태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한중 FTA 체결 필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장관은 "경주 에이펙(APEC,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를 계기로 고위급 교류를 더욱 긴밀히 하고 경제, 무역, 인문 등 분야에서의 교류와 협력을 심화하며 한중 및 한중일 FTA 협상을 가속화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한미 FTA를 일방적으로 폐기하고 관세를 통해 직접 투자를 압박하는 등 보호무역을 기치로 동맹국들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중국 외교부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한국이 일본과 중국 등 주요 무역 상대국들과 FTA를 추진하며 이를 보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조 장관은 에이펙 정상회의와 관련해 "한중관계 발전이 양국 국민의 민생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성과로 이어지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자"라고 했고 왕이 부장은 "올해와 내년 한중 양국이 연이어 에이펙을 개최하는 것을 계기로 한중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중국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조 장관은 회담 이후 베이징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원칙적으로는 에이펙 정상회의에 참석하려는 의지가 확실하다는 점을 느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역시 "조 장관이 경주 에이펙 전 왕 부장의 방한을 초청한 데 대해, 왕 부장은 조만간 한국에서 조 장관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왕이 부장이 "중국과 한국은 떨어질 수 없는 이웃"이라고 규정하며, 유교 사서오경 중 하나인 <중용>에 나오는 "만물은 함께 자라면서도 서로 해치지 않고, 도는 함께 행해져도 서로 어긋나지 않는다"라는 구절을 인용하면서 양국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해당 구절은 다양성과 공존을 강조한 것으로, 차이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조화와 평화를 이뤄야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2014년 중국과 프랑스 수교 50주년 기념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이 문구를 연설에 활용하기도 했다.

왕이 부장은 "양국 관계의 발전 과정은 이웃 간의 우호, 공통점을 찾고 차이점을 인정하며 협력에 집중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임을 보여준다"며 "중국 측의 한국에 대한 정책은 안정성과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양측이 상호 진심으로 대하고 신뢰를 강화하며 협력을 심화하여 상생을 실현하고 민감한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질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왕이 부장은 "올해는 중국인민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이자 유엔 창립 80주년"이라며 시진핑 주석이 제시한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은 한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와 함께 역사를 기억하고 선열들을 추모하며, 2차 세계대전 승리의 성과를 수호하고,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 체계를 유지하며, 국제 질서가 더욱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중국이 2차 세계대전 승리에 중대한 기여를 한 것을 높이 평가"했으며 "'하나의 중국' 입장을 존중하며, 중국 측과의 양자 및 다자간 소통과 조정을 강화하여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공동으로 유지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왕이 부장은 이날 회담에서 "중국 국민 구조과정에서 순직한 이재석 경사의 숭고한 희생에 대해 중국 정부를 대표하여 심심한 애도를 표명"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중국 외교부 역시 왕이 장관의 애도 표명을 전하면서 "지난 6월 중국 장자제(張家界, 장가계)의 한 운전기사가 목숨을 걸고 한국인 승객 10여 명의 안전을 지켜내면서 한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라며 "중국과 한국 사이에는 많은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으며, 이를 발굴하고 소개하여 양국 국민의 우호적인 감정을 지속적으로 높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 17일 베이징에서 한중 외교장관회담이 열렸다. 조현(왼쪽)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악수하고 있다.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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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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