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코로나 방역지침 지켰다? 하나하나 따져봤다

[쿠팡 뉴스룸 검증 ③] 쿠팡 뉴스룸의 방역 관련 주장 살펴보기

지난 10월 '쿠팡발 코로나 피해자대책위원회(쿠팡대책위)' 활동가들이 <쿠팡 코로나 노동자 인권실태 조사 보고서(쿠팡보고서)>를 발간했다. 18명의 활동가로 구성된 조사단이 24명의 쿠팡 노동자를 인터뷰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불안정한 노동'과 '노동자의 무권리'를 기초로 하는 쿠팡의 노무관리가 집단감염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 <쿠팡보고서>의 골자다. 이를 바탕으로 쿠팡대책위 활동가들이 쓴 기고글 4편이 <프레시안>에 실리기도 했다.

<쿠팡보고서> 발표 뒤 쿠팡은 자사 뉴스룸 등을 통해 이를 반박했다. 쿠팡의 주장은 다시 여러 경로로 퍼졌다. 처음은 아니었다. 쿠팡은 그간 코로나19 방역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반박했다. 지난 11월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가 쿠팡 대구 물류센터 단기직 사망이 산재라고 주장했을 때도 쿠팡은 뉴스룸을 통해 이를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그간 쿠팡의 주장에 대한 검증은 잘 이뤄지지 않았다. <프레시안>이 쿠팡의 노동 및 방역과 관련해 쿠팡이 주장한 주요 내용의 신빙성을 살폈다. 총 네 편으로 준비한 기사 중 셋째 편에서는 방역과 관련한 쿠팡의 주장을 살폈다.

▲쿠팡 부천 신선 물류센터 ⓒ연합뉴스

쿠팡 뉴스룸이 바빠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 25일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인한 부천 신선물류센터(부천센터) 폐쇄 이후다. 쿠팡은 5월 28일 '상품이나 배송직원을 통해서는 코로나19가 옮지 않는다'는 글을 시작으로 부천센터가 운영재개에 들어간 7월 2일로부터 12일 뒤인 7월 14일까지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글을 뉴스룸에 게재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한 쿠팡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쿠팡은 집단감염 발생 전 방역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했다. △ 쿠팡은 부천센터의 집단감염을 5월 24일 인지했다. △ 이 시기 쿠팡은 자신들이 직원들을 우선적으로 보호하고자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 7월 2일 부천센터 재개 후에는 안전감시단 운영 등 방역을 한층 강화했다.

쿠팡의 이러한 주장은 사실일까.

정부 방역지침 준수했다지만...노동자들 "보여주기식"

"쿠팡은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정부 방역지침을 준수해 왔습니다.

‧ 질본 가이드라인에 따라 방역 시스템 구축

‧ 전 직원 마스크 지급 및 착용 의무화

‧ 전 사업장 열화상카메라 설치 및 유증상자 출근 금지

‧ 식당 동시 이용 인원 50% 제한 및 일렬 앉기 시행

‧ 작업장과 실생활에서 거리두기 강조

- 7월 14일 쿠팡 뉴스룸"

쿠팡이 부천센터 집단감염 발생 전 '정부 방역지침'을 준수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의 판단은 달랐다. 쿠팡이 제대로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당시 질병관리본부장)은 쿠팡의 해명이 있기 6일 전인 7월 8일 정례브리핑에서 "(쿠팡 내) 방역수칙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아서 마스크 착용이 어려운 환경이었고, 휴게실이나 식당에서의 거리두기 등이 미흡했던 점 등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쿠팡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의 증언도 정 청장의 말과 대체로 궤를 같이 한다. 당시 부천센터에서 일했던 A씨는 마스크와 관련해서, 물류센터의 노동강도 상 착용이 어렵다고 말했다. A씨는 "일을 하다보면 마스크가 땀에 젖어서 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였다"며 "숨이 차니 턱스크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이에 대해서도 특별히 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사업장 열화상 카메라가 형식적으로 운영됐다는 목격담도 있었다. 당시 부천센터에서 일했던 또다른 노동자 B씨는 "같이 일하던 동료가 고혈압이었는데, 그날은 약을 먹었는데도 혈압이 높아 열이 37.5도가 나와 출근 못하면 어쩌나 겁먹고 있었는데 그냥 통과된 일이 있었다"며 "당시 당사자가 매우 어이없어 했다"고 전했다.

거리두기가 미흡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B씨는 "코로나19가 발생하고 사회적인 위기감이 올라오자 식당에서 의자를 몇 개 치우긴 했었지만 그래도 거리두기를 할 만큼 공간이 충분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A씨는 "포장, 리빈, 리배치, 워터 등 여러 일을 하는 직원들이 뒤엉켜 일하는 출고층 같은 경우는 거리두기를 하면 일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코로나19 감염자가 주로 출고층에서 나온 것도 그런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쿠팡이 6월 18일자 뉴스룸에서 언급한 손 소독제 지급도 실효성 있게 이뤄지지는 않았다. A씨는 "손소독제는 건물 입구, 식당, 중앙데스크 이런 곳에만 있었다"며 "수시로 쓰기는 어려웠다"고 전했다.

다른 센터도 사정은 비슷했다. 인천의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했던 C씨는 "부천센터에서 집단겸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방역이라고 할만한 게 없었다"며 "부천센터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폐쇄가 되니 제가 일한 곳에도 소독젤과 소독티슈가 자리마다 비치되기 시작했다"고 했다.

요컨대, 쿠팡이 코로나19 집단감염 발생 전 스스로 발표한 조치를 취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는 생색내기 수준에 불과한, '눈 가리고 아웅' 조치였던 셈이다.

확진자 발생 후 운영 재개, 보건당국과 협의했다?

"24일 첫 확진자 파악 후 현장에 출동한 부천시 보건소 방역팀에 의해 확진자가 근무했던 부천신선물류센터 2층과 엘리베이터 등에 대한 방역이 이루어졌습니다. 방역에 사용된 소독제의 잔류기간 등을 고려하여 방역 종료 후 3시간 동안 폐쇄를 거쳐 업무를 재개하는 것으로 부천시 보건소와 협의 되었습니다.

- 6월 18일 쿠팡 뉴스룸"

이제 부천센터 집단감염 발생 당시의 상황을 보자. 당시 쿠팡의 초기대응과 관련해 가장 큰 문제가 된 것은 쿠팡이 5월 24일 부천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하루가 지난 25일에야 폐쇄조치를 취했다는 것이었다.

먼저 쿠팡의 "3시간 동안 폐쇄를 거쳐 업무를 재개하는 것으로 부천시 보건소와 협의됐다"는 주장은 지난 6월 22일, <참세상>의 '쿠팡, 방역당국과 '업무재개' 협의했다고? 방역당국은 부인' 보도를 통해 반박된 바 있다.

해당 기사에서 부천시 보건소 관계자는 "소독제의 잔류 기간 등을 고려해 최소 3시간을 환기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을 뿐이다. 운영 재개에 대해서는 쿠팡과 논의한 적 없다"고 전하고 있다.

"쿠팡은 5. 24. 부천시 보건소로부터 부천 신선물류센터 근무자 중 확진자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후 현장감독급 이상의 책임자들 및 부천신선물류센터 내에 있던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확진자 발생 사실을 고지하였습니다. 쿠팡이 23일 확진자 발생을 이미 알았으면서도 은폐하였다는 일부의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 6월 18일 쿠팡 뉴스룸"

쿠팡이 방역당국으로부터 확진자 발생 사실을 통보받은 이후 이를 부천센터 전 직원에게 고지하였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프레시안>이 만난 부천센터 노동자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부천센터에서 일하다 코로나19에 걸린 A씨는 5월 24일 출근했을 당시 회사가 평소와 달리 줄을 세웠었다고 회상했다. 그 자리에서 몇 명은 이름이 불린 뒤 집으로 돌려보내졌다. 쿠팡이 부천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를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인 셈이지만, 당일 쿠팡은 A씨와 동료들에게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A씨는 이날 2시간 연장근무까지 한 것으로 기억했다.

다음날 출근했을 때도 A씨는 일을 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물량이 오지 않았다. 일을 시작하고 처음 있는 일이었다. 얼마 뒤 쿠팡이 노동자를 휴게실로 불러모으며 센터 폐쇄를 알렸다. A씨와 동료들은 그제서야 쿠팡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는 사실을 알았다.

쿠팡이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인지하고 이를 노동자에게 알리기까지는 하루 정도의 시간이 걸렸던 셈이다.

집단감염 발생 이후 쿠팡의 방역 수준은?

"쿠팡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안전에 더욱 투자하고 있습니다. 6월 초 약 2400명 규모의 대규모 '코로나19 안전감시단'을 발족 및 운영하여 각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마스크 쓰기 및 거리두기 등 방역지침을 준수하도록 항시 점검하고 있고, 이를 위하여 6월에만 47억 원의 추가 인건비를 지출하였습니다. 또한, 전국 물류센터 직원들에게 1미터 이내 접근 시 알람이 울리도록 하는 거리두기 앱을 배포하여 작업 시 무심코 발생할 수 있는 접촉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체온 자동측정 기술을 도입하여 발열 감시가 보다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코로나19 안전비용에 상반기에만 600억 원 이상을 투자하였고, 2020년에 1500억 원 이상의 안전비용을 투자할 예정입니다.

-7월 14일 쿠팡 뉴스룸"

노동자들이 보기에도 부천센터 집단감염 발생 이후 쿠팡의 방역 조치가 일정 부분 강화된 것은 사실이다.

A씨는 "'이렇게 할 수 있는 거였으면 진작 이렇게 하지 그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제 손소독제는 자리별로 배치된다. 공용으로 쓰던 방한복과 방한화는 입고 나면 회사가 세탁과 소독을 해 지급한다. 식당에서도 거리두기가 지켜진다.

그럼에도 쿠팡의 말처럼 방역조치가 완전하게 이뤄져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노동자들은 주장한다. A씨에 따르면, 현재 안전감시단은 계단, 엘리베이터 등 공용공간에 배치될 뿐 정작 여러 사람이 뒤엉켜 일하는 출고 층에는 배치되지 않는다. 여전히 쿠팡 노동자들은 거리두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일한다.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업무용 단말기에는 정기적으로 '방역합시다'라는 알림과 함께 손소독 등 체크리스트가 뜬다. 하지만 이 역시 UPH(Unit per Hour, 시간당 작업량)를 신경 쓰며 바쁘게 일하다보면 지키기 어렵다.

여전히 마감시간이 다 되면 한곳에 여러 사람이 붙어서 물건을 가져간다. 휴게공간이 없어 비좁은 락커룸에 여러 사람이 모여 휴식을 취한다. 원래 휴게공간이 있었으나 사람이 늘어나면서 락커룸으로 바뀌었다. 쿠팡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여전히 자신의 일터가 불안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한편, 쿠팡은 △ 지난 5월 부천센터 집단감염 발생 전 쿠팡의 방역에 실효성이 부족했다는 지적 △ 집단감염 발생 당시 부천센터 운영 재개가 방역당국과의 논의해 결정한 것이 아니라는 의혹 △ 확진자 인지 후 바로 전 직원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프레시안>의 지적에 '쿠팡 뉴스룸'에 공지된 내용을 반복 설명하며 "쿠팡은 코로나 19 예방과 방역 조치에 최선을 다했다"고 해명했다.

많은 사람이 뒤엉켜 일하는 출고층의 거리두기 대책과 해당 공간에서 안전감시단(와처)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는 "안전감시단이 물류센터 출입구와, 식당, 휴게실 등 공용공간을 비롯해 직원들의 주요 동선과 각 공정에서 거리두기 실천과 손 소독제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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