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와 검찰, 칼을 빼라”

조순형 의원 인터뷰-"김근태 고문 처벌 불가피"

민주당 김근태 고문의 경선자금 공개를 계기로 정치자금 문제가 민주당 경선은 물론 대선 국면 전체에도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지난 4일 '모든 경선 후보들의 선거비용 공개'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6일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재작년 최고위원 선거 출마자들은 물론,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경선자금 공개를 거듭 촉구했다.

조 의원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 경선 자금의 수입, 지출도 기존의 관행과 다를 바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선관위와 검찰의 엄정한 법집행을 주장했다.

김 고문의 '고해성사'에 대해서도 취지는 높게 평가해야 하지만 엄정한 법 규정에 입각, 처벌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여야에서 제기하고 있는 정치자금 현실화에 대한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기존의 정치자금과 관련한 법 규정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무조건 정치자금 상한선만 높이자는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다.

***부당한 정치자금에 대한 불감증 심각**

조 의원은 "당내에서 부정적 평가도 있지만 정치자금과 관련한 정치 풍토를 개혁하자는 비장한 결심을 내린 것"이라며 김 고문의 '고해성사'를 높게 평가했다. 조 의원은 그러나 "일선 당원들도 한창 경선이 진행되는 도중에 (김 고문이)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성토하는 분위기를 보고 부당한 정치자금에 대한 불감증이 심각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처럼의 결심이 권노갑 고문과 이회창 총재의 자금 출처를 둘러싸고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 유감"이라며 정치자금과 관련 여야간 정쟁으로 확산되는 조짐에 우려를 표했다.

김 고문의 선거자금 공개를 계기로 민주당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치인 후원금 모금액의 상한선을 높이자는 주장에도 반감을 표했다. 조 의원은 "규정대로 한다면 그만큼 많은 돈이 필요할 이유가 없다"며 정치자금 현실화 주장을 일축했다.

한편 조 의원은 김 고문의 '순수한 동기'에는 적극적인 동감을 표했지만 "처벌은 법 집행의 형평성을 고려해 볼 때 불가피하다"며 "그 시기는 민주당 경선이 끝난 시점"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청렴한 정치인으로 평가받는 김 고문이 5억 정도를 썼다고 한다면 상위권 당선자들은 적어도 3~4배 정도는 더 썼으리라고 본다"며 8.30 최고위원 선거 당시 출마자들의 자금 공개를 촉구했다.

***"당내 선거는 법의 사각지대"**

2년이 지난 현재 8.30 당시의 선거자금 내역 공개를 조 의원이 들고 나온 것은 당내 선거의 위험수위가 일반 선거보다 한층 높다는 이유에서다.

조 의원은 "총선, 대선 등 일반선거는 나름대로 세간의 이목을 의식해 '규정을 지키는 척' 정도는 하는데 정당 내의 선거는 철저하게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당내 선거에 대해 선관위, 검찰 등 법집행기관의 보다 엄정한 법적용을 촉구했다.

조 의원은 "2년 전에도 대의원 개별접촉을 금지하는 등의 선거 규정을 정했지만 조직선거, 세몰이 선거 관행은 여전했다"고 주장했다. "지구당만 해도 무려 2백27개인데, 대부분의 후보들이 지구당을 방문하고 대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했다"며 "이 같은 조직 선거에 엄청난 자금이 들어가는 것은 뻔한 일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덧붙여 "총선이나 대선은 타당 후보와 싸우는 것이기 때문에 승리가 목표라지만 소위 이념과 노선을 같이하는 동지들끼리 하는 당 내부 선거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정당 내부의 선거 풍토를 성토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경선 주자들에 대해서도 "정치자금 공개에 대해 당 내부의 방침이 정해지면 따르겠다고 하는 등 소극적인 모습만 보이고 있는 형국"이라며 "국가 최고 지도자가 되겠다고 하는 분들이 이래서는 안된다"며 사전, 사후 자금 공개를 거듭 주장했다.

***"선관위와 검찰, 칼을 빼라"**

고질적인 정치자금 문제와 관련, 조 의원은 제도적으로 개선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실질적인 집행기관인 선관위와 검찰의 집행의지 부족을 보다 심각한 문제로 꼬집었다.

조 의원은 "법을 집행하는 국가기관인 중앙선관위와 검찰은 어쩔 수 없이 여론에 떠밀려 수사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집행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또 선관위와 검찰의 '관행'을 지적하며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방치하는 것이 국가기관의 정치적 중립은 아니다. 엄정한 잣대로 형평성 있는 적용이 바로 중립"이라고 강조했다. 김 고문의 처벌과 관련해 검찰과 선관위가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설명했다.

한편 정치자금에 관한 법 개정에 앞서 우선적으로 변화해야 할 사항으로 정치인들의 '집단 이기주의'를 들었다. 정치개혁의 핵심은 '돈 안쓰는 선거'라며 "정치자금에 관한 한 정치권의 자정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조 의원은 참여연대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거론하며 "시민단체들이 제기하는 훌륭한 개정안들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국회의원들이 (정치자금 관리에) 불편하다는 이유로 입법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또 "기대를 많이 했던 젊은 386 세대 의원들도 기대에 못 미친다. 들어오자마자 금방 동화되고 현실과 타협하는 경향이 있다"며 "정치권에서 먼저 변하지 않는 한 법 개정을 거듭한다고 해도 '이중장부' 등 뿌리 깊은 관행이 고쳐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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