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택 중앙일보 화백의 '김근태 테러'

13일 만평에서 사실아닌 팩트 동원해 비난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때에는 조선일보의 신경무 화백이 사고를 치더니, 이번에는 중앙일보의 김상택 화백이 '대형사고'를 터뜨렸다.

김상택 화백은 13일자 만평에서 "아름다운 꼴찌로 남겠다"며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사퇴한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이 물러난 진짜 배경을 제주 울산 경선에서 꼴찌를 차지한 김 의원의 세칭 KS(경기고 서울대)로 불리는 경기고 동문들의 쪽팔림으로 해석, 김근태 의원을 조롱했다.

김상택 화백이 '진짜 사퇴한 까닭?'이란 만평을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살펴보자.

만평 요지는 이러하다.

제주 울산 경선을 모두 합쳐 유효투표 1.5%(26표) 획득에 그친 김 의원의 모교인 경기고등학교 동문들이 구 교사가 위치한 화동 정독도서관 앞의 화동갈비집 '특대실'에서 '경기고 동문 비상총회'를 열었다.
동문들은 참석한 김 의원에게 "학교 망신이다. 사퇴해!"라며 윽박지르고 김 의원은 고개를 숙인 채 "알았어"라고 대답한다. 갈비집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손님과 종업원들은 xx일보의 대선후보경선 결과기사인 "1등 노무현 상고졸"에 이어 마지막 꼴찌가 "김근태 경기고 졸"이라는 보도를 비교해보며 키득거리고 있다.

김 화백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상고밖에 졸업하지 않은 노 후보에게 대한민국 최고 명문고라는 경기고를 졸업한 김 의원이 그것도 꼴찌로 졌으니 세간의 웃음거리가 됐고, 분통을 못이긴 동문들이 김 의원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것이다.

2000년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당시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경선자금 2억여원이 더 있다고 양심고백한 후 '철없는 순진한 행동'이라는 정치권과 언론의 후폭풍으로 꼴찌가 될 수밖에 없었던 김 의원에게 '경기고 출신이 상고출신 후보에게 지느냐'라는 암묵적인 학벌지상주의가 도사린 만평이다.

문제는 김화백의 만평이 전혀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말 그대로의 작문이라는 사실이다.
김 의원은 지난 주말 제주, 울산 경선 이후 곧바로 다음 경선지인 광주로 갔다가, 12일 오전 서울로 올라와 서울 민주당사에서 사퇴발표 기자회견을 가진 후 또다시 광주로 내려갔다.
김근태 후보 진영관계자들은 "김상택 화백 만평대로 제주,울산 경선에서 참패한 후 기자회견을 갖기 전에 서울에 온 적이 없다"며 "김화백 만평을 보면 현재 정독도서관이 들어선 화동의 구 경기고 앞에서 경기고 동문모임을 가진 것으로 돼 있는데 이는 악의적인 사실 조작"이라고 비판했다.

만평은 하나의 기사다.
신문에 실리는 광고도 하나의 기사로서 인정해 광고내용의 허위에 의한 피해에 대해서는 그 광고를 게재한 언론사도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언론학자들이 말하는 폭넓은 언론의 책임론이다.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하지만 사실이 아닌 허구를 토대로, 그것도 의견제시가 아닌 사실묘사 방법을 통해 김 의원의 사퇴진의를 왜곡시키는 것은 200만부가 넘는 발행부수를 자랑한다는 중앙일보의 수준을 의심케 한다.

현재 서울에서 전국을 대상으로 발행되는 10개 종합일간지중 1면에 만평을 게재하는 곳은 중앙일보밖에 없다. 그만큼 중앙일보에서 만평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의미이며 1면에 실린 만평은 바로 그 신문의 의견이자 얼굴이라고까지 볼 수 있는 것이다.

김 의원측은 중앙일보 만평과 관련해 13일 "너무 심하다 싶어 중앙일보에 항의했다. 물론 동문회같은 건 전혀 없었으며, 이 만평을 접한 노무현 고문이 나서기로 했고 당 차원에서도 항의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 일간지 화백은 "김 의원의 사퇴는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아무리 만평에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하지만 13일자 중앙일보 만평은 인격을 모독하는 폭거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의 한 중견기자도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정확한 함의를 잘 모르겠다"며 "김 화백의 진의를 알고 싶다"고 의구심을 표현했다.

한국사회의 망국병중 첫 번째는 지역주의, 두 번째는 학벌 인맥 등을 주축으로 빚어지는 파벌주의다.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파벌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사회가 들여야 할 사회비용은 고속도로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에 들어가는 비용의 몇십배, 몇백배, 몇천배가 들어도 모자랄 지경이며, 또 그만큼 들어서라도 고칠 수만 있다면 고쳐야 하는 한국의 미래를 좀먹는 폐해중의 폐해라 할 수 있다.
김상택 화백, 더 나아가 중앙일보는 이번에 노골적인 학벌주의를 드러냄으로써 랭킹 1위를 다투던 그 동안의 공든 탑을 허문 셈이다.

한편 이장규 중앙일보 편집국장은 “만화는 본래 과장이 심한 것이 아니냐. 만화를 만화로 봐야 한다”며 “편집국장으로서 김 화백이 그린 만평에 대해 한번도 ‘노’라며 간섭한 적이 없다.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는 관계다. 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우스개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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